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느린 카페 주인장의핸드드립 커피를 기다리며 시간을 낭비하자.
내일 녹을 눈사람을 만들며 시간을 낭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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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시작하고 싶은 일들의 리스트는 무엇일까? 왜 하고 싶은 일의 데드라인이 죽음이어야 하는가? 버킷 리스트 말고 재킷 리스트를 작성해보자. 재킷 리스트는 지금 꺼내 입지 않으면 입을 때를 놓치는 봄날의 재킷처럼, 더 늦기 전 ‘지금 하고 싶은 일들의 리스트‘를 뜻한다.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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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 난 내 존재의 가치에 관해 꽤 자주 고민했었다. 당장의쓸모없음도 문제였지만, 앞으로의 삶도 딱히 쓸모 있을 거 같지 않았다. 감캄했다. 어떤 방식으로든 내가 이 세상에 쓸모 있는 존재라는 걸 나 자신에게 증명해야만 했다. 그러지 않으면 영영 무너져내릴 것 같았다. 그러자니 역시, 글을 쓰는 수밖에 없었다.
- - P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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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쉐끼 이거, 글 쓰는 재주라도 있으니까 사람 구실 하면서 살지, 그거 없었으면 영락없는 동네 양아치인데. 푸하하하. 아무튼대단해! 네가 기자라니!"
대책 없이 살 것 같던 놈이 기자랍시고 아등바등 사는 게 대견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던 모양이다. 웃으며 호응했지만 속으로뜨끔했던 기억이 난다.
정확한 분석이었다. 동네 양아치, 후하게 쳐줘야 예술가 흉내나내는 한량이었을 게 분명했다. 글을 쓰지 않았더라면 말이다.
친구의 말을 들은 뒤로, 나는 나의 별거 아닌 재주를 더 소중하게 여겼다. 곱씹을수록 그러했다. 내가 이 세상에 쓸모 있는 사람으로 증명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글을 쓰는 거였다. 그런 심정으로 부단히 썼던 것 같다. 노가다 판에 오기 전까지 말이다.
- P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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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자고 싸야만 하는 개개인의 일상에 울타리를 둘러주는 것,
서로가 서로의 손을 맞잡을 수 있도록 줄 세워주는 것, 그리하여 하나의 덩어리로 적을 부수어내는 것, 그게 전쟁이겠구나 싶었다.
그날 나는 휴게소 주차장에 주저앉아 도시락을 까먹으며, 이쑤시개로 이 사이에 낀 음식 찌꺼기를 쑤셔내며, 교과서에서 배웠던 전쟁 속 군사들 일상을 생각했다. 그들의 일상과 그날 하루 내가 겪은 일상의 차이에 관해 생각했다. 그 차이를 가늠할 수 없었다.
- 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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