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천재적인
베네딕트 웰스 지음, 염정용 옮김 / 단숨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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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돌보며 근근이 살아가던 프랜시스는 어느 날 편지를 받는다. 그것은 그의 삶의 180도 바꾸어 놓았다. 친아버지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된 것이다. 편지를 바탕으로 직접 그 사람을 만나러 간다. 병원에서 만난 소녀와 한 친구와 함께 이곳저곳을 누빈다.

 

하지만 생각보다 진실은 잔인했다. (미리 이야기하지는 않겠지만 그에게는 무척이나 잔인했다.) 사실 처음부터 조금은 짐작하고 있었다. 물론 미래에 그가 무슨 직업을 가지고 어느 정도의 삶을 살게 될지는 모르지만 지금 지금 상황을 봐서는 그다지 나아질 것 같지 않았다. 이런 몇 가지로 추측해서는 안 되지만 눈앞에 있는 것만 봐서는 답은 뻔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처한 그가 라스베이거스에 다시 입성한다. 성공하리라 생각했는데 쉽게 잃어버리고 위기에 봉착한다. 그리고 마지막 구슬의 위치는 가르쳐주지 않는다. 이럴 수가! 어떤 결말이 날 지 꼭 지켜보고 싶었는데. 결과는 독자에게 맡긴다는 뜻인가. 그래도 작가의 의도가 정말이지 궁금했단 말이다! 늘 어두운 분위기라 적응이 안 될 수 있지만 가끔 이런 진지한 분위기의 소설을 만나는 것도 좋다.

 

책에서 만난 좋은 문장

1) 죽음에 대한 생각

“객관적으로 보자면 죽음은 인간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최상의 것이죠. 죽음은 인간들에게 삶을 직시하고, 삶의 매순간을 즐기고, 자아를 실현시키도록 강요하니까요. 죽음은 유일하게 올바른 종말이고, 불가피하고 강력한 동인이기도 해요.” 그는 잠시 뜸을 들였다. “주관적으로 보자면 죽음은 물론 지랄 같지만.” (252)

 

이 문장을 좀 더 일찍 만났더라면 다른 글을 쓸 때 쓸 수 있었을 텐데. 죽음의 의미를 정말 잘 설명하고 있는 것 같다. 이것은 마치 장미와 같아서 황홀함과 고통을 동시에 준다.

 

2) 포기하고 싶을 때

“가장 중요한 건 너의 좌절된 모든 꿈과 희망에 매달려 그걸 절대 놓아주지 않는 거야. 비명을 질러도 좋고 애원해도 좋아. 하지만 너 자신을 더 이상 믿지 못할 때조차 그것들을 놓아버려서는 안 돼. 만약 놓아버리면 그땐 모든 것이 끝장이야, 꼬마야. 그 시절 이후로 너의 인생은 허깨비야. 네가 몇십 년을 더 이 세상을 헤매고 다닌다 해도 내적으로는 이미 죽은 거와 다름없지…… 이곳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말이야.” (285-286)

 

이 문장에 정말 공감했다. 진짜 경험하지 않고서는 다른 사람에게 말해줄 수 없는 진심에서 우러나온 문장이다. 이런 말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점에서 프랜시스는 불행한 일을 겪었지만 행복한 사람이라 조심스레 말해도 될까. 하나의 실패에 주춤거리고 주저앉아 버리고 싶을 때 스스로에게 해줘야겠다. 가장 중요한 건 실패한 것 자체가 아니라 그 뒤에 어떤 행동을 하는가라고.

 

문득 든 생각인데 제목이 참 의미심장하다. 아버지와 아들이 만났을 때 한 대화가 떠오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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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의 연인들 - 소설로 읽는 거의 모든 사랑의 마음
박수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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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책이 있다. 혼자서는 찾아보기 힘든 책을 읽을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다. 하나의 주제를 설명만 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된 책을 가져다 예시로 활용한다. 그렇게 하나씩 알아 가면 똑같이 어려운 내용이라도 쉽게 이해가 된다. 이번에 키워드는 ‘사랑’이었다. 12월의 첫째 날, 연말이기 전에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있다. 겨울이 오면 굳이 사랑하는 사람을 원한다기 보다는 사람이 ‘그리워서’ 외롭다. 딱히 말로 표현하지 못하겠지만 온기가 필요하다는 느낌이랄까.

 

<백 년 동안의 고독>에서 소개된 독자에 관해서 밑줄 그은 부분이 있다. (사랑을 하고 헤어졌던) 그때, 아름다운 천국에서 외줄을 타는 기분이었다고 한다. 무시무시한 낭떠러지로 떨어질까 두려워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이다. 행복과 불안이 공존하고 있었다. 사실 비단 사랑뿐만 아니라 우리는 새롭게 도전하는 많은 것을 기대하면서도 두려워하고 있다. 그런데도 사랑이 이렇게 주목받는 것은 그것이 한 사람의 일생에 크나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일상의 실수는 다시 비교적 쉽게 돌이킬 수 있지만 끝나버린 사랑은 추억 속에 머물곤 한다.

 

<사랑과 다른 악마들>에는 아름다운 시구가 나온다. (나중에 편지 쓸 때 인용해서 쓰면 그럴 듯한 문장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 특히 마지막 문장(칼이 항복한~시험하도록)이 인상적이었다. 이런 문장은 어떻게 하면 나오는 것일까.

그대 때문에 태어났고, 그대 때문에 살아가고, 그대 때문에 죽을 것이며, 그대 때문에 죽어가노라.

마침내 나는 당신의 손길에 이르렀습니다./ 내가 최후를 맞으리라는 걸 알고 있는 그곳에./ 칼이 항복한 자를 얼마나 깊이 찌르는지 오직 나에게만 시험하도록. (69페이지)


<피아노 치는 여자>를 보면서 이 책을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카페 회원이 떠올랐다. 어두움, 집착, 우울함이 주를 이루는 책이라며, 세계문학전집에서 몇 권을 꼽아주었다. 그때는 별로 끌리지 않았는데 이렇게 익숙한 제목을 만나게 되니 이제는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여기 나온 책 중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책 중 하나)

 

<돈키호테>에서 ‘재수 없어’하던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드라마의 설정을 보면서 ‘응답하라 1994’의 한 커플이 떠올랐다. 진짜 매일 싸워서 커플이 될지 몰랐는데 어느새 보니 사랑을 키워가고 있더라. 이래서 사람 일은 모른다고 하나 보다.

 

<달에서 나눈 얘기>와 <채식주의자>는 한 번쯤 이름을 들어본 한국소설 작가라서 눈에 뜨였다. 이제까지 외국소설을 보다가 한국소설이 나와서 반가웠다. 최근에 <도자기 박물관>과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가깝게 접하고 있었다. 이제 이것을 발판으로 <달에서 나눈 얘기>를 볼 차례다.

 

책 속에 소개된 책을 메모해두었다가 꼭 읽어봐야겠다.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읽고 싶은 마음이 드는 책은 언제든지 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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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공원정대
배상민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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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담긴 단편의 주인공은 각자 사회의 한 모습을 대변한다. 주변에서 평범하게 볼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바로 주인공이다. 그래서 좀 더 불편할 수도 있고 어떨 때는 공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안녕 할리’라는 단편이다. 작가님들이 단편소설을 묶을 때 제목으로 염두에 둔 작품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아니면 편집부에 순서와 함께 맡기기도 하지만 그래도 마음이 더 가는 작품은 누구에게나 있기 마련이다.)

 

아마 이 경우에는 ‘조공 원정대’가 바로 그 주인공이리라. ‘조공 원정대’도 흥미롭게 읽었지만 한 사람을 그렇게까지 좋아해본 적이 없어서 크게 공감하지는 못했다. 대신 ‘안녕 할리’는 상당히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물론 직장을 그만두고 할리를 사고 오토바이 가게를 열지 못하지만 말이다. 그 사람이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우리네 모습과 닮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자식에 이어서 개를 데리고 와서도 배변 훈련하는 모습을 보면서 둘 다 딱하다는 생각을 했다. 부모로써는 엘리트 코스를 밟은 후에 직장을 다니던 자식이 자영업을 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개야 이 집으로 팔려온(?) 이유밖에 없는데 동물의 욕구를 억제하고 있다. 그 사이에 아들이 존재한다. 그는 결국 같은 처지의 개한테 동정심을 느끼고 선택을 하게끔 문을 열어 준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문제를 개인에게 돌릴 수는 없다. 사람은 유기적 존재로 사회 속에 관계 맺으며 살아간다. 그러니 책임은 서로에게 지고 있는 것이다. 잘잘못을 따지기에는 멀리 와버린 감이 있다. 이 상황이 쉽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 어느 정도 유지되면서 상처입고 아파할 것이다. 그러나 상처를 아물기 마련이고 때로는 곪아 터질 수도 있는 법이다.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좀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간다면 그것이 최선이 아닐까.

 

그냥 하루에 한 편씩 읽어나가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한다. 한 번에 다 읽기엔 다들 비슷하니 자칫 지겨울지도 모른다. 가끔 머릿속에 물음표를 그리곤 하지만 이런 행동마저도 이 책을 읽은 감상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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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미스터리
J.M. 에르 지음, 최정수 옮김 / 단숨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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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미리 한 가지 고백하자면,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과 그지 친하지 않다. 좀 더 자극적이고 치열한 전개에 익숙해 지다보니 고전 추리 혹은 미스터리 소설과 거리를 두게 되었다. 만약 이들을 먼저 만났더라면 궁극의 레벨을 가진 전문가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크리스티의 소설도 대표작만 읽어봤을 뿐, 전집을 모조리 섭렵하지는 못했다. 언젠가 마음을 다잡고 볼 수 있도록 ‘날’을 잡아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홈스의 전문가라고 내로라하는 사람이 베이커 스트리트 호텔에 모인다. ‘베이커’라고 하니 생각나는 인물이 있는데 유명한 만화 ‘명탐정 코난’의 주인공이 홈스의 광팬이다. 그래서 그런지 거의 모든 시설의 이름에 베이커 이름이 붙는다. 어쨌거나 각자 자신이 최고의 전문가라고 자부하면서 주장을 펼치는데 어느 것 하나도 쉽게 넘어가는 법이 없다.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자기가 더 나은 사람이라고 증명하기 위해 노력한다. 눈이 와서 고립된 와중에 한 명씩 죽어간다. 전개는 누가 써 놓은 기록에 의존하여 수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조용히 읽어가다가 마지막에 상당히 놀랐다. 결말을 보면서 ‘그럴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했는데 주인공의 의미심장한 말에 사로잡히고 만다. 범인은 ○○일수도 있고 아니면 ○○일 수도 있다. 어느 쪽으로 생각하더라도 근거가 있어 보인다. 작가가 염두에 둔 결말은 무엇일까, 새삼 궁금해진다. 명확하게 보이지 않으면 해결될 때까지 남아있게 되는데 이 의문을 정녕 풀어줄 사람은 없단 말인가. 한 번 더 읽고 사건을 차분히 정리하면서 연결고리를 찾아봐야겠다. 진짜 홈스를 사랑하는 사람은 이 책을 읽고 어떤 반응을 할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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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림 받은 황비 1~2 세트 - 전2권 블랙 라벨 클럽 7
정유나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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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권을 읽으면서 아직 읽을 권수가 남아있다는 생각에 기뻤다. 황태자비로 태어나서 그것만을 바라보고 살았지만 끝내 이룰 수 없던 여자의 이야기다. 물론 이런 비운의 여주인공은 많은 소설의 소재가 되었다. 또한, 죽은 주인공이 과거로 돌아간다는 설정도 만나보았다. 그런데 이 책이 끌린 이유는 모든 일에도 꿋꿋하게 헤쳐 나가는 그녀의 모습이 마음에 들어서이다. 한 사람을 이토록 좋아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숭고함마저 느껴졌다. 어느 날 뚝 떨어져 그 사람 옆에 자리 잡은 여자와는 비교도 안 되게 똑똑하고 참한 신붓감이었다. 그러나 눈이 먼 남자가 그녀를 외면하면서 ‘버림받은 황비’가 되었다.

 

여기서 쟁점은 과연 얼마나 운명이 바뀔까, 이다. 과거와 달리 아버지와도 살가운 관계를 유지하고 총명함과 미모(?)를 알아챈 귀족 자제도 몇 명 생겨났다. 신에게 따져서 미들 네임까지 얻은 그녀의 행방이 기대된다. 마주치면 두려움에 떨다가도 다정한 행동이나 말 하나에 마음이 흔들리는 모습이 잔잔하게 웃음 짓게 했다. 운명은 어디로 갈 것이며 두 사람은 어떻게 될 것인가, 빨리 다음권이 보고 싶다. 자신을 버린 남자에게 그 선택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게 해줘야 하는데. 그 사람은 기억도 하지 못한다니, 뭔가 억울하다. 속 시원하게 욕이라도 할 수 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다.

 

주인공 옆에 있는 서브 남주인공 중에서 유독 눈에 가는 사람이 있다. 조심스레 고백했지만 원하는 대답을 얻지 못하고 눈물을 삼킨 ‘알렌’에게 자꾸 관심이 간다. 사랑이 너무 과해져서 돌이키지 못할 선택을 할까 두렵다. 2권 말미에 그의 독백이 나온다. ‘나조차도 내가 의심스러운데, 너는 어떻게 그렇게 일말의 불안도 없이 내 앞에서 마음을 놓고 있는 거야.’ 이 문장을 보자마자 “혹시…….”라는 말과 함께 가정이 떠올랐다. 그가 옆에 있는 것조차 허락받지 못한 채 쓸쓸하게 죽어갈 까봐, 안쓰럽다. (이런 남자를 볼 때면 로맨스 소설을 써서 남자주인공이 아닌 짝사랑 남자와 이어지게 만들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한 번도 해본 적은 없는데. ‘알렌’도 이 범주에 속하는지라 안타까웠다.) 왜 항상 이렇게 짝사랑을 하는 남자가 옆에 있는 걸까. 삼각관계가 재미를 배가시키기는 하지만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을 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 사람의 사랑이 비극으로 끝나지 않기만을 빈다. 눈물의 이별로 여주인공의 가슴에 남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어서 다음 권을 보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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