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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사전 - 내게 위안을 주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소리들
윤혜선 지음 / 마음의숲 / 2019년 7월
평점 :
중학생 시절.
‘나는 누구인가?’
‘나는 그 누구의 몸도 아닌, 내 몸에 어떻게 깃들여있을까?’
이런 생각이 가득했던 시절이 있었다.
나는 어디에서 왔고,
기억의 저편 어린 시절의 ‘나’와 ‘엄마,아빠’가 궁금했다.
왜 나는 엄마. 아빠가 아닌
할머니, 할아버지와 살아가는가에 대해 의문이 든 시절
엄마가 할머니 집에 맡겨 놓은
서랍장을 열어보았다.
엄마의 5단 서랍장.
맨 위는 옷이 아닌 다양한 것들이 들어있었다.
사진, 서류, 편지
그리고 검정색의 카세트 테이프.
카세트 테이프에는 제목조차 쓰여 있지 않았다.
궁금했다.
카세트 안에 테이프를 넣고,
재생 버튼을 눌렀다.
소리가 났다.
어른 남자와
아직 옹알이 하는 아기의 목소리였다.
어른 남자는 아빠였다.
옹알이 아기는 나였다. (동생이 아닌 나였다. 느낌이 왔다.)
아빠는 중학생의 나에겐 상상이 안되는
다정한 목소리로 아기인 나에게 <곰돌이 푸>를 읽어주었다.
아빠의 이야기에 화답하듯
아가인 나는 연신 “아” “우” “아바” 거렸다.
아빠는 어렵고
아빠는 무섭고
아빠는 거리감 있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는데
테이프를 듣고 또 들었다.
그 후로도
아빠와의 관계는
전과 달라지진 않았으나
아빠에 대한 마음은
조금은 부드러워졌다.
그날의 아빠의 목소리
그때의 아빠보다 나이가 든 지금의 나도
기억하고 있다.
소리 하나만으로도
기억 하나만으로도
온기를 품고, 가끔 꺼내볼 수 있는 아빠의 마음을 얻었다.
20대 후반
오디오드라마를 시작으로
소리의 매력에 빠졌었다.
살금살금 다가오는 고양이의 소리
후욱후욱 너무 힘이 들어간 탓에 뻑뻑한 뜨개질 소리
뾰로록뾰로록 조금 남다른 이른 새벽 찾아오는 새의 소리
나와 숨바꼭질 하듯 조금씩 조금씩 이동하는 발많이 달린 벌레의 발소리
그래서 끌린 책이었다.
<소리 사전 - 내게 위안을 주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소리들>
“개구리는 잘 들어보면, 개굴 개굴 울지 않잖아요.
개구리 울음 소리가 정확하게 어떤지 아시는 분?”하는 질문에
“개구리는 꽈르륵 꽈르륵 울잖아요.” 했던 답했던 작가의 일화.
그렇다.
우리집 근처 저수지의 개구리는 꽈르륵 꽈르륵이 아닌
끄르르르르르 끄르르르르르 울지만 말이다.
사람마다 들을 수 있는 소리
소리로부터 담을 수 있는 마음이 다르기에
윤혜선 작가의 소리를 알고 싶었다.
우산 밖 세상은 정적에 휩싸이고 오직 우산 속 그의 숨소리만 가득하던 그 순간.
소리가 들려왔다.
톡!
톡톡톡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 p19
당신에게만 알려드릴게요.
혼자 있고 싶을 땐 연인에게 말해보세요.
“나 지금 눼닝눼닝(Raining Raining)이야.”
눼닝 눼닝 마음에 비오는 소리 p43
어두움과 나빠짐에 매몰되기보다, 나쁜 상태를 더 높고 건강하고 환한 상태로 끌어올리는 고요한 힘을 가진 이들이 내 친구라서 참 좋다. 순정한 마음으로 자신과 더불어 나까지 이끌어주는 이들이 내 친구라서 참 자랑스럽다.
당장 만날 수 없는 곳에 있지만, 또 문자라는 건 너무나 흔한 세상이지만, 그렇기에 더욱 소중한 당신들의 메시지.
띵동 문자오는 소리 p71
주파수를 맞추고 있는 듯한 소리, 전자기기에서 나는 듯한 소리, 브즈즈즈 하는 그 소리 말이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다.
말보다 강한 몸의 공감 능력을 가진 벌들이 이미 지키고 있던 가치였다.
브즈즈즈 꿀벌의 날개짓 소리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나는 일단 라면부터 끓이고 볼 것이다.
다이어트고 뭐고,
위염이고 뭐든 간에.
살쪄라 살, 찌면 어떠냐 살.
살살 살, 사르 살 살 밤 열두시에 라면 끓이는 소리, 오늘만 사는 소리 p188
과일 트럭 옆을 지나는 차들은 “프촤아아아아”소리를 내며 달린다.
그 소리는 파도의 소리다.
망망대해를 포기하지 않고 달리는 파도의 소리다.
일상의 소리다.
파도의 소리는 철썩 철썩이 아니다.
프촤아아아아 파도의 소리 p222
살면 마주하는 소리
한 사람의 삶에서 의식되는 소리, 느껴지는 소리를
함께 하는 시간이었다.
나를 둘러싼 소리
소리 없을 때의 소리가 어떤지
소리와 마음은 어떤 식으로 연결되는지
더 집중하고 싶다.
나만의 소리 사전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해 준 책이다.
두 살 터울의 자매
자매가 아기일 쩍
모유와 이유(식)를 구분해 알려주기 위해
모유는 냠냠,
이유는 맘마로 부르게 했다.
아가들은 냠냠을 냔나로 부르게 되었고,
냔나라는 생소함으로
공공장소의 민망함에서 엄마를 해방시켜주었다.
이제 초등학생이 된 아이들에게
냔냐는 “엄마 안아 주세요”라는 우리만의 신호가 되어 있다.
냔냐 사랑이 필요해요. 안아 주세요.라는 의미의 너와 나의 신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