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서 - 250년 동안 끊임없이 재해석되는 침묵론의 대표 고전 arte(아르테) 에쎄 시리즈 3
조제프 앙투안 투생 디누아르 지음, 성귀수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침묵의 서는 약 250년 전에 쓰인 책으로,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가르침을 담고 있다. 요즘처럼 정보가 넘쳐나고 자신을 어필해야 하는 시대에 침묵을 실천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나이가 들수록 한 마디 말을 할 때마다 신중해지려 노력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침묵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닫는 요즘, 이 책은 자연스레 눈길을 끌었다.




책은 말과 침묵 그리고 글과 침묵이라는 두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침묵이라고 하면 대화 속에서의 침묵만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 책은 글에서의 침묵까지도 깊이 탐구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1부 말과 침묵에서는 침묵의 필수 원칙 14가지와 침묵의 종류 10가지를 다룬다. 특히, 각 침묵의 종류와 그것들이 시작되는 맥락에 대해 설명하는 초반 3장은 시간이 날 때마다 다시 읽어볼 가치가 있다.



책을 읽으며 침묵에도 이렇게 다양한 종류와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깨달았다. 물론 이러한 침묵의 형태들은 대부분 우리가 일상적으로 알고 있는 것들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그저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가 놓치기 쉬운 부분들을 짚어주며 깊은 통찰로 안내한다.



작가 디누아르는 세속 사제로서 종교적 수행의 핵심으로 침묵을 강조했다. 그는 침묵이 세속적 욕망과 번뇌에서 벗어나 내면의 평화를 찾는 중요한 방법이라고 보았다. 


이 때문에 책에는 종교적인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지만, 종교적 배경과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삶의 진리를 담고 있다. 예컨대,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신중하게 말을 선택하라는 메시지는 시대와 문화를 초월한 진리라 생각된다.


얼마 전 읽었던 틱낫한 스님의 '고요의 힘'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접했다. 그는 내면의 소음을 없애고 텅 빈 공간을 만들어야만 자신을 찾고 타인을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침묵의 서'는 이보다 훨씬 오래전에 쓰였지만, 같은 원리로 침묵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물론 무조건적인 침묵이 모든 상황에서 답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복잡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보다 깊이 생각하고 상황에 맞게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효율적인 침묵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단순히 과거의 지혜를 넘어 현대적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치를 제공한다. 삶 속에서 말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침묵의 서를 꼭 읽어보길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