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랑전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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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과 동양의 중간, 미래와 역사의 사이에 있는 이야기들이 담긴 책이다. 켄 리우의 작품들이 늘 오묘한 느낌을 주는 이유가 이것이지 않을까 싶다. 책을 읽다보면 기원전 지구에서 수십만년 후 외계행성까지 시공간을 넘나드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맥스웰의 악마>라는 단편이 제일 인상적이었다. 1945년이라는 시간적 배경에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우리의 아픈 과거를 떠올리게 되는데, 이 소설에서 주인공이 일본인 여성이라는 점이 독특하게 느껴졌다.

양자역학이라는 매우 과학적인 소재와 혼령이라는 매우 비과학적인(?) 소재의 조합은 파스타와 같이 먹는 총각김치처럼 의외로 잘 어우러졌고, 이야기의 끝부분에는 공포영화를 한 편 본 것 같은 으스스한 기분이 느껴졌다.

바다 앞 캠핑 중 이 단편을 읽었는데, 책장을 덮고 한동안 바다를 바라보면서 이상한 기분에 휩싸였는데 그 순간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전쟁은 남자들의 내면에 있는 어떤 문을 열었고, 그 안에 있던 것이 무엇이든 간에 이제는 바깥으로 굴러나오고 말았다. 세상의 엔트로피는 증가했다. 그 문 옆에 서 있어야 할 악마가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전쟁이란 원래 그런 식이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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