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파니 메일러 실종사건
조엘 디케르 지음, 임미경 옮김 / 밝은세상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1994년 발생한 살인사건
2014년 발생한 여기자의 실종과 살인사건

20년이란 흘러간 시간,
시간이 멈춘 듯 한 마을

작은 마을 오르피아에서
일어난 끔찍한 사건

사건 안과 밖의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와 행동의 실을 잡고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며
얽힌 실타래를 풀어가는
소설

책의 두깨와
깨알같은 글씨에 헉 했으나

몰입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는

빽빽해서 더 감사한 스릴러

스테파니 메일러가
너무 빨리 퇴장해서
처음에는 당황하게 되는

하지만
뒷목 잡게 되는
각자의 사정을 안고 있는
등장인물 들

내 안의 코난이
동그라미친 용의자가
계속 어긋난... 소설

삶 속에서 만나는
나 중심
나의 이기심,우리라는 이름의 이기심을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는 책이었다.


??
"뭐가 보이세요?"
"손이 보이네요."
"반장님은 눈에 보이는 그대로 본 게 아니라
보고 싶어하는 것만 본 겁니다.
그 결과 중대한 오류를 범하게 되었죠."p20

??
"지금은 말해 줄 수 없어요. 아직은 때가 아니니까."
p240

??
"어차피 삶이란 치유의 과정이야."

스릴러라는 장르
탐정이 되어 추리하는 과정
단서를 모아 하나로 완성하는 퍼즐

보다는

인간의 내면
그 중에서도 이기심,
인간이라는 한자어가 떠오르는
인간 군상들의 관계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알고자 하는 이들과

알아가는 과정 속에서의
인간 내면의 치유의 힘에
더 집중하며 읽게 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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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 꿈에 나타났다 ㅣ 한울림 지구별 동화
박마루 지음, 이명애 그림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19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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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라도 좋으니
한번 보았으면

꿈에서라도 좋으니
목소리 한번 들어보고
한번 손 잡아보고
이야기 나누고픈 사람들이 있다.

영원한 이별을 하기 전

전화 한 번 해 볼 걸
이야기 한 번 나눠 볼 걸
손 한번 잡아 볼 걸

아쉬움과 후회만 남는
나의 사람들 말이다.

책 <형이 꿈에 나타났다>를 보고는

어른인 나도
이런 마음인데

아이는
영원한 이별과 남겨진 세상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그들 곁의 어른들은
어떻게 반응과 행동을 하는지
알고 싶었다.

엄마 아빠와
할머니 할아버지와

언젠가는 영원히 작별할 거라는 얘기를 듣고
펑펑 울어버린 내 아이들과도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고 싶었다.

형이 꿈에 나타났다.

매일 밤
자신의 가슴 위로 올라와
자신의 목을 조르는 형

가위 눌리는 민우

엄마 아빠 현우 민우
4인 가족이었던 민우의 집은

형 현우의 죽음으로
3인 가족이 되었다.

버스 타기를 싫어하던 형

게임을 하느라
비오는 날
형 마중을 가지 않았던 민우

그날 형은
세상을 떠났다.

형이 죽은 지 한참이 지났을 때 엄마가 혼잣말로 그랬다.
모든 게 신의 뜻이었다고. 하필 그날따라 비가 온 것도, 엄마가 예정에 없던 봉사 활동을 나간 것도.
그래서 나는 엄마가 나에게도 형을 데리러 가지 않았던 내 마음도 신의 뜻이었다고 말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랐다. 하지만 엄마는 끝내 그 말만은 해 주지 않았다. p22

공부를 잘 했던 형
말도 똑부러지게 했던 형
부모님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형

형이 떠난 게
모두 제 탓인 거 같아 괴로워하는 민우에게

비오는 날
우산 아래에서
아빠는 말을 건넨다.

“민우, 너 형 꿈을 자주 꾸니?”
“민우, 너 아직도 그 일이 네 잘못이라고 생각하니? 그건 그냐 사고였을 뿐이야. 아주 나쁜 사고 말이야.”
“하지만 그날 내가 형에게 갔더라면 그런 일은 없었을 거 잖아요.”
“그럼 너도 형에게 물어보렴. 그냥 비 좀 맞으면 될 걸, 왜 하필 그날따라 친구들을 따라 버스를 탔냐고 말이야.”p20

매일 밤
현우를 괴롭히던 가위 눌림은

혼자서만 끌어안은 고민
형에 대한 죄책감
부모님에 대한 미안함이 아니었을까 한다.


상실과 영원

형 민우가 놓고 간 마지막 선물을 생각해 본다.

오늘 밤 꿈에도 형을 만날 수 있을까? 만일 그럴 수만 있다면 이번엔 내가 먼저 꼭 껴안아야지. 그리고 말해줘야지. 우린 영원히 한편이라고. 씽씽 달려가는 자전거의 두 바퀴처럼, 언제나 형과 함께할 거라고.p29

윤동주를 아세요?
도우미 아줌마와 은호.

윤동주에 빠져 있는 도우미 아줌마.
아줌마는 아저씨와 함께 한국에 왔다.
은호만한 아들을 중국 용정에 두고서.

신림동 아저씨, 그러니까 아줌마의 남편은 위험요인이 큰 일을 한다.
다른 데서 일하면 되지 않느냐는 은호의 말에 아줌마는 말한다.

“은호 니는 하루라도 엄마를 못 보면 어떨거 같네?”
“음….”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일이라 얼른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용정 있는 우리 아들도 그렇지 않갔네? 우리가 하루라도 빨리 갈라면 어쩔 수 없는 기야.”p45

'나도 이런데 엄마도 없고 아빠까지 다쳤으니 걔는 얼마나 속상할까….‘ p47

아줌마가 부탁한 소포에 자신의 엠피쓰리와 이어폰까지 집어넣은 은호의 마음이 참 예쁘고, 기특했다. 책에선 짧게 등장하는 은호의 엄마, 아빠의 철학이 살짜기 궁금해졌다.

신림동 아저씨의 부상으로
중국으로 돌아가게 된 아줌마.

아줌마는 은호와 신발가게에 가고,
은호는 혼신의 힘을 다해 요즘 대세인 운동화를 골라준다.

똑같은 제품을 두 개 사는 아줌마.
이해 안 되는 은호.

한 개의 운동화는 은호의 것이었다.

아줌마의 은호를 향한 마음.
미안함과 고마움을 담은 선물,

국민 시인 윤동주의 시 정도를 외워야 우리나라 사람이라던 은호.

은호와 아줌마 사이를 연결해 준
시인 윤동주.

윤동주의 시 <새로운 길>은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

멀찌기 떨어져도 같은 하늘 아래를 살아가는
마음을 나누는 어머니와 아들 같은 두 사람의 모습과 같았다.

롱다리는 몰라

작은 키가 콤플렉스인 성재.
고만고만 했는데 갑자기 롱다리가 되어 나타난 은지.
반의 아이돌 도현.

성장과 마음의 불균형 속에서 갈등하는 세 아이의 모습을 담은 단편이었다.
롱다리는 모르는 성재만의 농구 기술이 무언지 너무나 궁금했다.

축구공에 맞은 날

아픈 동생을 둔 민재
아픔을 겪고 있는 승기.

아픔을 매개로
아이들이 생각하는 가족, 친구, 사람들에 대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단편이었다.

아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가족, 이웃, 사람들.

스스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알아가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 곁에는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어른이건 아이건 말이다.

내 아이, 내 주변의 아이들, 그리고 사람들에게
조그마한 온기를 나눠주고,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느낀 책이었다.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생각하고,
다름을 인정하고, 더 나은 방향을 찾아가는
그런 삶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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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는 오늘도 오케이 - 다운증후군 오빠의 이유 있는 하루 ㅣ 장애공감 1318
사토 미사요 지음, 채송화 옮김 / 한울림스페셜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내 생각에 좋아하는 음식
내 생각에 싫어하는 음식
오빠의 별난 습관

세 바닥(세 페이지)을
꽤 오래 바라보았다.

호불호에 대해서는
‘그래. 나도 이 정도는 생각할 수 있어!’ 했지만

누군가를 끊임없이 바라보고.
누군가의 모습을 눈에 새기고,
누군가의 행동을 깊이 있게 관찰하고
사진으로, 글로, 그림으로 남겨본 적이 있었던가?

물론 있다.
찰나 혹은 한시적인 관찰이었을 뿐
하지만 지속적인 작업은 아니었다.

눈썰미도 좋고,
타인에 대한 호기심과 관찰력이 좋은
나의 벗이 동시에 떠올랐다.

사람에 대한 관찰
사람에 대한 생각을
일깨워준 친구.

내 짝궁
말 말고, 글 말고, 한 장의 사진으로 이야기하기

친구가 내 준 숙제, 그 숙제가 생각났다.

작가 사토미 미사요의 오빠는 다훈증후군이 있다.

한 여름에도 담요와 겨울 이불을 덮고 자고,
틈만 나면 몸을 앞뒤 좌우로 흔들고,
거실 바닥 삐걱이는 소리를 나는 곳을 찾아 꾹꾹 발로 누르고,
거울은 절대 보지 않는 오빠, 히로.

사춘기 시절은
그런 오빠가 싫고 귀찮았지만

언제부터인가
오빠의 행동이 인간적이고, 재미있게 느껴졌고,

오빠만의 ‘질서’를 찾아
일러스트로 엮어 만든 책이 <오빠는 오늘도 오케이>다.

p17

P21
“오케이, 오케이.”
오빠가 옷을 갈아입고 나오며 말한다.
“팬티 보여!” 라고 내가 핀잔을 주자,
“멋지잖아.” 엄마가 웃으며 말한다.
사소한 부분은 신경 쓰지 않는 우리 엄마.

그 나름의 패션 세계를 존중(포기)하는 우리 엄마가 생각나서 함께 웃었다.
오빠가 아닌 엄마의 마음이 궁금했던 장 이었다.

p22
오빠를 위한 변기 디자인을 연구하다가 오빠의 장애와 오빠를 재발견한 작가.
모두의 쾌적한 화장실 생활을 위한 그녀의 디자인은 무엇인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p28
"돼?"
언제부턴가 뭘 하기 전에 해도 괜찮은지를 묻는다.
만족할 만한 대답을 들을 때까지 계속.
하지만 아무도 없을 땐 자기 마음대로 하는 듯 하다.

스스로의 방식과 사회적인 규칙을 구분하는 히로.
엄마인 ‘나’는 내 아이들에게는 우리 가족만의 규칙을 따르길 원하면서도,
내 자신은 규칙을 무시하거나, 내게 유리하도록 행하지는 않는가 생각해 보았다.

p34
엄마가 세안제 거품이 잔뜩 묻은 얼굴로 부르면
오빠는 그 허연 얼굴이 무서운지
절대로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그럴수록 엄마는 오빠의 반응을 즐긴다.

장애를 가진 이가 있는 집은 힘들고, 괴롭고, 고통스러 울 거라고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들의 감정을 규정화해 버린다.
책을 읽으며 우리가 모두 세상에서 단 하나 뿐인 사람이란 걸
모두들 똑같은 시간 안에서 저마다 다른 일과 사람을 만나
각자 다름의 생각과 행동을 하고 살아간다는 걸 생각해 본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나’라는 공장에서 찍어낸 ‘나’ 중심의 사고로 세상을 바라본 게 아닌가?
모두 나름대로의 행복과 불행, 슬픔과 기쁨, 그 사이 사이의 감각들이 있다는 걸 잊어버리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본다.

p46 /p56
밥 먹을 준비
신나는 종례시간

글이 아닌 일러스트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꼼짝 않는 사람
구경만 하는 사람
열심히 밥 먹을 준비 하는 사람

사회라는 테이블 위에
서로 다른 사람들이 조화롭게 자리를 가질 수 있는
다름의 인정과 다양성의 존중을 생각해 본 장면이었다.

p53
센터에서 오빠는 ‘까다로운 사람’으로 통하는 듯한데, 조금 의외였다.
누구든 개인적인 공간에서 보이는 얼굴과 사회에 나가 남에게 보이는 얼굴은 다르게 마련인가 보다.

영화 속 한 장면이 생각났다.
영화의 제목은 떠오르진 않지만,
아이의 엄마와 아이의 지인 사이의 대화였다.

학교에서의 당신 아이는
당신이 알고 있는 그 아이가 아닐거라고,

사진에 담긴 아이를 보라고(학교에서 찍은 사진)하는 그런 장면이었을 거다.

사회 속 ‘나’, 가정 안 ‘나’가 다른 사람이듯
사회 속 ‘아이’, 가정 안 ‘아이’는 다르다는 것을 잊지 말자.
내 아이 뿐 아니라 다른 이의 아이들도 말이다.

과거편에서는
작가의 사춘기 시절,
오빠와의 관계가 네컷 만화로 담겨 있다.

불안한 환경과 불완전한 몸과 마음의 작가는
그 화풀이를 오빠에게 했다고 고백한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사춘기 시절 나와 아빠와 남동생이 떠올랐다.
(지금은 아닙니다)

이제는 오빠의 행동에
다 이유가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작가.

“아무리 가족이지만
엄마도, 큰오빠도, 작은오빠도 나와는 완전히 다른 존재”
“그래, 오빠는 언제나 자기 본연의 모습 그대로 생활했어. 히로 오빠처럼 나도 꾸밈없이 나답게 살면 돼.”

히로는
다운증후군을 앓는
장애인이 아닌

조금 다르지만 특별한

그리고 나 같은 이에게

반짝반짝 빛나는 시선과 마음을
선물하는 이로 다가왔다.

다르기에 괜찮아.
다르기에 즐겁고,
다르기에 상대방에게 해 줄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며 행동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도, 내 아이도.

무섭다가 아닌
다르니까 알아가고 싶은 마음

히로 오빠에게 배웠다.

I'm fine. You so f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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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이와 멍이 ㅣ 한울림 별똥별 그림책
베로니크 노르망 지음, 마농 고티에 그림, 라미파 옮김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냥이와 멍이
글 베로니크 노르망
그림 마농 고티에
한울림 어린이

엄마는
속지에 그려진 타일을 한 참 바라보았어요.

두가지색 타일
씨실과 날실처럼 교차하고
가까이서 보면 크기도 모양이 조금은 다른
하지만 멀리서 바라보면 하나의 체스판, 하나의 무늬로 보이는 타일.

냥이와 멍이도
그런 사이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며

아이들과 책을 읽었습니다.

언제나 즐거운 멍이
의심 많은 냥이

함께 산책하기를 좋아하는 멍이
조용히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냥이

뛰놀기 좋아하는 멍이
가만히 관찰하기 좋아하는 냥이

고양이와 강아지
종도 다르고
모든 것이 다른 두 마리는 한집에 삽니다.

냥이 타입의 첫째
멍이 타입의 둘째 역시

자신들과 닮아있는
냥이와 멍이의 행보가 너무 즐거운 모양입니다.

맞아 맞아 하거나
꺄르르르 웃으며 책장을 넘겼지요.

이렇게 다른 둘이지만

냥이가 아플 때는 멍이가 위로해 줍니다.
냥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갖고요.

다르지만
함께 살고
함께이기에 행복한 냥이와 멍이처럼

우리집 자매들도

부쩍부쩍 자라는 키처럼
확확 커지는 내마음이란 방처럼

서로 다르고
서로 부딪히고
서로 이해 안 되지만

눈으로
표정으로
말과 행동으로

서로를 알아가는
이해까지는 아니여도
인정하는 사이가 되길

엄마는 살짝 빌어 봅니다.
그림책의 힘을 빌려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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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사전 - 내게 위안을 주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소리들
윤혜선 지음 / 마음의숲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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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시절.
‘나는 누구인가?’
‘나는 그 누구의 몸도 아닌, 내 몸에 어떻게 깃들여있을까?’
이런 생각이 가득했던 시절이 있었다.

나는 어디에서 왔고,
기억의 저편 어린 시절의 ‘나’와 ‘엄마,아빠’가 궁금했다.

왜 나는 엄마. 아빠가 아닌
할머니, 할아버지와 살아가는가에 대해 의문이 든 시절

엄마가 할머니 집에 맡겨 놓은
서랍장을 열어보았다.

엄마의 5단 서랍장.
맨 위는 옷이 아닌 다양한 것들이 들어있었다.

사진, 서류, 편지
그리고 검정색의 카세트 테이프.
카세트 테이프에는 제목조차 쓰여 있지 않았다.

궁금했다.

카세트 안에 테이프를 넣고,
재생 버튼을 눌렀다.

소리가 났다.

어른 남자와
아직 옹알이 하는 아기의 목소리였다.

어른 남자는 아빠였다.
옹알이 아기는 나였다. (동생이 아닌 나였다. 느낌이 왔다.)

아빠는 중학생의 나에겐 상상이 안되는
다정한 목소리로 아기인 나에게 <곰돌이 푸>를 읽어주었다.

아빠의 이야기에 화답하듯
아가인 나는 연신 “아” “우” “아바” 거렸다.

아빠는 어렵고
아빠는 무섭고
아빠는 거리감 있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는데

테이프를 듣고 또 들었다.

그 후로도
아빠와의 관계는
전과 달라지진 않았으나

아빠에 대한 마음은
조금은 부드러워졌다.

그날의 아빠의 목소리
그때의 아빠보다 나이가 든 지금의 나도
기억하고 있다.

소리 하나만으로도
기억 하나만으로도
온기를 품고, 가끔 꺼내볼 수 있는 아빠의 마음을 얻었다.

20대 후반
오디오드라마를 시작으로
소리의 매력에 빠졌었다.

살금살금 다가오는 고양이의 소리
후욱후욱 너무 힘이 들어간 탓에 뻑뻑한 뜨개질 소리
뾰로록뾰로록 조금 남다른 이른 새벽 찾아오는 새의 소리
나와 숨바꼭질 하듯 조금씩 조금씩 이동하는 발많이 달린 벌레의 발소리

그래서 끌린 책이었다.
<소리 사전 - 내게 위안을 주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소리들>

“개구리는 잘 들어보면, 개굴 개굴 울지 않잖아요.
개구리 울음 소리가 정확하게 어떤지 아시는 분?”하는 질문에
“개구리는 꽈르륵 꽈르륵 울잖아요.” 했던 답했던 작가의 일화.

그렇다.
우리집 근처 저수지의 개구리는 꽈르륵 꽈르륵이 아닌
끄르르르르르 끄르르르르르 울지만 말이다.

사람마다 들을 수 있는 소리
소리로부터 담을 수 있는 마음이 다르기에
윤혜선 작가의 소리를 알고 싶었다.


우산 밖 세상은 정적에 휩싸이고 오직 우산 속 그의 숨소리만 가득하던 그 순간.

소리가 들려왔다.

톡!

톡톡톡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 p19

당신에게만 알려드릴게요.
혼자 있고 싶을 땐 연인에게 말해보세요.
“나 지금 눼닝눼닝(Raining Raining)이야.”

눼닝 눼닝 마음에 비오는 소리 p43

어두움과 나빠짐에 매몰되기보다, 나쁜 상태를 더 높고 건강하고 환한 상태로 끌어올리는 고요한 힘을 가진 이들이 내 친구라서 참 좋다. 순정한 마음으로 자신과 더불어 나까지 이끌어주는 이들이 내 친구라서 참 자랑스럽다.

당장 만날 수 없는 곳에 있지만, 또 문자라는 건 너무나 흔한 세상이지만, 그렇기에 더욱 소중한 당신들의 메시지.

띵동 문자오는 소리 p71

주파수를 맞추고 있는 듯한 소리, 전자기기에서 나는 듯한 소리, 브즈즈즈 하는 그 소리 말이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다.
말보다 강한 몸의 공감 능력을 가진 벌들이 이미 지키고 있던 가치였다.

브즈즈즈 꿀벌의 날개짓 소리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나는 일단 라면부터 끓이고 볼 것이다.
다이어트고 뭐고,
위염이고 뭐든 간에.
살쪄라 살, 찌면 어떠냐 살.

살살 살, 사르 살 살 밤 열두시에 라면 끓이는 소리, 오늘만 사는 소리 p188

과일 트럭 옆을 지나는 차들은 “프촤아아아아”소리를 내며 달린다.
그 소리는 파도의 소리다.
망망대해를 포기하지 않고 달리는 파도의 소리다.
일상의 소리다.

파도의 소리는 철썩 철썩이 아니다.

프촤아아아아 파도의 소리 p222

살면 마주하는 소리
한 사람의 삶에서 의식되는 소리, 느껴지는 소리를
함께 하는 시간이었다.

나를 둘러싼 소리
소리 없을 때의 소리가 어떤지
소리와 마음은 어떤 식으로 연결되는지
더 집중하고 싶다.
나만의 소리 사전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해 준 책이다.

두 살 터울의 자매

자매가 아기일 쩍
모유와 이유(식)를 구분해 알려주기 위해
모유는 냠냠,
이유는 맘마로 부르게 했다.

아가들은 냠냠을 냔나로 부르게 되었고,

냔나라는 생소함으로
공공장소의 민망함에서 엄마를 해방시켜주었다.

이제 초등학생이 된 아이들에게
냔냐는 “엄마 안아 주세요”라는 우리만의 신호가 되어 있다.

냔냐 사랑이 필요해요. 안아 주세요.라는 의미의 너와 나의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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