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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7 미키7
에드워드 애슈턴 지음, 배지혜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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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휴가 동안 읽을 페이지터너 작품을 찾는다면 이 작품이다. 미키7의 특별히 반짝이는 장점은 캐릭터다. 나는 인간적으로 싫은 캐릭터를 좋아하고, 그런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 작가를 좋아한다. 입체적이면서 비호감인 캐릭터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주인공 미키7’이 딱 그렇다. 작가는 초중반부에 걸쳐 과거와 현재를 능숙하게 오가면서 미키의 치졸하고 섣부르며 동시에 온정적인 성격을 묘사해낸다. 그런 주인공에게 진정한 그의 편은 어디에도 없으며, 사방에는 그의 목숨을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뿐이다. 미키는 불멸로 여겨진다. 그러나 미키7은 필멸이다. 여기서 이 작품의 뼈대를 이루는 대부분의 갈등이 발생하며, 독자들에게도 많은 생각해볼 지점을 남긴다.

그래서 후반부로 가면서 아쉬운 점들이 있었다. 우선 미키8과 미키7의 성격이 전혀 비슷하게 느껴지지 않아 위화감을 떨치기 어려웠으며, 미키8의 허무한 죽음과 미키7본질로 선택받는 장면은 (필요한 것은 알겠으나) 작위적이라 아쉬웠다. 메인 빌런을 일대일로 골탕먹이기에 성공하면서, 앞에서 줄곧 이 책의 매력이라고 느꼈던 주인공의 보잘것없음과 평범성이 순식간에 증발하고 그는 단독 주인공으로 올라선다. 이 전개가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아닌 사람도 있을 것인데 나는 후자다. 다급한 결말에 꽤 당황했기 때문에 읽기 전에 2권이 나올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그럼에도 간만에 읽는, 내내 몰입해 순식간에 읽어치운 책이었다. 여름 휴가 때 훌훌 읽을 페이지터너 작품을 찾는다면 추천하고 싶다. 영화화가 더 기대되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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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물리학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 이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정확한 관점
짐 알칼릴리 지음, 김성훈 옮김 / 윌북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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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공자도 이해할 수 있는 쉽고 아름다운 물리학‘이라는 카피는 (안 믿었지만) 역시ㅋㅋㅠ 그렇게 내용이 치밀하지도 만만하지도 않습니다. 한 권의 책에 상대성이론부터 열역학과 양자역학까지 담는 작업이 쉽지는 않았겠지요. 하지만 물리학이라는 학문의 큼직한 구조를 더듬어보기에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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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학의 자리
정해연 지음 / 엘릭시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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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묘합니다... 다른 분이 쓰신 평에 동감합니다. 저는 서사적으로 완성도 있는 반전이 있기를 기대했는데, 제가 원한 반전이 아니었습니다.
재미가 없냐고 하면 그렇지는 않은데, 이런 류의 반전을 예상도 못한 반전이라든가 소름이 끼친다든가 하는 식으로 하는 것이 유쾌하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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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클리벤의 금화 1
신서로 지음 / 황금가지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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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클리벤의 금화 1

*

아마도 꽤 많은 사람들이 1장을 읽다가 이영도를 떠올렸을 것 같다. 미리 말하건대 부적절한 의미로 닮았다는 뜻은 아니다. 마치 2000년 전후를 연상케 하는 문체가 그러하며, 탄탄하게 짜인 배경과 캐릭터의 교차가 그렇고, 용도 나온다. 만일 이영도의 팬이었다면, <드래곤 라자>에 이어 <에소릴의 드래곤>도 떠오르지 않았을까. 용에게 잡혀온 공주가 식사의 저지를 위해 감히 용에게 대화를 시도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이상 불가항력적인 연상이다. 그러나 울리케는 공주가 아니고, 빌러디저드는 스스로를 두고 라고 지칭하지도 않으며, 둘은 교섭을 맺는다.


그렇다, 교섭. 이 책의 추천사에도 나와있듯이 울리케의 행보를 꿰뚫는 단어를 하나 꼽자면 교섭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울리케가 살고 있는 영지, 피어클리벤은 마땅한 특산물 하나 없는 작고 가난한 영지다. 이곳에서는 영주의 딸인 울리케마저도 놀고만 있을 수 없다. 울리케가 직접 요리하여 용을 대접할 수 있었던 이유다. 이렇게 좁고 외부의 유입이 없는 배경에서는 쉽사리 변화가 일어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영지와 그 주변의 산지를 배경으로 하는 초반부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의 맥은 울리케와 그의 교섭을 통해 흘러간다.


교섭이란 외부의 세력과 나누는 이야기다. <피어클리벤의 금화>는 명확하게 울리케의 성장담이다. 좁은 세계에서 늘 하고 싶은 말을 안으로 삼키기만 했던 울리케가 첫 교섭을 성공적으로 마친 것을 계기로 외부로 의견을 발화하기 시작한다. 울리케의 변화는 분명 용에서 야기된 것은 확실하지만 그의 본질은 원래부터 안에 있던 것이다. 다만 울리케는 이제 신념대로 밀고 나갈 힘을 얻게 된 것이다. 1권의 울리케는 대담하면서도 섣부른 판단을 내리는 모습도 보이는데, <피어클리벤의 금화>가 총 8권으로 예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앞으로 울리케가 어떻게 성장할지 그 모습을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짜릿한 마음이 된다. 서툴지만 확고하고, 가능성이 충분히 반짝이는 주인공은 언제나 마음을 사로잡는다. 나는 이벤트로 이 책을 받아 읽었지만, 지금와서 생각하면 이 얼마나 탁월한 마케팅인가 싶다. 1권을 읽게 된다면 어쩔 수 없이 남은 7권을 구매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2권까지 출간된 상태이며, 나는 2권을 이미 주문했다.) 성장담과 정통 판타지, 그리고 탄탄한 서사를 기대하는 독자라면 누구라도 마음에 들어할 것이다.


울리케가 여성, 소녀라는 점을 장점으로 언급을 할지 말지 한참 망설였다. 그의 성별이 이야기의 흐름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별이 인간의 개성을 구별하는 중요한 척도라도 되는 양 굴었던 숱한 타 작품들을 떠올리며, <피어클리벤의 금화>의 울리케가 모험 판타지의 계보에서 얼마나 독보적인 캐릭터인지 꼭 언급해야겠다 싶었다. 앞서 이영도의 작품 이야기를 했었다. 그러나 이영도의 작품에서 그려지던 여성 캐릭터들의 말투를 돌이켜본다면, 씩씩하고 무모해도 미움받지 않았던 소년 주인공들을 기억해낸다면, 내가 얼마나 울리케의 이야기를 반기고 있는지 짐작이 갈 것 같다. <피어클리벤의 금화>는 2019년답게 비로소, 마침내, 돌아온 정통 판타지다. (나는 여전히 이영도를 좋아한다. 하지만 2000년 쯤에 읽었던 것도 사실이다.)


끝으로, 성별 구분 없이 모든 인칭대명사를 로 통일하자는 이야기는 이전부터 있어왔지만, 이렇게 인쇄되어 활자로 마주하는 것은 처음이다. ‘그녀의 표기가 너무나 대중적이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왔던 것이 무색하도록 아무 어색함이 없었다. ‘로 통일된 대명사가 주는 건조하고 공평한 담담함은 이 책이 선사하는 또 하나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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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2019 제4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김초엽 지음 / 허블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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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


우리에게 바톤을 넘겨 준다면


이벤트 당첨 명단에서 내 이름을 확인한 후 계속 이 가제본이 배송되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택배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예상치 못한 곳으로 배달되었다. 화장실 창문은 우리 집에서 유일하게 직사광선이 드는 곳인데, 택배는 어느 날 거짓말처럼 거기에 놓여 있었다. 그러니까, 우리 집 화장실 창문 턱에서 홀리한 직사광선을 받으며. 기사님이 화장실 창문 안쪽으로 힘껏 던져 넣지 않은 것이 천운이었다. 창문 바로 아래에는 변기가 있다. 나는 정말 기사님의 전화를 받고 서둘러 집에 오는 내내 최악의 상황을 상상했었다.


아무튼 그렇게 이 책은 내 손에 들어왔다. 김초엽 작가님의 작품을 처음 읽은 것은, 다른 분들과 비슷하게, <관내분실> 때였다. <관내분실>을 읽었을 때는 솔직히 말해서 이렇게까지 작가님에게 빠지지는 않았었다. 그러다가 내가 만난 작품이 바로 이번 단편집에도 실려 있는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였다. 마지막 문장까지 읽었을 때 난 좀 글썽이고 있었다. 나는 원래 책을 읽다가 자주 운다. 하지만 정말 좋을 때만 운다. 그 뒤로 김초엽 작가님의 단편집이 나오기를 간절히 기다렸다.


이번 단편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는 총 7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이미 읽어본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관내분실은 물론이고 스펙트럼’, ‘공생가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감정의 물성’, 그리고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까지. 이 단편집은 기왕이면 집에서 읽기를 권한다. 나처럼 카페에서 읽다간 이상한 표정을 짓느라 집중하기 힘들 수도 있다. 나는 한 권을 다 읽는 동안 수십 번 글썽거렸다.


김초엽 작가님의 단편들을 읽다보면, ‘, 이 이야기도……’라고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 온다.

책을 읽다가 ……’ 라고 생각하는 순간이 온다면, 보통 긍정적인 신호는 아니다. 이 작가는 늘 똑 같은 패턴이네, 혹은 이거 전에 했던 이야기군, 하는 감상을 받을 때 우리는 인상을 쓰고 ……’ 라고 말한다. 하지만 내가 지금 말하려는 감상은 그런 의미의 ……’는 아니다.


<스펙트럼>희진은 오직 에게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는 유일한 희진의 이해자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서 남자안나를 막아야 하지만 마지막 순간 그녀라면 정말, 목적을 이룰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말없이 안나의 뒷모습을 지켜본다.

<관내분실>지민은 엄마의 데이터에게 이해를 말하고,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에서 데이지올리브가 남긴 기록을 보았고 소피에게 이해를 구하는 편지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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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엽의 세계에서, 모든 행위자들은 바톤을 넘길 누군가를 등진 채, 끝없이 목적을 위해 노력하고 나아간다.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가윤재경이 놓았던 욕망을 따라잡아 끝내 자신만의 풍경을 본다. 김초엽의 세계에서는, 언제나 이해자가 있다. 새로운 세계를 향해 나아가고 화해를 향해 달리는 행위자들을 뒤에서 지켜보며 바톤을 넘겨받을 준비를 하는, 이해자가 있다.


그리고 이런 구조의 이야기를 통해서, 작가는 마치 독자에게 말을 건네는 듯하다. 다음 바톤을 이어받을 사람이 우리기를 바란다고. 나는 누군가를, 완전히 낯선 우주 또는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끝없이 달릴 테니, 언젠가 바톤을 받아주길 바란다고. 그러니 올리브의 기록을 보고 데이지의 편지를 읽은 우리는 곧 소피이자, 데이지. 이 책은 우리에게 내미는 작가의 바톤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가장 좋았던 작품은 역시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와 또,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뻔한 가치를 향해 왜 사람들은 달리고, 넘어지고, 끝내 되돌아오는가. 기쁜 마음으로 작가님의 다음 작품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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