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하까지 오는 나흘 밤낮 동안 한 번도 눈을 붙이지 못하였다. 그러다 보니, 하인들이 가다가 발을 멈추면 모두 서서 존다.
졸음을 이길 수 없어, 눈시울은 구름장을 드리운 듯 무겁고 천수가 밀려오듯 쉴 새 없이 쏟아진다. 눈을 빤히 뜨고 사문으나 금세 기이한 꿈에 잠겨 버리고, 옆사람에게 말에서 떨어질지니 조심하라고 일깨워 주면서도 정작 내 몸은 안장에서 스르르 옆으로 기울어지곤 한다. 솔솔 잠이 쏟아져서 곤한 잠을 자게 되니 천사의 즐거움이 그 사이에 스며 있는 듯 달콤하기 그지없다. 때로는 가늘게 이어지고, 머리는 맑아져서 오묘한 경지가 비할 데 없다. 이야말로 취한 가운데 하늘과 땅이요, 꿈 속의 산과 강이었다. 바야흐로가을 매미 소리가 가느다란 실오리처럼 울려 퍼지고, 공중에선 꽃들이 어지럽게 떨어진다. 깊고 그윽하기는 도교에서 묵상할 때 같고,
놀라서 깨어날 때는 선종에서 말하는 돈오悟와 다름이 없었다. 여든 한 가지 장애 팔십일난八十一難 불교에서 말하는 81가지의 미혹가 순식간에 걷히고, 사백 네 가지 병불교에서 말하는 사람의 몸에 생기는 모든 병이 잠깐 사이에지나간다. 이런 때엔 추녀가 높은 고대광실에서 한 자나 되는 큰상을받고 아리따운 시녀 수백 명이 시중을 든다 해도, 차지도 덥지도 않은 온돌방에서 높지도 낮지도 않은 베개를 베고, 두껍지도 얇지도 않은 이불을 덮고, 깊지도 않지도 않은 술 몇 잔에 취한 채, 장주도 호접도 아닌 그 사이에서 노니는 재미와 결코 바꾸지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