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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 (무삭제 완역본) ㅣ 현대지성 클래식 38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김운찬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7월
평점 :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정치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이 책을 고대 정치 사상 수업에서 전공 서적으로 읽었던 것 같다. 당연히 재미 없었다 :-) 그때 읽었던 다른 출판사의 버전의 책은 메모…(필기)가 가득하고, 밑줄은 시험에 나올만한 것들에 그어져 있다. 올해 3월쯤 갑자기 <군주론>이 다시 읽고 싶어져서 시도했으나 공부하는 기분만 들고 내용은 들어오지 않아 실패했었다! 그러다가 현대지성에서 출간된 새 버전 <군주론>을 읽게 될 기회가 생겼고, 이번엔 즐겁게 읽었다.
사실 마키아벨리는 지금 생각해보면 일개 정치인(?)이다. 정치인이 자신의 보스에게 쓴 글이 수백년을 전해 내려오고, 전공 서적으로 쓰이고, 수많은 사람들이 새 번역본을 펴낸다는 사실 자체가 매력적이라고 느껴진다.
공부하는 책이라는 편견을 떨치고 읽어보니 이 책은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많은 인사이트를 담고 있었다. 수백년 전 어떤 외교관이 쓴 문장을 지금의 내가 공감하며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사람 사는 것은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다 똑같구나…
(책 제공해주셔서는 아니고 솔직하게 ^ㅁ^) 갑자기 칭찬을 좀 덧붙이자면, 저번에 읽었던 다른 출판사의 <군주론> 번역과 비교했을 때 조금 더 쉽게 읽혔고, 책의 여백이나 크기나 글씨가 시원시원하면서도 가벼워서 읽기에 편했다.
<군주론>에 대한 뭔지 모를 거부반응을 갖고 있는 분들이라면, 역사적 사실은 이해하지 않아도 좋으니 삶에 관해 공감가는 문장을 찾아보는 방식으로 즐겨도 좋을 것 같다.
■ 저 또한 전하께 헌신한다는 증거를 보여드리면서 저 자신을 바치고 싶은데, 제가 가진 것 중에서 위대한 인물들의 해우이에 대한 지식만큼 귀중하고 가치 있는 것을 찾지 못했습니다.
■ 왜냐하면 풍경을 묘사하려는 사람이 산과 높은 곳의 본모습을 파악하고자 평지로 내려가고 낮은 곳의 본모습을 보기 위해 높은 산 위로 올라가는 것처럼, 민중의 본 모습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군주가 되어야 하며 군주의 본모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민중이 되어야 하기 떄문입니다.
■ 변화는 언제나 다른 변화를 초래할 구실을 남기기 때문입니다.
■ 그러므로 사람들을 다룰 때는 달래거나 억눌러야 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가벼운 피해를 입으면 복수하지만 엄청난 피해 앞에서는 복수할 엄두를 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려면 그들이 복수를 꾀하지 못할만큼 크게 주어야 합니다.
■ 먼 곳에서 미리 예견하면 문제를 쉽게 예방할 수 있지만 가까이 다가오기만을 기다리면 제때 약을 쓰지 못합니다. 치유할 수 없을만큼 병이 악화되기 때문이지요.
■ 여기에서 주목할 점을 찾아낼 수 있는데, 군주는 부담이 되는 일들은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혜택을 주는 일들은 자기가 직접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책은 출판사 ‘현대지성’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