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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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엽이 김초엽했다고 생각했다. 이야기가 담고 있는 뭔지 모를 신비로움, 따뜻함. 그의 단편을 읽었을 때 마음에 피어올랐던 그 '김초엽스러운' 느낌이 마치 저장되어있던 것처럼 똑같이 느껴졌다. 어떤 작가의 책을 읽을 때 그 작가의 느낌이 장편과 단편, 시와 산문의 범주를 넘어 느껴진다는 것은 굉장한 능력인 것 같다. 그 김초엽스러운 짜릿함을 장편을 통해 아주 길게, 오랜 시간 호흡하며 느낄 수 있어 이 책을 읽는 동안 행복했다.

<사이보그가 되다>에서 단편 <스펙트럼>을 두고, 반려인을 두고 먼저 세상을 떠난 반려동물의 입장을 상상하며 썼다는 이야기를 읽었다. 이 작가의 상상력과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감탄했다. 어떻게 현실을 두고 그런 각도의 상상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상상을 어떻게 그토록 아름다운 이야기로 표현해낼 수 있는지 놀라웠다. 인터뷰를 찾아보니 작가는 세상에 대한 애정보다는 변화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으로 책을 쓴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그렇기에, 지구의 초대손님에 불과한 인간의 오만함에 대해, 자신들의 비참한 삶을 연장하는데만 관심을 두는 인간의 나약함에 대해 경고하면서, 동시에 끊임없이 미래를 찾아나가는 몇 안되는 사람들에게 주목하고 그들에게 애정을 보낸다.

21세기에 조명된 20세기의 <페스트>처럼, 어쩌면 이 책이 후세기에 미래를 예견한 책으로 주목받게 될지 모르겠다. 우리에게 닥쳐올 '더스트폴'을 막기 위해서라도, 변화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야하지 않을까..

(다 떠나서 그냥 좋아...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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