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어디에도 없었던 방법으로
테라오 겐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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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딱 맞는 심플하고 깨끗한,
거기에다 가격까지 합리적인 토스터기는 없을까?
인터넷의 바다를 떠도는데 스크롤 자주 눈에 들어오는 제품이 있었다.

하얗고 부드러운 곡선, 하단의 동그란 다이얼 두 개. (블랙도 있지만, 화이트를 찾았다.)

‘발뮤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네?‘

버뮤다 삼각지대가 가장 먼저 생각났고, 북유럽 어딘가의 브랜드겠구나 생각했다.

가전인데 단아했다.
장인이 공을 들여 빚은 도자기 느낌까지 나는
발뮤다의 제품들은 그 후에도 자주 내 눈에 띄였다.

그리고 3년 후발뮤다를 만든 사람의 책을 서점에서 발견했다.
그의 이름은 테라오 겐.

북유럽 어딘가가 아닌 가까운 일본에 살고 있던, 생각보다 젊은 사람이었다.

책은 그의 제품과 닮았다.
새하얀 표지.
제목도 깔끔하고 굉장히 단순했다. <가자☆어디에도 없던 방법으로>

‘책 표지가 달라도
어차피 가전에 대한 지식이나 정보, 가전업체의 성장기, 창시자의 처세술에 관한 책이겠지‘

‘3년도 안 된 기업의 창시자가 벌써 책을 냈어?’라는 선입견이라는 안경을 쓴 나.

‘그래도 읽어나 보자’ 하는 심정으로 가볍게 책을 펼쳤다.

旅 (타비, 방랑)으로 시작되는 책
책은 나의 예상을 철저히 무너뜨린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테라오 겐의 삶에 관한 이야기다.
무한한 가능성이라는 여행지에서 길을 잃거나, 길을 찾거나, 길 자체를 만든 사람의 여정은 그의 부모의 사랑 이야기로 시작한다.

P20
「지금부터 나에게 있어 몹시 중요한, 그리고 나와 매우 가까운 두 사람이 만나 서로에게 끌리고 사랑하기까지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자신을 낳아준 보무의 로망스라니, 상상도 하기 싫은 건 나뿐인가?」

읽다보니 책 밖의 ‘나’는
어느새
책 속의 ‘그’의 속도에 맞추고 있었다.

그가 여행을 하면 나도 여행을 했다.
가 본적 없는 나라와 지역은 포털의 이미지를 검색해서 보며,
마치 그가 된 거 마냥 걷고, 지치고, 배고프고, 배를 채우고 만족했다.

가끔 그의 어처구니없는 행동에 보는 내가 민망하고 부끄러웠다.

스타가 되고 싶었던 소년,
노력하지 않았던 천재(라고 자만했던) 청년,
꿈을 잃은 사람, 무지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 더 나은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

삶을 깊게 느끼고, 표현하고,
일상에서의 작은 발견을 소홀히 하지 않고
꿈에 가깝게 현실화 한 과정이 적혀있다.

꿈 꾼 모습은 다르지만, 그가 꾸던 꿈의 본질을 다른 형태로 만든 과정을 지켜보았다.

책을 읽으면서
아쉬운 점은 발뮤다 보다는 인간 테라오 겐에 치우친 점이다.

그가 직접 쓴 책이긴 했지만
중간 중간 그의 곁에서 그를 지켜온 사람들,
선뜻 이 새내기 기업가에게 기회를 준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들이 수록되었다면,

발뮤다란 기업의 모토나 성장기를 조금 더 객관적이고도 입체적으로 알 수 있지 않았을까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는가?
이 책은 록스타를 꿈 꿨던 인간 테라오 겐의 방랑기니까.
아직 끝나지 않는 여정이라 언젠가 나올 후속편이 기대된다.

한 인간의 성장(꼭 성공은 아니더라고)에 필요한 것은
가족의 유대감, 그리고 일상에서든 여행에서든 오감을 통해 느끼는 삶임을 확인시켜준 책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나만이 아닌 내가 연결되고, 내 아이가 연결될 세상으로 연결할 수 있는 무언가를 더 깊이 고민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하루를 충실하게 사는 나. 그래서 더 나아지는 ‘나’
미래의 미라이는 지금의 ‘나’라는 걸 다시금 생각한다.

P78
「이 확실한 사실(사람은 언젠가 죽는다)과 마주한 우리는 앞으로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해야 할까?」

p80
「오늘이야말로 인생의 축제날이다.
다시 말해 지금이 내 인생의 절정인 것이다.
그러니 살아 있는 동안 어떻게든 이루고자 하는 일이 있다면,
당장 오늘부터 시작 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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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 - 중요한 것들에 대한 사색
어슐러 K. 르 귄 지음, 진서희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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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 - 중요한 것들에 대한 사색
작 가 어슐러 르 귄
출판사 황금가지

내 인생에서 사춘기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정말 얌전히 중·고등학교를 다녔던 것 같다.
가끔 버스 앞자리에 앉아 ‘지금 여기 앉아있는 나는 정말 ’나‘일까? 나(내면)는 왜 그 친구(단짝친구)가 아닌 걸까?’하는 생각만 가득한 아이였다.
그런 생각의 연장이었을까?

자연스레 SF와 판타지의 소설을 가까이 하기 시작했다.
SF 소설은 다나카 요시키의 <은하영웅전설>. 판타지 소설은 어슐러 르 귄의 <어스시의 마법사>.

장편에 약한 나. <토지> 완독을 목표로 했으나 2019년의 숙제가 되었다.
그런 나인데, 10대의 나는 장편에 속하는 두 작가의 책을 다 읽었다. 그때의 나, 40대의 내가 칭찬해 마지않는다. ^^

<은하영웅전설>에서 교과서에서 접한 민주주의와 전제주의 어느 것이 더 나은 것인가에 대해,
<어스시의 마법사>에서는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에 대해 생각하게 한 소설이었다.

그리고 수십년이 지나 (슬프지만 10대에서 40대 초반으로 훌쩍 타임 워프한 기분이다)
작가의 아주 개인적이고 사소한 인간적인 삶에 대한 생각을 담은 책
<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를 만나게 되었다.

좋아하는 색 : 초록
좋아하는 : 고양이 (고양이의 세계로 날 입문하게 해 준 친구의 고양이가 연상된다)
좋아하는 두가지가 담긴 표지가 마음에 들었다.

어슐러 르 귄도 고양이 집사님이었구나.
지금은 고양이를 기르지 않지만, 고양이도 고양이 집사님도 좋아하는 나여서 반가웠다.

작가 사노 요코가 암에 걸린 자신의 고양이를 보고
고양이의 삶에 대해 이야기 한 구절이 생각났다. (책 <요코 씨의 말> 중에서)

예술가들에게 무한한 영감을 주는 뮤즈, 고양이.
어슐러 르 귄에게 그녀의 애묘 파드의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들보다 궁금했다.

판타지 작가, SF 작가가 아닌 나와 같은 세상을 살았던 한 사람인 어슐러 르 귄.
소설이 아닌 에세이의 전반은 여든이라는 삶을 살아온 사람으로서의 고독, 초월(나에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사유하는 생애 전반의 ‘살이’에 관한 이야기였다.


수업과정에서의 영혼이 있거나 없는 어린이의 팬레터를 받는 작가. 하루하루 삐걱대는 몸을 가진 노인, 정치에 자신만의 언어로 자신만의 생각을 멋지게 펼치는 사회 구성원, 페미니즘 그리고 소외된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 비건을 넘어 오건을 꿈꾸는 지구인 등 다양한 얼굴의 그녀를 만났다.

그녀를 좋아하는 독자, 또는 특정 작가들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선물 같은 메시지도 있었다..
그림이든 소설이든 항상 그런 것이 아니지만 “당신이 읽고 싶은 바, 당신이 찾고픈 방향대로 읽어도 좋아요” 하고 작가의 허락을 받은 느낌이었다.

『내게 의미를 물으려는 이유를 알 것도 같지만 그러지 말길 바란다.
다른 독자들, 비평가들, 블로거들 그리고 학자들의 서평도 읽어보시라.
모두들 그 책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밝히기 위해서 다른 독자들에게 유용하면서도 정당하고, 충분히 이해가 가능한 글을 쓴다. 그것이 독자들의 몫이며 어떤 이들은 놀라우리만치 훌륭하게 제 몫을 해낸다.
그건 내가 서평단으로서 하는 일이며, 즐기는 일이기도 하다.』 p69

나에 대해, 타인에 대해, 삶에 대해, 삶 너머의 세계에 대해 미숙하지만 의문을 가졌던 10대,
그리고 세월에 흘러 어느덧 40대 초입에 진입한 궁금함 보다는 세상의 논리에 순응하거나 체념했던 ‘나’.
세월의 흐름 속에 작가와 공유하고, 함께 알아가는 일이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다른 시선으로 나를 깨우치기도 했다.

특히 역사에 관해, 교육에 관해, 창의성에 관해, 어린이와 어른에 관한 구절이 그랬다.

『나는 아이들이 ‘엄청난 과제를 부여받은 미완의 존재’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완수해야할 과제가 잇다. 바로 가능성의 실현이다. 성장이다. 아이들 댑분은 이 과제를 이루고 싶어서 나름의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그걸 완수하기 위해 누구나 어른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도움을 우리는 ‘가르침’이라고 부른다.』 p198

『교사들은 흔히 학생들에게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을 말하고 질문을 하라고 시킨다.
좋아하는 부분은 그렇다 치자. 아이들은 항상 뭔가 좋아하는 척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질문을 하라는 것은 학생이 정말로 의문을 가지고 있지 않은 한 의미 없는 일이다.』 p73

『교육은 인간으로서의 내 삶에 연속성이라는 감각을 부여했고 사유는 나의 존재가 ‘지금’(지난 몇 년간으로 치자면 ‘우리들’)과 ‘그 때’(역사적으로 보면 ‘그들’)로 분리되지 않도록 해준다.
인류학적 관점이라는 한 가닥의 빛 덕분에 나는 누구에게도 어디에서도, 어떤 시대에도 결코 삶이 단순하지 않다는 믿음을 잊지 않고 있다.』p182

『마침내 환경이 다 망가지고 고기와 다른 호화로운 음식들이 비닥나게 되면 그런 음식 없이 사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사람들이 그렇다. 대통령이 부탁할 필요조차 없겠지.
하지만 만약 물처럼 호사스럽지 않은 것들이 바닥나게 되면 어떨까? 우리가 덜 쓰고, 없이 견디고, 배급하고, 나눠 쓸 수 있을까?
나는 우리가 그런 것들에 대해 조금이라도 연습을 했으면 좋겠다. p186


『워스워드는 성숙의 가치를 부인하거나 어린이가 되려고 함으로써 그 아이를 이끌어내라고 감성적으로 호소하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 당연히 자유로움과 지각력, 그리고 즐거움을 잃는다. 우리가 할 일은 성장이 어떤 단계에 마물게 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의 모든 단계를 우리 안에 발현시켜 충실하게 인간의 삶을 누리는 것이다.』 p196

무엇보다 짧지만 빛나는 파드 연대기.
고양이에게 간택 받은 집사 르 귄, 그리고 그녀의 고양이 파드.

인간 의존적인 고양이 파드,
독립적인 인간이길 희망하나 의존적인 나.

『그래서 간밤에 나도 녀석이 그리울 테고
녀석도 내가 그리울 거라 생각했다.』 p233

그 구절을 읽는데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한사람
나의 소중한 친구.

그 친구와 같이 읽고 싶었다.
분명 이 책이 맘에 들거나 안 들 수도 있다.

내가 느낀 부분에 대해
전혀 그렇게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친구와 같이 읽고 싶어졌다.
나의 고양이 파드와 같은 친구. (내 마음 너도 알까?)

작가는 아니지만
책을 계속 가까이 두고 싶다.
그 안에서 내 안에 필요한 것, 내게 부족한 것, 내가 원하는 것, 때론 날 화나게 하는 것들을 느끼며 배우고 싶다.

미약하나마 나의 글로 책의 내용을 나 나름대로 소화해서, 표현하는 작업을 계속 하고 싶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 내 사람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싶다.
좋은 사람은 아니더라도 더 나아진 나, 나아진 노년의 길로 걷고 싶다.

그녀의 책은 그런 나의 희망을 구체화시켜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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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아르테 미스터리 1
후지마루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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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0대부터 만화와 추리소설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물론 라이트노벨도 어느 정도 읽었다. 좋아하는 라이트 노벨도 있다.

라이트노벨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다.
책이 얇고 가볍다. 내용도 그렇다.
왠지 만화를 글로 옮겨 놓은 것 같고, 삽화도 감질맛 난다. 만화로 보고 싶은 느낌?

후지마루의 다른 소설 <내일 나는 죽고 너는 되살아난다>의 표지.
그 표지에 대한 기억이 선명해서, 나는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의 작가를 확인하는 순간
머뭇거렸다. 앞서 얘기한 라이트노벨에 대한 나의 느낌 때문이다.

다행히도 삽화는 예뻤다,
하늘은 붉은 노을로 가득 채워지고 있다.
바다에 발을 담든 교복 입은 여학생이 하늘일지 지평선일지 바다일지 모르겠으나 저 멀리 바라본다.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어떤 사연이 있는 거지?

후지마루라는 작가를 몰랐다면,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를 연상하며 책을 펼쳤을 것이다.

최악의 아르바이트
시간외 수당도, 교통비도 안 나오는
‘사자’를 저세상으로 보내는 상식 밖의 일을 하는
시급 300엔의 아르바이트를 제안하며 이야기는 시작한다.

이야기는 크게 주인공과 주인공의 파트너를 중심으로, 그들이 임무를 수행하며 만나게 되는 사자들과 관계 맺으며 진행된다. 단순히 롤플레잉 게임하듯 약한 사자부터 강한 사자까지 단계적으로 성불시키는 게 전부가 아닌 소설이다.

POINT 1 사자와 사신이라는 설정

- 사자

죽음을 맞이한 사람, 이 세상에 어떤 미련이 남아 사자가 된다.
그 때문에 세상은 사자가 죽지 않은 모습으로 재구성 되고, 가짜 역사가 시작된다.
추가시간, 미련을 풀기 위해 주어진 제한된 시간.
미련을 풀고 저 세상을 가던지, 미련을 풀지 못하고 제한된 시간을 맞아 세상을 떠나든지
어느 쪽이든 추가시간에 생긴 모든 일과 기억은 무효화 된다.

- 사신

죽음의 공포와 이 세상에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는 사실에 절망하는 사자를 지원하는 조직.
창설자도 조직의 실체도 자금 출처도 알려진바 없다.
업무 지시와 일당도 우편으로 보내지지만, 보낸 이는 모른다.
사자의 추가시간이 끝나도 다른 사자와 사신의 기억은 수정되지 않는다.
하지만 사신을 그만두는 순간 기억을 잃게 된다.
마지막까지 사신을 수행하면 어떤 소원이든 딱 한 가지 이뤄주는 ‘희망’을 신청할 수 있다.

사자도 힘들지만, 사자를 기억하는 단기 알바생 사쿠라 역시 힘들어한다.

『괴롭다, 고통스럽다. 억울하다.
어젯밤은 행복했는데, 지금은 자칫하는 순간 공포에 삼켜진다.
여전히 내 행복은 오래가지 않는다. 밤은 영원하게 느껴질 만큼 길었다.
한숨도 못 자고 아침이 왔다.』 P70

POINT2 주인공 사쿠라의 심적 변화와 성장

중학교 3학년 다리를 다쳐 축구를 그만 둔 사쿠라.
불행의 불행을 겪으면서 인생을 비관하게 된 고등학생 사쿠라.

하지만 사자와 만나며, 하나모리와 대화하며, 사쿠라는 내면에서도 외면에서도 변화의 꽃이 피기 시작한다.

『난 특별했다.
특별하게 변변치 못한 인생을 살고 있다.』 p25

『들떴다. 부정할 수 없다. 사람은 들뜨면 대번에 방심한다.
내일도 분명 좋은 하루를 보낼 거라고 착각한다.
좋은 일이 생긴 것을 계기로 앞으로의 인생도 펴지리라고 자만한다.
아무 근거도 없이.』 p42

『여름 햇살이 차갑게 느껴질 만큼 후회가 덮쳐왔다. 잃은 것을 찾을 수 없다는 안타까움에 감싸였다. 하지만 해방감도 분명히 느껴졌다.』 p181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희망을 끌어낸다.』 p294

『즐거웠다. 기뻤다.
별것 아닌 일상이 전부 눈부셔 보였다.』 p316
POINT3 하나모리의 정체

사쿠라에게 시급 300엔의 사신 알바를 소개한 하나모리 유키.
남녀를 불문 학교의 인기인 여자아이.
사자들이 툭툭 던지는 의미심장한 말이나, 그녀의 갑작스런 행동에서
뭔가 냄새가 났다.(엉덩이 탐정 버전 ^^)

『“오늘 밤을 소중하게 간직해. 이런 기회는 두 번 다시없을 거야.”』 p45

『뭐 확실히 얼굴은 귀엽지만, 세계 평화라니, 무슨 의미로 한 말일까.』 p51

『"꼭 이루고 싶은 소원이 있어서 일거야. 어떻게든 꼭. “』 p115

『"개인적으로 꼭 도와주고 싶은 아이야! “』

『행복이란 뭘까?
후후, 그러게. 뭘까?』 p182

POINT4 그들의 ‘희망’은 무엇인가?

사랑 없는 이와의 결혼, 사랑하는 이로 부터의 폭력, 사랑하는 이와의 단절.
작은 온기를 바라는 이들. 사자의 미련 =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이고, 사신의 마지막 희망이 무엇인지 탐색하는 것도 이 소설의 재미다.

『“결국 잃는다 하더라도 그사이에 웃으며 지낼 수 있다면, 그것도 분명 아주 의미 있는 일이겠지. 슬픔을 없앨 수는 없어. 하지만 슬픔을 능가할 행복을 찾아낸다면 분명 이 세상에 태어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거야.”』 p294

물론 거슬렀던 점도 있다.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에서 몸이 뒤바뀐 남자주인공이 일어나서 (여성이 된) 자신의 가슴을 만지는 장면처럼,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에서 하나모리가 사쿠라의 여자 취향을 묻는 대화 내용이 거슬렸다. 그리고 자주 등장한다. 일본 특유의 문화인 것일까?

행복은 머지않은 가까운 곳에 있다는 메시지의 동화 <파랑새>처럼
행복은 이 순간을 열심히 살고, 웃으며 지냈다는 것 그것 자체가 의미 있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현재를 달리는 나. 우리에게 다가올 끝(죽음)이 있다는 걸 망각하는 나.
한정적인 내게 주어진 시간 나와 내 주변에 그들처럼 조그마한 온기를 나눠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라이트 노벨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은
결코 가볍지 않은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반짝반짝 빛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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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이것을 상상력이라고 한다 - 우리가 오해한 ‘과학적 상상력’에 관한 아주 특별한 강의
이상욱 지음 / 휴머니스트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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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이 풍부해야해
창의력 있는 사람으로 커야해

어릴 적부터 많이 들어온 말이다.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는 시대,
나의 아이들이 맞이하는 시대를 위해 강조되는 단어다.

공룡과 별, 우주를 좋아하는 딸과의 대화를 나눈다.
딸은 유치원 교육에서, 그림책에서, 영상물에서 졉했던 지식을 열심히 전달한다.

아이의 얘기를 듣다가 질문을 한다. 사실에 대해 확인하는 질문도 있고, 다소 황당한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그러면 아이는 지식과 자신의 바램과 상상을 버무려 자신의 생각을 열심히 내게 이야기 한다.

아이와의 대화를 나누다 문득
과학자들 역시 (아이보다는 더 고차원적인 것이겠으나) 
자연에 대한 영감이나 상상력을 갖고 자연 현상에 접근할 가능성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시점에 만나게 된 책이 있다.
<과학은 이것을 상상력이라고 한다>

물리학을 전공하고 석사 학위까지 받았다는 철학과 교수. 
이상육 교수가 실제 대학교에서 다양한 전공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수업 <상상력과 과학기술>
그 강의 내용을 중심으로 기술된 책이란다.

과학을 우리가 알고 있는 난해한 과학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수업을 들을 수 있다니
그의 학생들이 조금 부럽기도 하다.

책의 시작에서
이상욱 교수는 과학기술의 연구에서의 상상력은 우리가 알고 있는 상상력은 아니라는 전제하에 이야기를 시작한다.

태양중심설을 주장한 코페르니쿠스
만유인력의 법칙의 뉴턴
상대성이론의 이인슈타인

잘 알려진 과학자들과 관련 일화를 들고 과학자들에 대한 오해와 과학기술 연구에 있어서의 상상력,
그리고 과학연구에서 필요한 요소들을 재미있고 쉽게 설명하고 있다.

과학자들이 결코 책상 위 칠판 앞에서 머리만 쓰는 사람이 아니라
예술가처럼 머리 뿐 아니라 몸을 쓰는 사람이라는 점도 알려준다.

연구 결과인 논물에 그들의 그런 노력과 과정이 드러나지 않을 뿐이라고......

P146
우리는 과학연구에 수많은 선택의 순간이 있으며 그 선책을 현명하게 수행하려면
상상력과 이성적 분석을 성공적으로 결합해야 한다는 점을 알았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 점이 과학연구의 최종결과물로서 출판된 눈문에는 드러나지 않기에
사람들은 과힉이 순수한 분석적 판단만을 요구하는 무지건조한 지적 게임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예술 속에서 상상력을 다양한 미디어로 표현하면 되지만.
과학연구에서 상상력은 떠오르는 영감이 과학적으로 바로 연결되지 않는다.
실험을 통해 정돈된 개념이 필요하고, 논문으로 작성하고. 동료 과학자들의 비판적인 검토를 통과해
후속 세대의 교육 교과서에 실릴 수 있어야 할 정도의
엄청난 시간과 노동을 요하는 활동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과학기술 연구의 위대한 성취를 위한 비결을 제사한다.
이 부분은 비단 과학 뿐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는 나와 앞으로를 살아야가 할 아이들에게 중요한 부분이라 느꼈다.

바판적으로 읽고 이해할 것
집요하게 문제를 파고 들 것 - 집중력과 끈기와 재도전의 자세
주의깊에 관찰할 것 - 개별사실 뿐 아니라 그들 사이의 연관관계를 파악해 내는 힘 => 과학적 상상력
다양한 자원을 집합할 것 - 타분야의 의견을 무시 배체하는 게 아니라 그 분야 사람들로부터 내가 얻을 수 있는게 무엇인지에 초점

P258
저는 지금 모둔 분야에 두루 박식한 사람이어야만 창의적일 수 있다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다양한 분야와 교류할 기회가 주어졌을 때 그것을 자기 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자는 말입니다.
마찬가지로 자기 통제 능력을 발휘해야 할 떄는 그렇게 하더라도,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될 떄는
장난치고 재밌게 놀기도 해야하는 겁니다. 책임과 무책임, 상상 공상과 현실에 뿌리박은 의식 사이를 오갈 줄 아는 것이 정말로 중요해요.

어렵게만 느껴졌던 과학, 과학적 상상력을 
내 삶 속에서 우리 아이들의 환경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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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 - 나를 지키는 일상의 좋은 루틴 모음집
신미경 지음 / 뜻밖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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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중반까지는 타인의 눈에 비치는 '나', 외면적인 '나'를 가꾸는데 집중했다면
30대 후반부터는 내 안에 숨어있던 '나', 외면 뿐 아니라 내면의 '나'와 인사하기 시작했다.

침대는 과학이라 외치며 초등학교의 시험문제까지 등장해?
가구냐, 과학이냐로 논란아닌 논란을 일으킨 모 가구의 광구문구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
이것이 현재 나의 화두이자, 주요 과제이다.

나를 포함해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딸의 교육까지
남의 이야기보다는 나와 가족의 목소리에 집중한다.
하루하루 충실히 살아가고
나 안과 밖을 갈고 닦고
존중하고 감사하는 삶과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하지만
다람쥐 챗바퀴 돌듯 매일 같은 일상 비슷한 루트
아직 어린 아이들 뒷바라지 하다보면
하루가 끝나고, 지쳐버린 나만 덩그라니 남아있다.

내가 살고 싶은 나와는 거리가 있는 듯 느껴진다.

그런 중에 시선에 가는 책이 하나 있었다.

식물을 기르며 좋아하게 된 초록
하얀표지 안에 초록색으로 그려진 여자가 있다.

평범한 옷차람 평범한 외모의 여자는
웃으며 작은 나무에 물을 주고 있다.

ME (나)라는 이름의 작은 나무에 말이다.

이 그림과 책의 제목에 이끌렸다.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

지금을 사는 '나'에게 한걸음 더 뒤로 나간 가까운 미래의 '나'를 선물했다.
가까운 미래의 '나'를 위해 지금 주어진 시간을 바지런히 쓰라고 말이다.

행복한 노년을 위해 지금 몸 사리지 않고 뛰라는 말이 아닌,
지금이 '나'를 잘 먹이고, 잘 입히고, 잘 재우고, 느끼며 건강한 삶을 손에 쥐어주는 것.

지금의 '나'와 가까운 미래의 '나'를 만들어 가는 법을 자신의 일상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를 통해 들려준다.
일인분의 나 말이다.

바람에 흔들리지 않게 삶이라는 땅 속에 깊게 나라는 뿌리를 심는 루틴들을 제시한다.
그 루틴들이 모여 나 다움을 나답게 사는 법을 조용조용 대화나누듯 이야기 한다.

P27
좋아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삶에 스민다.?
천재도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고 할 만큼 좋아하는 일은 바로 내가 가지고 태어난 재능.
한국인 최초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세계적인 피켜 스케이터 김연아의 공통점은 어린 나이에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는 것인데, 그들의 인터뷰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그냥 하는 거지, 무슨 생각을 하면서 하는게 아니다'는
것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태도이다.


P50
어른이 된 보상으로 선택의 자유가 생겼다.?
남들의 통제를 받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특권.
그 중에서도 가장 결정권이 많은 것은 묵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점이 아닐까?
혼자 살면 옆에서 간섭하는 사람이 없어서 더욱 그렇게 살기 쉬운데.
솔직히 하루에 치킨을 두 마리 이상 뜯는다고 해서 잔소리할 사람도 없다.
하지만 그 결과로 살이 찌고 몸이 붓고 소화가 안 되는 책임은 모두 스스로 져야 한다.
그렇게 무책임하게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다가 결국 아프고 후회하는 일이 생겨도
내가 저지른 일이라 아무도 탁할 수 없다는 점이 어른이 되어 마음대로 산다는 것의 가장 고통스러운 부분 같다.


P89
치아 건강을 위해 식사 약속이 있을 떄 양치 세트를 챙긴다.
조금 귀찮아도 바로 이를 닦아주면 나중에 치과에 갈 일이 조금은 덜 생길 것이다.
당장의 편안함에 지지 않는 일상이 결국 크게 신경 쓸 일이 없는 단순한 생활을 만든다.

P101
내가 매일 가꿀 것은 얼굴에서 풍기는 분위기.
평온함 속에서도 호기심을 잃지 않는 반짝거리는 눈빛이 아이라이너를 대신할 것이고, 여유가 그려지는 입술 선이 편안한 인상을 만들 것이다.
얼굴에 존재하는 수많은 표정 근육이 미묘하게 변하면서 이뤄내는 분위기란 결국 세상을 마주하는 태도에서 나올 테니,
유행을 좇으며 얼굴 치장에 공을 들이던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을 쏟아부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P127
쌓아두고 내버려둬서 좋은 것은 예금밖에 없다. 어떤 일이든 문제가 작을 때 해결하면 금방 끝나지만?
미루고 미루다 보면 더 큰일로 번지곤 하는데, 일상의 사소한 일들도 마찬가지다.

P169
시간 관리는 혼자 하는 게 전부가 아니다. 우리 팀이 함께한다.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시간을 모두 고려해서 일정을 잡는 매니저의 역할이 커진 요즘,
나 그리고 각자가 좋은 퀄리티의 결과물을 마감에 맞춰 진행해주면?
모두의 빠른 퇴근과 좋은 성과로 이어짐을 다시금 느끼고 있다.

책을 읽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나의 의식, 하루를 정리하는 나의 의식을 생각했다.

가족들보다 일찍 일어나
커튼을 펼치고 통트기 시작한 하늘의 색을 잠시 바라본다.

마음에 드는 머그잔에 차를 담아 한모금 두모금 마신다.

그리고 긴 호흡
가족을 깨우러 간다.

다 잠든 후?
거실로 내려와
흐트러진 블랭킹 소파를 바로 한다.

식탁 의자에 앉아
캄캄한 밤의 색을 바라본다.

작고 사소한 일들이 쌓여 지금의 '나' '우리'가 있음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 책이다.
작지만 소소한 행복은 나의 일상에 그리고 그 일상을 마주하는 나의 마음으로 부터 시작됨을 잊지 않고
당장 귀찮아도 몸을 움직여서 조금 후의 나(미래의 나)에게 여유과 웃음을 선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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