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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어디에도 없었던 방법으로
테라오 겐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2월
평점 :
품절
우리 집에 딱 맞는 심플하고 깨끗한,
거기에다 가격까지 합리적인 토스터기는 없을까?
인터넷의 바다를 떠도는데 스크롤 자주 눈에 들어오는 제품이 있었다.
하얗고 부드러운 곡선, 하단의 동그란 다이얼 두 개. (블랙도 있지만, 화이트를 찾았다.)
‘발뮤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네?‘
버뮤다 삼각지대가 가장 먼저 생각났고, 북유럽 어딘가의 브랜드겠구나 생각했다.
가전인데 단아했다.
장인이 공을 들여 빚은 도자기 느낌까지 나는
발뮤다의 제품들은 그 후에도 자주 내 눈에 띄였다.
그리고 3년 후발뮤다를 만든 사람의 책을 서점에서 발견했다.
그의 이름은 테라오 겐.
북유럽 어딘가가 아닌 가까운 일본에 살고 있던, 생각보다 젊은 사람이었다.
책은 그의 제품과 닮았다.
새하얀 표지.
제목도 깔끔하고 굉장히 단순했다. <가자☆어디에도 없던 방법으로>
‘책 표지가 달라도
어차피 가전에 대한 지식이나 정보, 가전업체의 성장기, 창시자의 처세술에 관한 책이겠지‘
‘3년도 안 된 기업의 창시자가 벌써 책을 냈어?’라는 선입견이라는 안경을 쓴 나.
‘그래도 읽어나 보자’ 하는 심정으로 가볍게 책을 펼쳤다.
旅 (타비, 방랑)으로 시작되는 책
책은 나의 예상을 철저히 무너뜨린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테라오 겐의 삶에 관한 이야기다.
무한한 가능성이라는 여행지에서 길을 잃거나, 길을 찾거나, 길 자체를 만든 사람의 여정은 그의 부모의 사랑 이야기로 시작한다.
P20
「지금부터 나에게 있어 몹시 중요한, 그리고 나와 매우 가까운 두 사람이 만나 서로에게 끌리고 사랑하기까지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자신을 낳아준 보무의 로망스라니, 상상도 하기 싫은 건 나뿐인가?」
읽다보니 책 밖의 ‘나’는
어느새
책 속의 ‘그’의 속도에 맞추고 있었다.
그가 여행을 하면 나도 여행을 했다.
가 본적 없는 나라와 지역은 포털의 이미지를 검색해서 보며,
마치 그가 된 거 마냥 걷고, 지치고, 배고프고, 배를 채우고 만족했다.
가끔 그의 어처구니없는 행동에 보는 내가 민망하고 부끄러웠다.
스타가 되고 싶었던 소년,
노력하지 않았던 천재(라고 자만했던) 청년,
꿈을 잃은 사람, 무지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 더 나은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
삶을 깊게 느끼고, 표현하고,
일상에서의 작은 발견을 소홀히 하지 않고
꿈에 가깝게 현실화 한 과정이 적혀있다.
꿈 꾼 모습은 다르지만, 그가 꾸던 꿈의 본질을 다른 형태로 만든 과정을 지켜보았다.
책을 읽으면서
아쉬운 점은 발뮤다 보다는 인간 테라오 겐에 치우친 점이다.
그가 직접 쓴 책이긴 했지만
중간 중간 그의 곁에서 그를 지켜온 사람들,
선뜻 이 새내기 기업가에게 기회를 준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들이 수록되었다면,
발뮤다란 기업의 모토나 성장기를 조금 더 객관적이고도 입체적으로 알 수 있지 않았을까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는가?
이 책은 록스타를 꿈 꿨던 인간 테라오 겐의 방랑기니까.
아직 끝나지 않는 여정이라 언젠가 나올 후속편이 기대된다.
한 인간의 성장(꼭 성공은 아니더라고)에 필요한 것은
가족의 유대감, 그리고 일상에서든 여행에서든 오감을 통해 느끼는 삶임을 확인시켜준 책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나만이 아닌 내가 연결되고, 내 아이가 연결될 세상으로 연결할 수 있는 무언가를 더 깊이 고민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하루를 충실하게 사는 나. 그래서 더 나아지는 ‘나’
미래의 미라이는 지금의 ‘나’라는 걸 다시금 생각한다.
P78
「이 확실한 사실(사람은 언젠가 죽는다)과 마주한 우리는 앞으로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해야 할까?」
p80
「오늘이야말로 인생의 축제날이다.
다시 말해 지금이 내 인생의 절정인 것이다.
그러니 살아 있는 동안 어떻게든 이루고자 하는 일이 있다면,
당장 오늘부터 시작 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