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릿, 느릿, 느릿 나무늘보 The World of Eric Carle
에릭 칼 지음, 서남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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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 느릿, 느릿
나무늘보

-책보고 아이는 이렇게 말했어요--------------------------

나무늘보를 참 좋아해요.
내가 좋아하는 나무늘보들이 떠올라요.

느릿느릿 느릿 이 책의 나무늘보도
느릿 하지 않고 빠릿한 나무늘보 미켈레도 생각나요.

느릿 느릿 느릿 나무늘보는
꼭 엄마 같아서 좋았고,

혼자 일 거 같은 나무늘보 옆에
많은 동물들이 오고 가며 이야기 하는 모습이
좋았어요. 쉬는 시간에 나를 찾는 친구들
같고요.

‐----------------------------------------------------------------------
먹고, 자고, 깨고,
매달려 있는 나무늘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해가 뜨나 달이 뜨나
제자리를 지키는 나무늘보에게

다가오는 많은 동물들이
질문을 던집니다.

"너는 왜 그렇게 느려?"
"너는 왜 그렇게 조용해?"
"넌 왜 그렇게 따분해?"

나무늘보의 대답이
제 눈에는 보입니다.

누구보다 빠르게
누구보다 소란스럽게
누구보다 즐기며 자신의 삶을 자기 속도대로
살고 있는 나무늘보가요. 필요한 만큼만 먹고,
숨과 쉼을 철저히 지키며, 비상식량을 늘 몸에
지니는 나무늘보의 철학, 곰곰의 철학을 알려주는
그림책입니다.

과거 땅과 바다, 그리고 하늘을 누빈 후
숲 중에서도 나무 위에서 계속 생을 이어가는
느림의 미학, 사유의 일상을 나무늘보가
들려주는 듯 합니다.

너를 찾는 많은 동물들과 함께 지구상에서
오래 오래 함께 살기를 바라며. 에릭 칼 작가님은
책 너머의 독자들에게, 나에게 나를 스치는 동물들을 느끼는, 나무늘보식 궁리를 해 보길 바란 건 아닐까 그런 생각도 해 봅니다.

자신의 속도대로 소화 해 내는 삶,
곁의 누군가의 속도도 생각하는 삶,
나무늘보와 닮아보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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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달님을 데려와 주세요 The World of Eric Carle
에릭 칼 지음, 이상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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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숨바꼭질 중인 해와 달.
매일 한번 이상 맨눈으로 혹은 마음으로 느꼈던 달.
에릭칼의 컬러풀한 달 그림책 <아빠 달님을 데려와주세요>는
아이들이 날 때부터 저 하늘 달처럼 곁에 두며 지냈다.

아이는
그림책을 펼치면
하늘의 달 한번, 그림책의 달 한번
뻥과자를 꺼내면
과자 속 달 한입, 그림책의 달 한번
변해가는 달을 그림책 안과 밖으로 만지고 놀곤 했다.

엄마는
괜히 음악을 듣고파,
그림책과 어울리는 Fly me to the moon을 틀며
음악 속 달 한곡, 그림책의 달 한번
함께 보곤 했다.

그리곤 훌쩍 해가 지나
이 그림책을 다시 만났다.

이제 자신의 언어를 가지고, 생각을 그물처럼 펼치는 아이는
그때를 기억하는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그림책을 펼쳐가며(아이 때 이 그림책은 펼치는 팝업형태는 아닌
일반 그림책이었다) 달을 바라보았다. 한참.

그러다 물꼬가 트인 듯 이야기를 한다.

<<아이의 감상 입니다>>
나도 달님이 갖고 싶다.
가까이서 보고 싶다.
이 손에 들고 싶다.

그림책을 보곤
달님이 참 멀리도 있다는 걸 생각했다.

그림책처럼
아빠도 나도 달님을 데려올 수 있다면
그림책과 달리
아빠도 나도 달님을 데려올 순 없다.

그러나
내 마음속에는 달이 빛나고 있었고,
마음 밖으로도
내 곁에 둘 수 있는 달님을 만들었다.

달님은 이제 가까이 있다.
하늘에 떠 있는 달님은 나를 보고웃고,
달토끼는 그런 나를 자랑스러워 할거다.
언젠간 달님에게 가 보고 싶다.

아빠도 데려가야지.
같이 떡을 만들어야지. 달토끼랑.
<<2023.10.18 두찌>>


밤, 아이와 마당을 나왔다.
하필 가는 날이 장날이라 그런가? 달이 보이지 않았다.
달은 분명 떠 있을게다. 달 앞에(밑일까) 드리운 구름 이불이 우리를 덮어주고 있어서 일 것이다.
"달이 안 보이네"
발을 동동 구르는 엄마와 달리 아이는 방으로 돌아와 움직인다.
포일과 랩과 종이와 가위를 가져온다. 무언가 만들기 시작한다.

아이가 이 밤 나를, 달 뜨게 해 준다.
달님을 내게로 데려와 주었다. 언젠간 아이가 모으는 소중한 보석,
돌멩이 같은 저 달의 표면을 걷고 싶다는 꿈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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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풍당당 여우 꼬리 4 - 붉은 여우의 속삭임 위풍당당 여우 꼬리 4
손원평 지음, 만물상 그림 / 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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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이 바뀌고, 낯선 환경과 낯선 아이들 속에서
생활해야 하는 초등학생 단미. 단미는 친한 사이끼리 오래 함께 하고프지만 학교 생활은 학생 단미의 의지대로 흐르는 것은 아니다.
눈 앞에 비치는 반 아이들을 바라본다. 동경하던 친구는 비슷한 취미를 지닌 다른 아이와 친하고, 단미를 의지하지만 단미가 의지하기엔 자기고민이 큰 친구가 있다. 단미에게 있어 특기이자 힐링인 그림. 그림실력을 위협하는 듯 뛰어난 재능을 가진 아이도 등장한다. 단미의 곁에서 자꾸 말을 시킨다.
단미는 그런 상황이 못 마땅하다. 불이 확 덴 듯, 자신이 불이 된 양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고슴도치인양 가시를 세운다. 그 순간 네번째 꼬리가 나타난다.
단미는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고, 자신을 소중히 대해주고, 자신이 최고라 말해주는 네번째 꼬리의 말에 귀기울인다. 꼬리가 시키는데로 행동하기 시작한다.

손원평작가님이 글을,
만물상작가님이 그림을 그린
위풍당당여우꼬리 네번째 이야기
붉은 여우의 속삭임.

아이들과 나 모두 좋아하는 작가님들이라
기분좋게 각자 따로 읽고, 함께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마음
눈에 보인다면
나와 거리를 두고 볼 수 있는
형태가 있다면, 내 마음을 잘 다룰 수 있을까?

자로 잰 듯
여기서 여기는 무슨 마음,
저기서 저기까진 이런 마음
마음의 정확한 구간이 있다면 마음의 선을 그을 수
있을까?

볼 수 있는 마음, 무게와 길이를 가늠해 딱
선 긋거나 오려 낼 수 있는 마음.
나의 마음이 그런 것이라면 참 좋을 수 있겠지만
어른도, 아이도, 남의 마음 뿐 아니라 나의 마음도
제대로 다룰 수 없는 게 사실이다.

갑작스런 인생의 길 위에서 나를 집사로 찜하고 직전해 내 마음 사롭잡는, 벗어날 길 없는 야옹이들의 간택식처럼 내 몸과 내 정신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 다양한 마음들.

그 중 불 같은 마음, 불을 들고 질주하는
질투라는 감정을 책을 통해 생각해 본다. 아이와
이야기 나눈다. 아이는 아이대로, 나는 나대로 몸과 마음을 달아오르게 하는 아궁이같은 마음, 질투를 떠올렸다. 질투는 꼭 나쁜 감정이 아니기에, 우리만의 질투 사용법도 이야기 했다. "마음을 불태워" 나만의 무기로, 모두 안에서 조화롭게 지내는 법도 고민해본다. 질투는 행동을 이끄는 것. 올바른 질투 사용법 리스트를 하나 둘 늘려보기로 한다. 중학생과 초등학생, 그리고 한때 중학생이자 초등학생, 계속되는 시간 속 다양한 감정을 만나는 나 역시.
일주일동안 우리의 기분을 꼬리와 색으로 표현한다면 매일이 오색빛깔, 총천연색일듯 하다. 한데 모아보면 멋진 감정들의 스펙트럼, 우리를 성장시킬 도로이는 노란색 우리는 오색길이 될 거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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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귤을 좋아하세요 창비청소년문학 122
이희영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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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보는 나와 내가 아는 나는
남편이 보는 나와 내가 아는 나도 다르다.

때론
'난 다른 면도 있어. 네가 잘 몰라서 그래~'
홀로 생각하지만
'앗 정말로? 내가 그런 사람일까?' 할 정도로
나도 모르는 나를 알아갈 때도 있다.

얼굴에 달린 조그마한 두 개의 창(눈)
두개의 수화기(귀), 한 개의 마이크(입)은
오로지 앞을 향해 있어서 그런 것일까?

눈 앞의 누군가 뿐 만 아니라
이 몸의 주인인 나 역시
스스로를 다양한 각도, 입체적인 형태로
경험하진 못한다. 내가 움직이는 주체이지만
움직임을 느끼는 데엔 주체적이지 못한다.

기억 하고픈 것만 기억하는 인간^^

사진 속에서, 영상 속에서, 때론 공간 안에서
과거의 향수가 때론 맛으로, 때론 향으로, 때론
감으로 피어오르곤  한다.
혼자서 즐기기도 하지만, 때론 과거 함께 한 이와
손과 손을 부딪혀 소리내듯 함께 좋아하고 싶어서
넌저시 이야기를 꺼낼 때가 있다.

상대에게서 반응이 온다.
나의 기대와는 무색할 때가 있다.
기억하지 못하거나, 나만큼 중요하지 않거나,
희미한 흔적으로만 남아있거나. 한때는 실망했던
적이 있지만, 지금은 안다. 사람은 경험한 것을
기억하는 것은 맞지만, 기억하고픈 걸 아이스크림
고르듯 기억한다는 사실을.

그리고 개인의 경험의 크기와 부피에 따라
기억이 더 촘촘해진 만큼 새어나가는 부분도
있다는 것을.
그럼에도 기억하고 싶고, 기억되고 싶다.
그리움 이라는 키워드로,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그 시간에 인사하고 싶다.

이희영 작가님의 신작,
여름의 감귤을 좋아하세요 를 읽었다.

곰솔과 JIN과 혁의 메타버스 '가우디'처럼
비밀스럽지만 나로 있을 수 있는 공간,
그때 만났던 인연들이 하나 하나 떠올랐다.

파란 창 안에서 밤새도록
기쁨, 슬픔, 때론 아픔을 이야기를 나누던
닉네임들이 스쳐갔다. 당시는 생생했던,
지금은 습한 창에 끼인 서리처럼 뿌연 기억
속에서도 잘 지내고 있기를, 안녕하기를,
여름의 귤과 함께 생각해 본다.

사람은 기억하고픈 것만 기억하고
사람은 자기중심적으로 저장한다.
사람은 자기를 중심으로, 자신과 연관있는 것을
기억한다. 추억으로 혹은 아픔으로 펴고 접어본다.

사람에 대한 기억도 그런 것이라면,
사람의 어떤 기억을 모아봤다 멀어져 간 사람의
모든 면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에 대한 좋은 기억, 조각 조각 나뉜 기억을
모으면 우리가 한 때 사랑했던 이, 계속 불러내고픈
자리로, 공간으로, 그리움의 마음 안녕하고픈 마음의
조각을 맞출 기억의 숲이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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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공주는 자정 이후에 죽는다
캉탱 쥐티옹 지음, 박재연 옮김 / 바람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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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공주는
자정 이후에
죽는다]

를 읽었다.

책을 바라보면
제목 위로
스며 나오는 나만의 제목

[모든 공주의 서사를
자정 이후엔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자정 이후로도 오랫 동안
공주는 살아가지만 말이다.

아무도 말하지 않는 공주의 이야기,
사랑의 끝과 시작 사이의 이야기를
공주가 스스로 말해야 한다. 궁금해야 한다.

누구보다도 공주를 아는 공주가 말 걸어야 한다.
말 되어져야 한다. 함께.

그래픽노블 [모든공주는자정에죽는다]는
하나의 시간 속 네 개의 이야기가 교차한다.

이미 죽어버린 인물인 프린세스 다이애나,
살아가는 인물인 루루, 카미유, 그녀들의 엄마다.
침묵 속의 공주 인형들은 
삶이라는 이야기 속 주인공, 저마다의 고민으로
고립된  세사람가 닮아있다. 한때 공주를 꿈꾸었던,
그리고 현재 공주를 꿈꾸는 그녀들이다.

시작,중간,끝에 놓인 세 사람.
억압된 자유인이 되어버린 그들은
형태없는 사랑을 물에 태우고,
자신의 살을 태우고, 자신의 혼을 태운다.

프로쿠르테스의 침대처럼
세상의 기준, 세상의 눈은 나의 키를 자르려 한다.
사람을 사랑을 하는 것은 자유지만
누구를 사랑하느냐는 자유가 아니다.
옷을 입는 것도, 생각과 행동을 하는 것도 자유가 아니다.
너는 공주가 아니야 하는 세상 그럼에도 주인공은 노래한다.

할 말을 잃고,
꿈도 잃어버린 난
외칠 수 밖에 없죠.
사랑해요. P63

별거 아니야.
앞으로 우리 사는 게 좀 변할지 몰라.
그러니까 이렇게 꼭 서로 껴안고 있어야 해. P144

때론 여자처럼, 때론 남자처럼 옷을 입어도
나는 나,
나처럼 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어도
너는 너답게 거기 있어도 돼, 그래야 해 하며
꼬옥 껴안아 줄, 이야기를 나누어 줄
아름다운 사람, 아름다운 목소리가 계속 나온다면
견딜 수 있고, 잘 살 수 있음을 생각한다.

그러면서 느낀다.

컸다!
엄청 컸다요!
하늘까지 닿겠네! p148

매일 자라는 나
그런 자아自我들의 포옹과 행진을 생각한다.
모든 공주는 자정 이후 다시 태어난다.

P.S
공주 이야기를 좋아하는 중학생은
공주 이야기를 삐딱하게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삐딱하게라는 표현은, 저의 표현이고 좋은 의미입니다.
현실과 환상, 과거와 현재의 사람으로서의 공주를 아이가
보기 시작했다는 기쁨의 표현(?)이라고 할까요?
아이는 다양한 음악,영상,책을 통해 공주들을 생각합니다.
공주들의 삶을 돌아보고, 물음표를 하나둘 던질 때
이 책도 함께 읽었습니다. 사람의 사랑이라는 점, 사랑이
단지 달콤한 감정만이 아니라는 점, 서로 견디거나 서로
그만둘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점, 사랑이 끝나도 사람은 계속 된다는 점을 이야기 나눌 수 있었던 책이었답니다. 외면하지 못하는 사람의 삶, 이야기에 귀기울이는 방식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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