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제8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임현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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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단편인 '눈으로 만든 사람'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최근에 <너무 아름다운 꿈>을 다시 읽었는데 좋았다. 작년부터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꾸준히 읽고 있는데, 단편 읽는 재미가 있다. 짧다는 것이 단점이 된다고만 여겼는데, 좋은 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독자에게 생각할 시간을 가져다준다고 해야 하나? 어쨌든 그렇다.


인간은 본래 이기적이고 그러므로 노력해야 한단다.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끊임없이 반성해야 하지. 의지를 가지고 아주 의식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면 그냥 생긴 대로 살게 되거든.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게 나쁘다는 걸 몰라. 자기가 얼마나 이기적인지도 모르고, 어쩐지 좋은 쪽에만 서 있다고 착각하거든.

- 11쪽

 

첫 작품에서 세상을 시니컬하게 바라보는 화자가 등장한다. 자기 자신을 인정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묘한 내용의 소설이었다. 그리고 멈춰서 오래 바라본 문장은 이것이다. 맞는 말이지만 실천하기 어렵다.

 

잘못을 했다면 더 오래 무릎을 꿇고 더 낮게 엎드리는 자세, 그게 가장 필요하단다. 일종의 의무이며 책임지는 자의 태도 같은 것이지.

- 15~16쪽

 

아마 두 번째 단편의 해설이었을텐데 여기서도 시선을 사로잡는 문장이 있다.

인간이란 게 원래 이해할 수 없는 존재들이라고, 왜 이러고 사나 싶으면서도 다들 그러고 산다고 말하면 될까. 아니, 사태의 경종과 가해자와 피해자와 상상과 현실과 남녀의 차이가 다 지워진 이 수상한 항등식에 순순히 동의해서는 안 된다. 저 참혹한 삶들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차곡차곡 엉켜왔는지를 우리는 보았지 않나.

- 87쪽

 

내년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또 기다려본다.
+ 이 책과 시집을 한 권 같이 하니까 시집의 표지 색깔을 그대로 가져온 모나미 펜도 사은품으로 선택할 수 있었다. 예뻐서 못 쓸 것만 같다. 좋아하는 시집을 선택하면 그 색상으로 만들어주는 이벤트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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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거짓말 오늘의 젊은 작가 11
전석순 지음 / 민음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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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려고 봤는데 그 사이에 누가 빌려가버려서 기다렸다가 우연히 신간코너에서 보고 빌렸다. 마침내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시면서 보는데 이게 행복이 아닐까, 싶다)

 

일단 뒷편의 소개글에서 거짓말 자격증이라는 소재가 마음에 들었다.이를 통해 사회를 유쾌하게 비틀어 보여주고 있다. 보통 해설에 나오는 말은 잘 안 읽고 넘어가는데 이번에는 유심히 봤다.

 

 

그런데 거짓말 자격증을 취득하고 등급을 높이려는 사람들은 오히려 약자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상대를 농락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세계로부터 농락당하기 때문이다. 거짓말을 장려하는 체제의 목적은 간명하다. 모든 사람을 거짓말쟁이로 몰아세울지언정 의심을 부추기는 메커니즘 자체는 부정하지 못하고, 모든 사람과 싸울지언정 투쟁을 야기하는 사회에는 감히 대항하지 못하는 약자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화려한 말을 하거나, 커다란 사건이 나오지 않는다. 조곤조곤 말하고 그저 일상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자꾸 눈길이 간다. 예를 들면 이런 문장이다.

 

 

청춘일 땐 그것이 청춘인지도 모르고 지내고 싶었다. 그래서 청춘이라서 드는 의무감과 강박을 뚝뚝 분지르고 싶었다. 나중에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깨닫는다면 좋을 텐데. 돌이켜 보니 그때가 청춘이었다고. 그럼 지나간 청춘을 그리워하며 또 몇 년을 보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때 겪었던 두꺼운 고민과 외로움과 불안을 밀대로 얇게 밀면서. 그건 청춘을 지나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다.

- 135~136쪽

 

 

어쩌면 이것이 문장의, 글의 힘이 아닐까. 작가의 다른 작품을 찾아봐야겠다. 앞으로 나올 작품도 기대된다. 또한,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는 <보건교사 안은영>, <한국이 싫어서>, <82년생 김지영>, <날짜없음>에 있어 다섯번째다. 믿고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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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제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황정은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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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동네 주민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다. 최근에 읽은 단편집인 <빛의 호위>도 있고, 그전에 읽은 <아무도 아닌>의 황정은 작가님의 단편도 있다. 여러 단편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을 꼽으라면 ‘쿤의 여행’과 ‘쇼코의 미소’다. 후자의 경우는 소설로 묶여서 나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읽지 않았다. 이번 책을 읽고 나니까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쿤의 여행’의 한 문장은 바로 이것이다.

 

딸, 미안해. 엄마가 자랄게. 얼른 자랄게.

- 84쪽

 

굉장히 독특한 발상이다. 그리고 이 문장을 봤을 때 쿵, 하는 어떤 느낌을 받았다.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어떤 것이다. 내가 품고 있던 무언가가 나보다 더 거대해져서 나 대신의 삶을 살아간다. 종국에는 대신 살아온 것이 나인지 그 무언가 인지 구분이 모호하게 변한다. 쿤을 제거한 뒤 주인공은 아이의 모습으로 다시 세상을 보게 된다.

 

‘쇼코의 미소’의 한 문장은 이것이다. 엄밀히 따지자면 한 개가 아니긴 하지만.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그래서 꿈은 죄였다. 아니, 그건 꿈도 아니었다.

- 270쪽

 

엄마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껍데기만 보고 단죄하는 사람들에 대한 반감이 치솟을 무렵, 나는 그 사람들 편에 서서 엄마를 바라보지 않는 내 모습이 낯설었다. 슬픔을 억누르고 억누르다 결국은 어떻게 슬퍼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엄마였다.

- 285~286쪽

 

주변 사람과 나에 대한 이야기가 잘 엮어져있다. 주인공은 객관적인 것 같으면서도 주관이 약간이 들어가 있는 자신의 생각을 드러낸다. 아프면서도 그것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슬픔이라는 감정과 어떻게 대면해야 할 지 모르는 사람이 있다. 어떤 것이든 누구나 그런 게 하나쯤은 있다. 다른 연도의 단편도 읽어야겠다. 짧게 끝나서 아쉬운 점도 있지만, 뭔가 작가의 내면 중에서 일부를 보는 것과 같은 비밀스러운 기분이 나쁘지 않다.

 

+ 2017 제8회 젊은작가상 수상집도 최근에 출간되었다. 조만간 볼 것이다.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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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밤의 눈 - 제6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박주영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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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처음 봤을 때는 아는 사람과 이름이 같아서 눈길이 같다. 그러다 우연히 책 소개를 봤고 읽게 되었다. 가장 끌린 이유는 기억상실 때문이었다. 단골 소재로 등장하면서도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는지에 따라서 흐름과 분위기를 바꾸는 이것 말이다. 결과적으로는 마음에 들었다. 문장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담담해서 더 와 닿는다.

 

240

우리는 선과 악을 간단하게 나눌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선과 악을 판단하면서 산다. 그런데 정작 나 자신에 대해서는 그 판단을 끊임없이 유보한다.

 

이 문장을 보자마자 무릎을 탁, 쳤다. 종종(아니 자주) 하는 생각이다. 다른 사람보다 ‘나’에게는 좀 더 관대한 잣대를 대는 것이 사실이니까. 사실 내가 ‘나’인 이상 어쩔 수 없을 것이다.

 

252

“이 시대는 차라리 노인이 낭만적인 시대야. 적어도 나는 희망이 현실이 되는 것을 목격한 적이 있지. 그것이 나중에 변질되었다손 치더라도. 하지만 요즘? 절망적이지. 젊을수록 어떤 희망도 본 적이 없으니까.”

 

상당히 비관적이라고 여길 수 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틀린 말도 아니다. 작년 말부터 자꾸 추상적인 단어의 의미에 관해서 고민해보게 되었다.

 

261

어떤 방법으로도 세상이 변하지 않을 거라고 심지어 목숨을 걸어도 세상이 변하지 않는다고 믿게 되면 세상을 절대 변하지 않는다. 악의 순환을 바꾸어야 한다.

시작은 나 하나로도 세상은 바뀐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또 나름대로의 변화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둔다. 작가가 무척이나 섬세하다. 작가의 다른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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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일드 44 - 1 - 차일드 44
톰 롭 스미스 지음, 박산호 옮김 / 노블마인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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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개봉했을 때 보려고 했는데 못 봤다. 한국소설을 빌리고 외국소설을 읽고 싶어서 1권만 빌려왔는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지루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게다가 상당히 세기말적인, 그로테스크한 이야기다. 물론 직접적인 묘사가 있지는 않지만 간접적인 묘사만으로도 충분히 잔인하다. 다음 권이 궁금하지만, 한동안은 읽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가 기억에서 지워져서 2, 3권을 안 읽어도 괜찮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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