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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빙수 눈사람 펑펑 1
나은 지음, 보람 그림 / 창비 / 2024년 11월
평점 :
“팥빙수 눈사람 펑펑은 차가운 겨울 속 따스한 온기를 품은 안경처럼, 마음의 깊이를 들여다보게 하는 동화다”
눈꽃이 만개한 팥빙수산의 한 모퉁이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이 동화는 평범한 일상에 마법의 한 조각을 더하며, 우리가 잊고 지냈던 순수한 마음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주인공 펑펑이 빚어내는 안경들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다. 그것들은 마음을 들여다보는 창문이자, 소망의 파편을 비추는 렌즈이다.
펑펑의 안경점도 단순한 가게가 아니라, 각자의 사연을 품고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조용히 이야기를 들려주는 공간이다. 예진과의 친구 관계를 걱정하던 명빈이, 이별의 그림자를 안고 있던 강아지 망지, 그리고 더 이상 혼자가 되지 않기를 바라던 펑펑 자신까지, 모두가 저마다의 사연 속에서 용기를 배운다. 특히, 망지가 윤주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장면은 우리 마음속에 잠들어 있는 슬픔과 불안, 그리고 희망을 어루만진다.
또 스피노와의 만남은 펑펑에게 새로운 빛을 비춘다. 날카롭고 거친 발자국이 남긴 공포는, 알고 보니 따뜻한 우정으로 변모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얼음같이 차가운 북극곰이 지닌 따스한 마음은, 결국 펑펑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필요한 직원’의 조건이 무엇인지 깨닫게 한다.
이야기의 말미에서 펑펑이 밤하늘의 별을 하나둘 바라보는 장면은 그 자체로 빛나는 은유다. 그 작은 별이 혼자선 희미할지라도, 서로를 찾아가며 밤하늘을 가득 채우는 모습은 마치 안경점에 찾아온 손님들이 하나씩 어우러져 마음의 무늬를 이루는 것과도 닮았다.
눈사람 안경점은 어린이 독자들에게는 상상력의 날개를, 어른들에게는 소박하지만 깊은 울림을 전해주는 작품이다. 추운 겨울날 따스한 차 한 잔처럼, 이 책은 마음속 얼어붙은 감정을 녹이며 독자들의 가슴속에 작은 별 하나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