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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박사와 하이드 ㅣ 보물창고 세계명작전집 21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찰스 레이먼드 맥컬리 그림,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24년 2월
평점 :
보물창고 세계명작전집은 아동청소년이 읽을 만한 고전을 모은 전집으로 계속 출간이 되고 있습니다.
현재 23권까지 나온 것 같네요.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읽을만한 책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지킬박사와 하이드씨 외에도 집에 없는 책들을 골라 읽혀보려 합니다. 또 어릴 때 읽었던 명작도 어른이 되어 읽으니 느낌이 새롭고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네요. 프로이트보다 전에 활동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작가가 어떻게 인간의 이중성에 대한 글을 쓰게 되었을까요? 지금까지도 깨달음과 통찰을 주는 고전의 가치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됩니다.
◎ 1886년 출간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작가의 장르 문학
◎ 인간 내면의 이중성에 대해 이야기한 심리, 추리소설
내 안에 있는 선와 악을 뗄 수 있을까?
지킬박사는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았고 신체도 훌륭하게 타고 났으며 천성적으로 부지런하고 현명하여 동료들에게 존경받는 사람입니다. 명예롭고 빛나는 미래도 보장되어 있었지요. 하지만 본인 스스로 생각하기에 한 가지 결점이 있었는데 쾌락을 탐하는 성향이라는 것입니다. 보통 결점일 정도로 쾌락을 탐하는 성향이라고 하면 극단적이고 무모한 탐닉을 하는 사람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킬박사는 엄격한 청교도인으로 고결한 가치관에 따라 선하게만 살아야 한다는 거의 병적인 억압과 수치심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그가 말하는 쾌락을 탐하는 성향이라는 것은 그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마음 속의 선과 악이 모두 존재하는 상황이었지요.
그는 완벽하게 이성적이고 선하게 살고 싶다고 생각하여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어두운 마음을 인정하지 못했습니다.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마음이 올라오면 이것을 어떻게 떼어버리고 제거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지킬박사는 완벽한 선의 모습으로 살고 싶은 마음에 자신의 모습에서 악을 떼어내어 선한 자신과, 악한 자신으로 나누게 됩니다. 선과 악, 두 가지 본성이 갈등을 일으킬 때 괴로움을 더 이상 느끼고 싶지 않아서였지요.
그러면서도 자신을 옭아매고 있는 높은 기준의 도덕성에서 벗어나 자신이 아닌 모습으로 품위 없는 행동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자신이 사회에서 보여주었던 노력과 미덕, 절제된 모습을 벗어던지고 한번쯤은 자연스럽고 인간적으로 편안하게 살아보고 싶어진 것이었습니다. 완전무결한 도덕성을 추구하는 지킬 박사의 삶 속에서는 할 수 없는 작은 일탈을 해보고, 자신의 악을 자신으로 인정하지 않고 분리시키고 싶은 두 가지 마음에서 하이드 씨는 생겨나게 됩니다.
청교도주의에 억눌려있던 욕망의 모습
지킬 박사는 내면에 있는 악을 온전히 분리한 또 다른 존재가 되기 위해 자신의 실험실에서 약을 만들어 삼키게 됩니다. 그리고 온전히 악으로만 존재하는 하이드 씨의 모습으로 변하게 됩니다.
시작은 악을 떼어버리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악의 모습이 되었을 때 몸이 더 젊어지고 가벼워지고 행복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심지어 영혼의 자유를 맛보았다고까지 표현을 하는데요. 지킬박사가 그동안 얼마나 본능을 억누르고 있었을지 알 수 있습니다.
악한 모습인 하이드씨는 가냘픈 난쟁이의 모습으로 지킬박사보다 발달이 덜 된 기형의 모습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빛과 어둠을 가지고 살아가는데 지킬박사는 도덕적인 모습만을 키우느라 본능과 무의식을 억누르고 외면해왔기에 어두운 면을 상징하는 하이드씨는 발달되지 않고 난쟁이처럼 표현이 되었습니다.
하이드라는 이름처럼 하이드씨는 숨어있는 자입니다. 남들이 알아보지 못하는 어두운 밤에 거리를 다니며 어린아이를 짓밟기도 하고 살인을 저지르기도 합니다. 그저 본능대로 충동적으로 행동하며 참을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성격입니다. 자신의 쾌락과 살고자 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지요.
이는 융의 심리학에서 쉐도우(shadow)를 떠올리게 합니다. 쉐도우(그림자)는 본능적으로 번식과 생존에 초점을 둔 동물적인 측면으로 인간의 어둡고 사악한 측면을 나타내는 성격의 한 모습입니다. 반대로 지킬 박사는 페르소나(persona)가 되는데요, 이는 인간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미지 관리를 위해 쓰는 인격의 가면이지요. 사회에서 요구하는 도덕이나 질서, 의무 등을 따르는 모습이며 자신의 본성을 감추거나 다스리기 위해 본성과는 다른 사회에서 요구하는 가면을 쓰는 것입니다.
또한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는 프로이트 이론에서 의식과 무의식으로, 슈퍼에고와 이드로 나누어 볼 수도 있습니다. 지킬 박사는 도덕성이 강하고 스스로와 주변을 통제하는 부모님같은 존재로 표현이 되어 있고 하이드 씨는 자기중심적이며 순간순간에 집중해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어린이같은 모습으로 표현됩니다. 의식은 성격에서 빙산의 일각처럼 일부의 존재이기에 의식으로 무의식을 완전히 통제하고자 하는 시도는 성공하지 못하게 됩니다. 오히려 무의식을 억누르려 하다가 폭발적으로 터져나오는 무의식을 감당하지 못하고 곤란함을 겪습니다.

모든 사람들의 내면에는 인간의 이중성을 나누기도 하고
결합시키기도 하는 선과 악, 두 영역 사이의 고랑이 있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세상에 완전히 이성적이며 충동을 가지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그리고 빛만 가지고 있고 그림자는 없는 사람도 없습니다. 사람의 성격 안에는 다양한 것들이 함께 존재하는데 그 중에 선하고 고결한 부분만을 자신의 것이라고 믿는다면 괴리감에 시달리게 되겠지요. 또한 선하고 이성적인 것만 추구하여 자신 안에 있는 어둡고 부정적인 본능을 억누르고 외면하다보면 결국 내면의 어둠이 모습을 바꿔가며 자신을 덮치는 괴물로 나타나게 됩니다. 성숙한 사람은 자신에게 빛과 어둠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건강한 방향으로 표현하며 사는 사람이기에 지킬 박사의 시도는 실패할 수 밖에 없는 것이겠지요.
지킬 박사는 하이드 씨로 변했을 때 느꼈던 자유로움과 해방감을 잊지 못합니다. 다시는 하이드 씨로 변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멀리해보지만 반복해서 유혹에 넘어가게 됩니다. 그러다 약을 먹지 않아도, 잠시만 긴장의 끈을 놓아도 하이드로 자동적으로 변하는 지경에 이르릅니다. 결국 지킬 박사로 돌아오지 못하고 정체를 들키게 되는 하이드 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며 이야기가 끝나게 됩니다.
당시 유럽은 청교도적 가치관이 팽배하여 본능과 감정을 억제하고 금욕과 절제, 이성만을 강요했습니다. 그래서 억압된 감정으로 인해 신체화 증상을 드러내는 히스테리 환자가 많았다고 하지요.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모두 자신을 절제하고 억누르는 모습으 보이는데요, 호기심이 발동해도 억누르고, 불명예스러운 일을 겪게 될까봐서 굉장히 조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당시 많은 이들이 금욕과 절제라는 사회적 가치 때문에 갈등해왔기에 이런 작품이 탄생할 수 있고 또 많은 공감을 받은 것이 아닌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