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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학교를 부탁해 ㅣ 모퉁이책방 (곰곰어린이) 4
아구스틴 페르난데스 파스 지음, 유혜경 옮김, 강은옥 그림 / 책속물고기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얘들아 학교를 부탁해!
스페인 현지 초등학교 선생님이 쓴 창작동화예요. 주인공 마르타의 가족은 몇주째 내리는 비에 대해 얘기하면서 이러다가 어깨에 아가미가 생기고 사람들은 배에서 살아야할지도 모른다는 대화를 나눕니다.
학교에 간 마르타는 아이들의 마음을 잘 알아주는 담임선생님이신 안나선생님과 단짝친구 다니엘과 반친구들과 수업을 시작하려다가 학교가 기울어진 것을 느끼고 깜작 놀라게 되죠. 학교는 제 자리에서 스르르 미끄러져 나무와 도로와 차와 집을 지나서 강으로 흘러가게 되지만 학교가 흘러가는 것과는 아무 상관없이 교과진도를 강행하려는 교장선생님과 그 추종자들은 막무가내더라구요. 구조대원도 다녀가고 대책회의도 열어보지만 학교는 끊임없이 흘러가서 바다한가운데 떠있게 됩니다.
위기상황이지만 아이들과 안나선생님은 일생에 단 한번 있을지도 모르는 이 상황을 즐기기로 하고 바다를 항해하는 선장과 선원들처럼 들뜬 마음으로 바다놀이를 합니다. 학교급식실에 음식이 얼마 안 남았다는 말을 듣고 모두 낚시를 해서 물고기를 구워먹습니다. 어른들이었으면 당장 내일 먹을 것이 없다는 말에 당황하고 현실을 걱정하면서 아무것도 못 할텐데 말이죠.
그렇게 즐거운 항해를 하는 중에 초자연연구소 발라리뇨박사가 헬리콥터를 타고 학교로 들어와 아이들에게 들려준 이야기는 정말 꿈같은 얘기였죠. 바로 아이들의 상상에 의해서 학교가 산에서 내려와 강물 따라 흘러가다가 바다한복판까지 가게 되었다는 거예요. 그래서 이 신나는 모험이 끝나는 게 아쉽지만 다시 학교를 제자리에 돌려놓기 위해 모두 상상의 힘을 발휘합니다. 교실바닥에서 하루밤을 보내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학교에서 눈을 뜬 뒤 부모님의 품에 안겼을 때 얼마나 기쁘던지요.
이 부분에서 책 내용이 끝날 줄 알았는데 ‘어딘가에 진짜 살고 있는 책 속 인물들‘이라고 해서 책의 주인공뿐만 아니라 책 장면에 잠깐잠깐 등장했던 인물들까지 17명의 인물들 이야기가 나와 있어요. 심지어 헬리콥터 조종사가 나중에 은퇴를 하면 책을 쓸 계획인 버섯전문가라는 얘기도 있어요.
어디선가 작가가 책을 쓸 때 등장인물의 성격을 먼저 하나하나 정해놓고 이야기를 꾸며간다는 글을 읽은 적 있는데...첨부된 인물이야기를 읽으니 잠깐 등장하는 사람들이었지만 그 인물 각자가 주인공이 되는 새로운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어서 좋네요.
3학년 저희 아들내미 책을 덮고 씩~웃어줍니다. 꼭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다 먹고 쓱~ 입을 닦는 것 처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