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밤의 애도 - 고인을 온전히 품고 내 삶으로 돌아가기 위한 자살 사별자들의 여섯 번의 애도 모임
고선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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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함을 뜻하는 블루톤을 가장자리가 차지하고 있고, 가운데에는 묘한 표정의 소녀가 인상깊은 표지의 책

'여섯밤의 애도'

'고인을 온전히 품고 내 삶으로 돌아가기 위한 자살 사별자들의 여섯 번의 애도 모임' 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다.

'자살 사별자', 뭔가 내가 경험하지 않았기에 내가 감정적으로 공감할 수 없는 아픔을 가진 사람들. 타인의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자살률이 높은 한국사회에서 정말 남의 이야기라고 무심하게 흘려보낼 수 없다.


(가명)'원이','민이','선이','영이','경이'

이 다섯명의 사별자분들이 표현하는 본인들의 구체적인 아픔을 읽어내려가다보면 감히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영역의 아픔에 서평 한글자 한글자 어떻게 써내려가야 할지 조심스러워 진다.

경: 저는 언니가 죽기 전까지 사람들이 죽음에 대해 가벼운 농담을 많이 한다는 자각을 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언니가 죽고 나니 그런 얘기가 너무 잘 들리고 그런 말들에 상처를 되게 많이 받았어요. 어느 날 동료들과 밥을 먹고 있는데 유명 정치인이 자살했다는 뉴스가 나왔어요. 한 분이 "왜 죽었대?" 그러니까 다른 동료들이 제 눈치를 보면서 "아, 우울증이 심했나 봐요"라고 조용히 얘기하면서 분위기를 수습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그분은 "죽을 때 가족 생각은 안 하나?" 그러는 거예요. 제 상황을 모르는 분도 아니었는데. 그 얘기에 제가 너무 화가 났어요. 물론 그분은 저를 겨냥해서 어쩌자고 한 말은 아니었고 자연스럽게 한 말이었겠죠. 너무 화가 나서 자리를 박차고 나왔는데 막 눈물이 너무 나더라고요

150-151P

가까운 친언니를 2019년에 잃은 경이..그 앞에서 사람들이 던지는 차가운 시선과 말. 이건 경이 뿐만 아니라 다섯명의 사별자분들이 다 느끼고 있는 감정이었다. 사회가 그만큼 무심하고, 어떤 사별자분은 자신 역시도 경험하기 전에 무심하였다고 말한다.

그러기에 나 역시 그 사별자 감정의 깊은 골짜기에 들어갈 수 없다. 그로 인해 과거에서 현재까지 나 역시 자살하신 분들의 기사를 보며 필터없이 내뱉었던 순간들이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민: 저는 다른 사람들 마음이 제 마음 같지 않다는 게 서운했어요. 유품 정리할 때도 저는 엄청 빠르게 싹 다 정리했거든요. 정리하다 보니 너무 멀쩡한 물건이 많으니까 이걸 누구 줄까 이런 말을 했는데, 엄마가 "그건 우리 마음이고 우리 생각이다. 받는 사람은 찝찝해할 것이니 그러지 말자"라고 하셨어요. 맞아요 저라도 찝찝한 마음이 들 것 같아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나한테 소중한 물건인데 다른 사람한테는 찝찝한 물건이 된다는 게, 그냥 좀 서운한 마음이 들었어요

164P

최근 보았던 드라마 '무브투헤븐' 내용도 자연스럽게 떠올랐던 유품정리에 대한 이야기. 거기서 이웃사람들에게 줄 식물화분을 정리해놓았던 경비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신 뒤, 유품정리사인 그루가 이웃들에게 그 화분을 전달한다. 하지만 어떤 이웃은 '죽은사람 키우던 걸 왜 갖고 있어야 된다며 역정을 낸다..

다른 에피소드에서는 유치원 선생님이 아이들의 성격에 맞게 준비한 동화책을 그루가 역시 유치원을 통해 전달하려고 하지만 고인의 유품이라는 이유로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뭔가 이런 유품에 담긴 소중한 가치와 사람의 마음들이 무시되고 오싹한 물건으로 취급되는 것 같아 안타까우면서도 받을 사람의 입장을 생각한다면 역시 함부로 정죄할 수 없는 것 같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은 '기념계정화' 기능을 통해 사용자에게 자신이 사망한 뒤 SnS 계정이 어떻게 관리되도록 할지 미리 정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는 모두 우리의 운명이 언제 끝나는지 알 수 없다. 만일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열심히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기념게정화' 기능을 확인하고 설정해두자. 만약 사용자가 보존을 원하면 '기념계정'으로 남겨지고, 페쇄를 원하는 게정은 유족의 사망신고를 거친 뒤 영구 삭제된다. 네이버의 경우 고인의 계정에 대해 '디지털 유산 관련 정책'을 두고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173P

그 외에 SNS와 함께 살아가는 오늘날, 여섯밤의 애도는 죽음에 대해 어떻게 정리할 수 있도록 규정이 되어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기도 한다

그리고 다섯명의 사별자분들과 그들의 가족의 성향에 따라 다르게 표현하고 정리하는 방식을 읽어내려가며 결국 정답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누군가를 상실하고 보낸다는 것. 어떻게 해야 끝이 난다가 아니라 '고인'에 대한 애정과 그리움을 그대로 마음에 품고 살아가는 거겠지.

때로는 자신의 잘못이 아닌대도 '자신이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죄책감이 튀어나오기도 하고, 때로는 '조금 더 참아보지'라는 안타까움이 튀어나올 것이다. 좋았던 과거를 회상하며 '그땐 좋았지'라는 그리움 가득 섞인 마음으로 고인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기도 할 것이다.

그저 내 마음이 그들의 마음에 닿을 순 없지만 본인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응원하고 싶다.

*한겨레출판 서평단 하니포터1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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