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선집 1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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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 찰떡같은 제목은 없다.
모녀의 애증과 주변인들을 향한 적나라한 시선과 말투는 되려 내가 그들의 눈치를 보게 만들었다.

p.18 사회적 자아라는 외피와 남들이 모르는 자기 자신이라는 본질 사이에 넉넉한 공간이 있었던 엄마는, 그 안에서 당신을 자유롭게 표현했다.

작가의 어머니의 성격을 이해할 수 있던 대목이다.
회고록 쓰기를 도전한 적이 있는데 어느 특정 부분을 선정하다보니 자연스레 괴로웠던 시기가 떠올랐다. 글쓰기 모임에 그 시기의 이야기를 담담히 풀었더니 '이렇게 솔직하다니?'라는 평을 많이 받았다.
나의 이야기가 읽는 이에게는 부담스러울 수 있겠다는 것을 깨닫고, 의기소침해 있던 차에 <사나운 애착>을 만났다. 회고록 분야의 대표작으로 꼽힌 책이라기에 읽고 반성하려 했다. 하지만 작가는 솔직하다 못해 노골적이었다.
'표현하는 글쓰기'가 뭔지 보여주마라는 듯한 당당함이 돋보여 읽는 내내 안도했고, 용기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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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녀 - 꿈을 따라간 이들의 이야기
벨마 월리스 지음, 김남주 옮김 / 이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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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옛날 자신들의 영역 밖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부족의 아이들은 꿈을 좇기 위해 목숨을 건 이탈을 감행한다. 

가시밭길로 인해 포기하고 싶어지다가도, 결국은 따뜻한 소수의 인간으로 인해 위로받는다. 

그럼에도 삶은 계속된다는 당연한 사실을 두 청년은 그들의 삶 자체로 설명해준다. 

주인공 버프로 특별한 능력을 가지거나 위기 탈출의 기회를 받지는 못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현실적인 소설이다. 

결국 인간은 연대하며 좀 더 나은 삶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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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을 향해 헤엄치기
엘리 라킨 지음, 이나경 옮김 / 문학사상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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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눈물 훔치며 책을 읽었다. 내게도 케이틀린의 할머니들과 친구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스스로 회의적인 인간이라고 떠들고 다니지만 사실 관계 맺고 유지하는 모든 과정이 지치고 무서운 것뿐이다.

작가님 다른 작품도 번역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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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 - 폴로어 25만 명의 신종 대여 서비스!
렌털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 지음, 김수현 옮김 / 미메시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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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손 한 번 안 뻗어보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직장인, 취준생, 청소년 등 나이와 직종을 구분하지 않고 꽤 많은 이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을 부러워할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어릴 적부터의 꿈을 이루어 원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정작 성취와 행복감을 느끼지 못한다. 일하고 있을 때는 물론이고 심지어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을 때조차도 "아무것도 하기 싫다!"라고 외치곤 한다. 어쩌라는 건지 지금의 나 자신을 이해할 수 없는 나날들이 많아 안개 속을 걷는 것만 같다.

 

p.20 쌓이는 스트레스가 수당처럼 반영되어 보수도 올라가면 좋은데 그건 쉽지 않다. 따라서 발생하는 스트레스의 양이 내가 받는 보수의 양을 추월하는 순간이 반드시 찾아와서 그 일이 하기 싫어진다.

 

이 문장을 읽고 조금은 납득할 수 있었다. "그래. 내가 이렇게 개고생하는데 월급은 그만큼 주지도 않고, 내가 봉사활동 하는 사람이냐!“

내가 일한 만큼, 스트레스를 받은 만큼의 보상을 해주지 않는 현실에 화가 났던 것이다.

작가도 이런 부조리한 현실을 견디지 못하고 자신의 자유와 행복을 찾아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과감하다고 할까 무모하다고 할까? 타인의 평가를 잣대로 삼지 않는 작가에게는 별 타격이 없을 테다. 실제로 의뢰를 수행할 때도 봉사활동이나 서비스 제공의 활동이 아니므로 작가 자신은 아무런 감정이 없다. 의뢰인들이 어느 부분에서 멋대로 감동을 받고 후련함을 느낄 뿐이다. 이 점이 참 재미있는 부분이다. 인간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이 책의 사례들은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의도치 않게 여러 사람의 마음을 다독여주는 작가는 혹여라도 자신의 평가가 높아질까 가끔 평가 절하를 위한 셀프 디스를 펼치기도 한다.

 

p.67 그러니까 아무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책을 다 읽고 작가의 트위터를 구경해보았다. 그는 여전히 자신이 안전하고(?) 흥미 있을 법한 의뢰를 골라 착실히 수행하고 있었다. 가장 최근의 의뢰는 파워 스폿 순회 동행, 성전환 수술을 받은 사람의 생일날 케이크 같이 먹기였다. 매번 다른 사람을 만나 매번 다른 상황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즉 변화가 있는 삶을 원하는 작가가 착실히 자기 삶을 잘 살아가고 있었다. 이 사람의 삶에 대한 평가는 무의미하다. 다만, 본의 아니게 다른 이들의 위안이 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을 꾸준히 찾는 상황을 보고 독자는 꽤나 깊은 생각에 잠기리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 책은 자신이 무능력하다는 생각에 좌절하고 있는 사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만 같아 초조함을 느끼는 사람,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사람, 꿈을 정하지 못한 상황에 나만 뒤처지는 거 아닐까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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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마감 - 일본 유명 작가들의 마감분투기 작가 시리즈 1
다자이 오사무 외 지음, 안은미 옮김 / 정은문고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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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2 수필은 소설과 달리 작가의 언어도 '날것'이기에 매우 조심해서 쓰지 않으면 엉뚱한 사람에게까지 상처를 준다. 결코 그 사람을 말하는 게 아닌데도 말이다.

p.23 나는 이 슬럼프의 원인이 무엇인지 도통 모르겠다. 쓰고 싶은 재료는 산처럼 쌓여 있건만 쓸 수 없다니! 펜을 빼앗긴 채 먼바다 외딴섬에 유배된 듯 애달프다.

p.197 도대체 어느 때가 글을 쓰기에 좋은 계절이란 말인가.


책의 특징부터 보자면 1장부터 4장까지 작가별로 묶지 않고 주제에 맞게 분류된 점이 가장 인상적이다. 앞서 나온 같은 작가의 글이어도 내용에 따라 왼쪽 하단의 작가 소개 또한 달라서 해당 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각 장 제목의 쉼표, 마침표가 일본 문장부호인 、。으로 표기되어 있어 일본문학 덕후로서 자그마한 반가움을 느꼈으며, 편지와 일기 등 다양한 형식을 취하고 있어 지루할 틈이 없었다.

왜 청탁 요청을 받아들였나 스스로를 질책하고, 편집자의 마감 독촉을 피하기 위해 아픔을 자처하는 작가들의 모습은 현대인들의 모습과 다를 게 없었다. 특히 천재라고 불렸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인간미 넘치는 모습은 꽤나 놀라웠으며 그 밖에도 날것의 글이 많아 신선했다. 글쓰기를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 목표로 하는 사람들에게 큰 용기를 주는 책이 아닐까 싶다.

1장부터 4장까지 작가와 편집자(이것도 작가 자신, 일본 근대 문학사에서 탄생한 동인지 이름이 낯익어 반가웠고, 작가일 때와 편집자일 때의 모습이 달라 웃음이 났다)의 고충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쉽게 쓰인 글은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을 되새겨주었다. 앞으로 독서할 때 읽는 속도를 줄여 문장을 음미할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겠다.


#몽실북클럽 #몽실서평단 #작가의마감 #정은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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