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사랑 - 순수함을 열망한 문학적 천재의 이면
베르벨 레츠 지음, 김이섭 옮김 / 자음과모음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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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사랑’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것은 그가 사랑한 여인에 관한 이야기다. 솔직하게 털어놓자면, 그의 사랑 이야기보다는 소설에 더 관심이 간다. 특히「수레바퀴 아래서」나「데미안」을 좋아한다.

 

“소년의 내면에는 거칠고 야만적인 무질서의 요소가 숨어있다. 먼저 그것을 깨트려야 한다. 그것은 또한 위험하기 짝이 없는 불꽃이다. 먼저 그것을 밟아 꺼버려야 한다.”

―「수레바퀴 아래서」中

 

이런 문장이 군데군데 박혀 있어서 지루한 순간이 오더라도 끝까지 읽도록 만든다. 몇 년 전에 읽었는데 다시 읽고 싶어졌다. 또한, 그의 사랑 이야기를 보며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다.「수레바퀴 아래서」 속에 헤세의 예전의 경험이 나온다는 것인데 굉장히 뜻밖이다.

맨 처음 나오는 ‘마리아’가「데미안」에서 어머니에 대한 묘사를 보고 불안에 빠진다는 구절이 나온다. 그리고 세 번의 결혼과 헤어짐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랑 뒤에 따라오는 이별은 예술가의 숙명인가, 아니면 그만이 특이사항인가. 아마도 전자의 비율이 조금 더 높지 않을까 싶다.

 

한편, 우리는 감명 깊게 읽은 책의 작가를 직접 만나보길 원한다. 하지만 짧은 만남이 지나고 난 후에 때로 실망하기도 한다. 작품을 읽으며 쌓아 올린 작가에 대한 생각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내게 소설로만 만나는 것이 더 나을 뻔 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글을 쓰는 작가의 모습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건 사실이다. 그들의 이야기가 애정을 모두 지울 수는 없는 법. 동경과 평범함 모두를 만날 수 있는데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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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편 섬
이경자 지음 / 자음과모음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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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옛날에 한 여자가 살았습니다. 그녀는 어려운 시간을 보냈지만, 결국에는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이야기 끝.”으로 끝나지 않는다. 여전히 아픈 사람으로 남아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삶이 행복하지만은 않다는 소리다. 나름대로 상처가 있지만 그것을 보듬으면서 그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들려준다.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없어서 고개를 갸웃거린다. 하지만 누군가 이것을 각각의 화자를 통해 들려준다는 점이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이산가족 상봉에서 만난 자매에 관한 단편이 기억에 남는다. ‘언니를 놓치다’라는 소제목이 대부분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동생이 언니가 기다리라고 한 그때 이후로 자신은 자라지 못했다는 한 맺힌 절규가 인상적이었다. 이것 말고도 하지 못한 말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사실 소설을 읽을 때 모두가 잘 되는 결말이 이상적이라 생각하고 좋아한다. 하지만 막상 읽어나가면서 ‘비극’의 필요성을 알게 되었다. 어떨 때는 죽음 혹은 이별이 최선이 되기도 한다. 여기에 대해 남아 있는 사람은 상실감에 괴로워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선택을 되돌릴 수도 없거니와 대신 살아주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런 생각을 증명하기라도 한 듯이 <건너편 섬>이라는 책을 만났다. 또 이런 종류의 책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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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나 1997 - 상 - 어느 유부녀의 비밀 일기
용감한자매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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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권의 책을 모두 읽은 뒤에 든 생각이 하나 있다. 가장 부러운 것은 대학생활을 할 때 같이 다니던 오 자매다. 물론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라 지금은 그때처럼 모이지 않지만 말이다. 그래도 종종 모임을 가지고 문제를 상담할 수 있는 친구가 생긴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싸우면서도 그렇게 서로 이해해줄 수 있는 것은 그동안의 추억이 바탕이 되기 때문이 아닐까.

 

5명이 얽히고설키면서 조금 미워할 때도 있다. 그리고 다들 치열하게 자신의 삶을 살고 있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일본에 있었던 한 남자의 이야기다. 거기에 더해서 하 권 말미에서 본문에서 나오지 않은 에필로그를 풀어놓는다. (자세하게 풀어놓으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자제하겠다.) 한 가지만 말하자면, 결국 만날 사람은 (늦어진 만남이 아쉬울 수 있지만) 어떻게 하든 만나게 되어있다.

 

마지막으로, ‘용감한 자매’라는 작가님을 어디서 뵌 거 같다고 했는데, 네이버 웹소설에서 연재 중이셨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의 느낌이 너무 달라서 알아차리지 못했다. 전자가 약간 달달함을 가미한 로맨스라면 오프라인에서는 달달함은 진즉에 넘어섰다고 할까. 이번 책에서는 주변 인물에 대해서 주인공이 서술했는데, (책 속 편집자도 말했듯이) 주인공의 뒷이야기가 궁금하다. 몇 년 후에 같은 제목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최근에 텔레비전에서 만났던 ‘We are Young’이라는 노래를 여기서 들어서 지금 찾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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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석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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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제목이 왜 '통'인지 궁금했다. 그런데 부산에서는 소위 말하는 짱을 '통'이라고 부른단다. 제목에 대한 의문은 이렇게 쉽게 해결되었다. 그리고 무표정으로 이 바닥(?)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정우는 사건에 휘말리면서 무서운 실력을 내세워 전학을 간 학교에 '통'이 된다. 처음에 프롤로그를 보고서는 진짜 꿈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꿈이길 원하는 바람이었고 현실에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 (이건 단순한 판타지로 끝나는 게 아니라 실제상황이다.) 교생 선생님 이후에 정체를 완전히 숨긴 채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좀 더 이야기를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끝을 내기에는 행적이 너무 화려하지 않은가.

 

그리고 두 번째로는, 그의 공중에서의 활약을 애니메이션으로 보고싶었다. 물론 만화에서도 그러하듯이 소설에서는 담아내지 못하는 것이 있다. (싸우고 복수하는 과정의 묘사가 정말 사실적이라 한편으로는 조금 불편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넋놓고 쳐다보게 되는 정우만이 할 수 있다는 특유의 도약법을 직접 움직임으로 보는 것도 괜찮겠다. 아니면 애니메이션을 기다리다가는 영 못 볼 수도 있으니, 웹툰으로 먼저 만나봐야겠다. 뭐랄까, 무엇 하나 빠지지 않고 다 들어간 빙수를 맛 본 느낌이다.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는 것은 강 선생님의 한 마디.

 

"너희들은 미운 시기야. 이건 시기란다. 누구나 그런 때가 있지. 너희들은 개성이 강해서 조금 눈에 잘 띄는 것뿐이야. 이 시기만 지혜롭게 넘기면 너희들은 아주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어." (128-129)

 

이 말을 좀 더 많이 갈등하고 생각했더라면, 결과가(미래가) 바뀌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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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사물들 - 시인의 마음에 비친 내밀한 이야기들
강정 외 지음, 허정 사진 / 한겨레출판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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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부터 시집을 한 권씩 읽고 있다. <시인의 사물들> 속에서도 낯익은 시인을 꽤나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그래서 더욱 더 반가웠고 알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사물을 보는 그들의 시각이 무척이나 궁금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간의 경험을 돌이켜 보면 (시인이) 무언가 (우리와는) 다른 렌즈를 끼고 있다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을 때가 있다. 보통의 우리가 보지 못하고 지나치는 세밀한 것들은 시인은 쉽사리 놓치지 않는다. 끊임없이 파고들어 어떤 '소리'를 잡아낸다. 그런 순간이 모일 때 한 편의 시가 탄생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만나는 한 편의 '시'는 우리의 마음에 들어와 박힌다. 잊을 수 없는 감정을 남겨두고 간다. 속이 후련하다. 때로는 난해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때 쓴 그 단어만이 정확하다. 단어 하나, 문장부호 하나라도 변하게 되면 의미 또한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그냥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여야 한다. 조금 어려운 내용일지라도 위로받을 수 있다. 대신 아파해주고 이야기를 들어준다. 슬픔이 보잘 것 없는 것이 아니라(힘을 내라고만 말하지 않고) 우는 것이 마땅할 수도 있다고 편들어 준다.

  이런 감정을 시인이 쓴 짧은 글에서도 가감 없이 느낄 수 있었다. 우리의 어릴 적 추억이 담겨있는 물건들이 이들에게도 큰 의미가 있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사소한 문장이 시인의 손을 거치면 부드럽게 술술 읽힐 뿐더러 아름다워 보여 신기할 따름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그들이 사물에 애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그것과 함께 문학적 감수성이 더해졌다고 본다. 다음번에 여기서 본 시인의 시집을 하나씩 읽어야겠다.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지 몹시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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