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사랑을 모르는 남자와 산다
김윤덕 지음 / 푸른숲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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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에 연재될 때 재미있게 봤었는데 책으로 묶여 나왔다.

 

아줌마로 살면서 겪는 다양한 에피소드가 맛깔스런 입담으로 소개되는데 이상하게도 성인 남녀로서의 부부 이야기보다는 경력이 채 5년도 되지 않는 엄마로서 겪는 이야기가 그렇게 눈물나게 공감이 가는 건 뭘까. 근 삼십년간 엄마의 딸로 살았던 세월과 그 세월에 담긴 모녀관계를 통해 쌓았던 감정들이, 자신이 엄마로 불리는 관계에서 더 깊은 어떤 느낌을 자아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달라이라마의 막내동생과 같이 사는 분(그러니까 아내)이 결혼이 수행이라는 걸 알았다고 하는데 나는 최대한 죽어서 몸에 사리가 나오지 않도록 참지않고 버럭거리며 매일매일 깨알같이 홧병 예방중이다. 결혼 초기엔 남편이 나의 버럭을 받다 몸에서 사리가 나오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젠 이 남자도 할 말은 하시면서 사리제조를 거부중이시다. 자기 살 길 빨리도 찾으시는 현명한 냥반.

 
부처의 아내는 웃으며 말했습니다. ‘결혼이 곧 수행’이라는 것을 부처남편과 함께 살면서 깨달았다고요. 그리고 또 말하더군요. 모든 사람이 결혼할 필요는 없지만 일단 결혼해 아이를 낳았다면 여성이 가정의 평화에 더 기여해야 할 거라고요. 억울하지만, 생명을 잉태한자로서의 여성이 지닌 영성이 남성의 그것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라는데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지요. 47
 

중국에선 밥은 거의 밖에서 사먹고 남자들이 그렇게 집안일도 살뜰히 하고 여자에게 잘한다니 내가 중국말만 좀 했어도 한족이랑 결혼하는 건데 말이다.

 

진짜 ‘공주’는 바로 중국에 있었습니다. 소황제라고 불리는 아이들도 친할머니 외할머니가 서로 키워주려고 경쟁한다하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요? 마지막으로 하나 더 물었습니다. “그런데 양말을 벗어 세탁기에 넣지 않고 그 자리 그대로 놔두는 남편, 그까짓 집안일 좀 하는것 가지고 유세를 부린다며 타박하는 남편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고민할 필요도 없다는 듯 그녀는 이주 호쾌한 답을 내려주었습니다. “밤에 잘 때 남편의 입에 양말을 집어 넣으세요. 집안일 안 하면 밥도 주지 마시고요.”60

 

양말, 밤에 잘 때 입에 좀 집어 넣어 드려야겠는데 머리 붙이기 무섭게 곯아떨어지는 여자사람이라 미션 임파시블, 집안일 하나 안하나 밥은 잘 안해드리니 그건 별 데미지가 없음. 이거이거 이대로 뒤집혀서 구석에 짱박힌 양말과 평생 맞닥뜨리면서 살아야 하나요.

나는 미래지향적인 사람이므로 일단 내 아들은 그러지 않게 가르쳐야겠다.

 

병원 찾은 사연, 저마다 다르지만 세 여인에겐 공통점이 있다. 바로 직장맘! “내 일은 내가’, “맨땅에 헤딩” , “이 없으면 잇몸으로’ , “일당백” 같은 구호를 외치며 살아가는 족속. 출산도 혼자, 전셋집 계약도 혼자, 수술도 혼자서 척척 해버리는 그네들 사전에 ‘징징대다’는 단어는 멸종된지 오래다. 문제는 마흔 살을 정점으로 그 기세등등한 정신을 몸이 배신한다는 사실. 같은 일을 해도 매가리 없고 쉬 지치는 데다 바람이도 불면 삭신이 쑤신다. 의사들은 경고한다. 일과 육아의 병행이 매일매일 철인 3종 경기 하는 거랑 맞먹는 거 알아요? 전사(戰士) 되려다 전사(戰死)하 경우 여럿 봤어요.” 116

 

“내 일은 내가’, “맨땅에 헤딩” , “이 없으면 잇몸으로’ , “일당백” 같은 구호를 외치며 살아가는 거 이거 완전 내 얘길쎄. 나 그럼 4년째 철인 3종 경기중? 어째 일주일에 두번 밤새도 할만 하던 게 요새는 일주일에 한번 반만 새는 걸로 줄드라니... 신랑이 아침마다 홍삼 챙겨줄 때 귀찮다말고 잘 받아 먹어야겠다.

 

그런데 말이지, 그냥 아이의 선택을 믿고 지켜봐주면 어떻겠나. 가끔 그런 생각을 하네. 왜 우리는 아이들이 곁에서 함께 웃고 숨 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기뻐하지 못하는가. 돌아보니 바람 잘 날 없고 악다구니 끊일 날 없었어도 진호와 울고 웃었던 시간이 내 인새의 황금기였네.137


 

신이 다시 새 생명을 허락한다면 공부 따위, 학원 따위로 내 아기를 고통스럽게 하지 않을 거야. 숨이 턱에 찰 때까지 마음껏 뛰어놀게 할 거야. 나쁜 말로 내 아기의 가슴에 못을 박는 천박한 짓은 절대 하지 않을 거야. 네 삶은 네가 선택하고 주도해 나가도록 끝까지 기다려주고 격려해줄거야. 140

 

아이가 건강하게만 나와주면 좋겠다던 첫 마음 그대로 아이와 사는 하루하루 매 순간순간을 지내야겠다...고 정신이 들때마다 다짐하지만 어제도 M자로 앉아있는 소이에게 '예쁜다리' 하라고 서너번쯤 일러준 후에 못참고 폭발했다. '아기 때부터 매일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예쁘게 앉으라고 그렇게 말하는데도 왜 만날 이렇게 앉는거냐. 너 그렇게 앉다가 나중에 다리 미워지고 키도 안크면 엄마가 어떻게 해줄수가 없는거야!'라고 버럭. 하, 참 쓰고 보니 느무 사소한 일로 버럭거렸구나... 하지만 예쁜 다리는 '나의 무기' 아름다운 외모는 소중한 것이여.

 

명절 에피소드나 무뚝뚝한 남편을 둔 시골 아내의 대화를 비롯 가볍게 읽으며 맞아맞아, 그래그래 공감을 일으키는 쪽글들이 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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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의 정치학
앤서니 기든스 지음, 홍욱희 옮김 / 에코리브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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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사달라고 해서 받은 책.

처음 희망도서가 도착하면 신청한 사람에게 우선순위가 가는데 한번 빌렸다가 손도 못대고 반납했다가 다시 빌렸다.

 

스토리가 있는 책과는 달리 퇴근길엔 읽다 졸아서 책을 떨어뜨리는 일도 몇 번 있었지만 ㅋㅋ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던 차라 재미있게 읽었다.

 

한마디로 말하면 기후변화 문제는 정치적으로 해결 해야한다는 말씀되시겠다.

 

이상기후가 눈에 띄게 진행되어 듣도보도 못한 기상상태를 겪고 북극에 빙하가 녹아 서식지를 잃은 북극곰들에 대한 다큐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있지만 이상기후에, 북극곰의 비극에 솟아오르던 경각심은 아침 테이크아웃 커피집에서 종이컵으로, 교통편이 애매한 출근길에 나홀로 자가용이용으로, 보관과 이동이 애매한 음식물 포장재로, 구체적인 모습을 한 기후변화 방지 사안으로 맞닥뜨리면 그 앞에서 또 잠깐의 편리를 택하게 되기가 십상이다.

 

현재와 같이 탄소를 무시무시하게 배출하는 생활방식과 탄소배출로 이어지는 기술수준을 그대로 두고 사람들의 선의에만 기대어 각자의 생활방식을 바꾸고 일상생활에서 누리던 수많은 편의를 포기함으로써 기후변화의 모래시계를 멈추는 것은 이루어지기 어려운 꿈이라는 걸 냉정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저자는 냉정하게도 이렇게 말한다.

 

기후변화를 막아보고자 하는 과정에서 제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짖더라도 우리는 결코 '지구를 구하'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다. 지구는 우리가 어찌하든 간에 살아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의 핵심은 지구에서 인류가 질 높은 삶을 유지하는 일, 그리고 가능하다면 삶의 질을 더욱 높이는 일이다.p16

 

그리고 우리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삶을 전지구적으로 거대하게 바꿔낸 기술의 힘을 반드시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배출되는 탄소를 어딘가에 잡아두는 기술, 태양력, 풍력, 조력 등 석탄, 석유를 이용하지 않는 발전소가 충분히 지어져 그 공백을 메울 수 있도록 하는 재생에너지 기술처럼 아직은 잉태단계인 그러한 기술들을 더 자극하고 지원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라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대체 에너지로서의 원자력의 가치는 참으로 양가적이다.

현재로서는 다른 대체 에너지원들에 비해 가장 상용화되어 있기 때문에 원자력발전의 힘에 더 큰 무게를 실어주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번 일본 지진처럼 엎친데 덮친격의 문제를 일으키는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다. 원자력 발전소의 안정성이라는 것은 그것이 세워진 곳이 평화로울 때 이야기지 진도 10에 달하는 지진, 전쟁같은 사안이 겹치면 아무리 원자력발전소를 안전하게 관리한다한들 누가 제집 앞마당에 그 시설이 들어오는 것을 허용하고 싶을까.

 

또한 현재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혹은 개발을 위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대한 전지구적 차원의 감소 계획에 대해서도 국가간 정치적 협약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대량으로 지구에 탄소를 배출하기 시작한 시기인 산업혁명 시기로부터 누적적으로 계산해보면 선진국들은 이미 아무 제한없이 배출을 해 놓고 이제 빈곤을 벗어나기 위해 개발에 박차를 가하려는 개도국에 배출억제를 요구하면, "아니 오염은 누가 시켜놓고, 누구보러 감축을 하래?!"라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목표량을 잡을 때는 선진국은 파격적으로, 빈곤국들은 생활수준이 어느 정도 따라올 때까지 유예를 해 줄 수 있어야할 것이다.

 

하지만 이미 떨어지기 시작한 모래시계는 그러한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무한도전에서 극지방과 적도지방을 연결해놓고 지구온난화를 가속화시키는 생활습관을 계속하면 히터가 틀어져 극지방의 얼음은 더 콸콸콸콸 녹아내리고 그 물은 적도지방으로 흘러가 얼음녹은 물이 의자까지 차오르던 에피소드를 보며 사람들의 생활과 기술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고서는 이 흐름을 멈출 수 없다는 생각이 깊이 들었다. 기후변화의 양 극단을 겪는 사람들이 아무리 '멈추라고, 살려달라고, 이젠 안그러겠다'고 외쳐도 같이 연결되어 있는 타지역 사람들이 '나는 아직 괜찮아, 내 생활에 불편한 거 없는데 뭐'라는 식으로 모른채하면 그 메커니즘의 스위치는 끌 수 없다.

 

미국은 요즘 나에게 미운털이 박혔다. 유전자 가공 식품회사가 거의 점령하다시피한 농업, 공장같은 가축사육, 기름이 많이드는 차를 아무 생각없이 타도록 하는 기름값 정책, 산업사회의 모든 폐해가 시작되는 근원이라는 미운털이다. 그러면서도 아버지 부시는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하며 '미국적인 생활방식을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일갈하셨다. 결국 We share the same earth!라는 걸 잊으셨나. 그러고 자기 나라 돌아가서 우쭈쭈쭈 받으니 살림살이 좀 나아지시던가요?! 전지구적 차원의 위기 대응을 위해 모인 자리에서 지구를 위해, 아니 엄밀히 말하면 '지구에서 인간이 더 오래 잘 기생하기 위해' 파격적인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 약속이라도 하고 돌아오면 '우리나라만 괜히 목표를 높이잡아서 쓸데없이 돈을 내야한다, 기업이 경쟁력을 잃는다'는 비난을 받기 일쑤일테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가끔 엉뚱한 곳으로 생각이 이어지곤 한다.

내 20대 말, 너무 힘들어서 어서 서른이 되었으면 좋겠다. 훌쩍 나이 먹어도 좋으니, 내가 뭔가가 되어 정착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던 그 시절처럼 누군가 영웅적인 리더십의 정치인이 나오고 누군가 지구 위에 기생하는 인류의 생활의 안녕을 일구어낼 천재적인 과학자가 나와서 세월이 훌쩍 가있어도 좋으니 내 새끼와 그 새끼의 새끼들이 지속가능한 지구인의 삶에 정착해 있는 시절이 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말이다.

 

물론 나는 이책에서 말하는 분류에 의하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무엇이든지 하겠다는 사람"으로서 '적극적 녹색주의자'인만큼 그러한 리더십을 가진 정치인과 새로운 기술의 장을 열어줄 천재 과학자가 나올 때까지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해서 지구에 기생하면서 지구에 민폐는 좀 덜 끼치는 생활방식을 연구하고 실천하면서 기다릴 생각이다.

 

어서 좀 나타나 주시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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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든스의 역설이란, 지구온난화의 위험은 직접 손으로 만져지는 것이 아니고 우리 일상생활에서 거의 감지할 수 없기에, 아무리 무시무시한 위험이 다가온다 한들 우리 대부분은 그저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뿐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기다리다가 중요한 대응조치를 취하기도 전에 위기가 눈앞에 닥친다면 이미 때는 늦은 것이다. p11

적이 눈 앞에 보이지 않아도 적의 위협을 생생하게 느끼고 대비하던 이순신 장군의 능력이 필요해!

 

각 개인이나 노동자 한 사람이 발휘할 수 있는 에너지 총량은 석탄이라는 무생물 자원에서 생산되는 에너지 총량에 비하면 그야말로 아무것도 아니었다.

리처드 하인버그는 이런 점을 미국인들의 삶 속에서 다음과 같이 간파했다.

가정에서 불을 밝히고 난방을 하며,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생활방식을 영위하는 데 쓰이는 모든 에너지의 총량을 인간 한 사람이 몸을 움직여 생산할 수 있는 에너지량과 비교한다고 생각해봐. 그러면 오늘날 우리 미국인 각자는 365일 24시간 내내 150명에 이르는 '에너지 노예'의 시중을 받는 것에 비견할 수 있다. p58

이렇게나 많은 노예를 거느리고 살다가 어느날 갑자기 자기가 그 일을 다 해야하는 것에 맞먹는 박탈감이겠군. 인간에게서 탄소 에너지를 뺏으면... 

 

지속가능한 개발

미래 세대가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개발 by 세계위원회 





 

당신은 어느 그룹인가요?

1. 적극적 녹색주의자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무엇이든지 하겠다는 사람들(대부분 집안이 부유한 편, 사회계급 A와 B)

 2. 안 버리는 사람들

환경목표와 관련해서 '버리지도 않고 바라는 것도 없는' 철학을 따르지만 환경 문제에 대해 특별히 흥미를 가지지는 않는 부류. 절약은 이들에게 생활의 일부분이었지만 추측커대 그것은 단지 더 쓸 것이 없기 때문이라고 해도 좋았다. 주로 연령대 높은 사람

3. 관심갖는 소비자들

환경을 위해서 '이미 다른 보통 사람들보다 더 많이 행하고 있다'고 말하는 부류. 자신들이 지금 더 이상 노력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4. '방관적 지지자들

기후변화가 중요한 문제라는 점을 받아들이기는 하지만 굳이 자신들의 생활방식을 바꾸면서까지 그렇게 노력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5. 신중한 참여자들

환경을 위해서 지금하는 일은 거의 없지만, 다른 사람드리 그러기마 한다면 무언가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6. 발뺌하는 출발자들

기호변화에 대해서 아는 바도 별로 없고 그 어떤 경우에라도 문제 해결을 위해서 나서고자하는 욕망도 없는 사람들. 대부부 그리 넉넉지 못한 가정 출신이다.

7. 솔직한 제3자들

기후변화에 대해 회의적이거나 아예 냉소적인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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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노믹스 - 미래 경제는 구글 방식이 지배한다
제프 자비스 지음, 이진원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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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쯤 읽다 다른 책에 밀려 묵혀두었다가 다시 집어든 책.

두꺼운 책이지만 무척 흥미로운 내용이다.

 

컴퓨터 혁명에 이어 인터넷 혁명이 일어나고 더 이상 천지가 흔들릴 지각변동은 불가능하리라 생각했지만

기존의 수많은 검색포털을 딛고 새로운 강자가 태어났으니 바로 구글이다.

 

구글의 기본은 그것이다. 예전에 콘텐츠 하나하나에 가격을 매겼다면 콘텐츠들을 다 공짜로 제공하는 대신에

그 공짜 콘텐츠에 몰려드는 유동인구들의 규모를 기반으로 광고를 판매하는 것.

물론 거기에는 각각의 사람들을 분석하여 필요할 가능성이 높은 광고를 스마트하게 제공하는 분석기술과

페이지뷰가 발생한 광고에만 과금하는 합리적인 방식 또한 빼 놓을 수 없을 것이다.

처음엔 구독을 한 사람들에게만 신문기사를 공개하던 워싱턴 포스트 같은 굴지의 신문사도 결국은 기사는 공짜로 주고 광고로 수익을 얻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구글홈페이지가 그런 방식으로 시작했다면 구글의 다른 서비스들은 정보를 집요하게 모으고 그것들을 자유롭게 통합하여 이용할 수 있는 툴을 제공하고 그 툴을 원하는 사람들과 자유로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사람들이 절로 모여들게 하는 방식이다.

 

사람 마음은 어디나 같은지 DIY 세상에 들어와보니 여기도 그런 일이 많다.

DIY 패키지나 패턴을 판매하는 곳이 많은데 어떤 곳은 과정샷을 주문한 사람에게만 공개하고 어떤 곳은 과정샷을 하나라도 주문한 사람 모두에게 공개한다. 또 어떤 곳은 누구에게나 공개하고...

완성품만 보여주는 곳보다는 과정샷을 모두에게 공개하는 곳에 더 많은 사람이 몰리고 규모가 확 커지는 모습을 본다.

우려하는 대로 어느정도 수준이 되는 사람은 만드는 과정샷만 보고도 구매하지 않고 혼자서 만들어내기도 하겠지만 그걸 보고 사지 않고는 만들 수 없으되 그 과정샷을 보면서 '어 나도 해볼 수 있겠어',라고 시도하려는 사람들이 더 많은가보다.

나와 함께 바느질 모임을 하는 사람들만 해도 나처럼 책 따로 사고 천 따로 사서 본격적으로 해보려는 사람보다는 예쁜 게 보이면 딱 바느질만 즐길 수 있는 키트를 선호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1:5의 비율.(외롭다...)

DIY의 특성상 주인장이 감당할 수 있는 양이란 한계가 있어서 공장처럼 마구 생산량을 늘릴 수가 없다보니 일부러 규모를 키우지 않으려는 선택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누군가의 방식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규모를 키우고 싶다면 그런 방식을 택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다시 돌아와서, 구글은 그런 방식으로 야금야금 세계를 정복해 가고 있다.(여기서 다시 나오는 구글 외계인 지구 정복설ㅋㅋ)

구글 방식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을 때는 구글 TV가 나오고 기존의 메이커들이 이에 대해 위기감을 느낀다는 기사를 읽으면서 '아니 굴지의 제조업체들이 왜 기반도 없는 인터넷 회사의 제품을 두려워해?'라고 생각했으나 그게 아니었던 거다.

굴지의 제조업체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는 TV를 가지고 도달해야 할 신세계에 구글이 먼저 도달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던 것.

 

저자는 9.11 사태를 겪고 블로깅을 시작하면서 자신의 글을 다른 블로거들이 읽고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쓰면서 저자의 블로그를 링크하고 저자는 다시 그들의 블로그를 링크하면서 일종의 대화를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는 언론과 저자 자신의 경력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되었고 이 책이 집필로 이어졌다. 이 책은 검색과 링크를 통해 새로운 대화방식을 열어낸 '구글의 규칙'과 '구글 규칙이 세상을 지배한다면'이라는 두 가지 줄기로 이루어져 있다.

 

"링크와 검색은 무엇이나 찾아내고, 모든 사람을 연결할 수 있는 수단이 됐다...링크와 검색은 기호, 과제, 욕구, 시장, 혹은 명분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조직적으로 모일 수 있게  해주었다. 링크와 검색은 혁명을 일으켰고, 그 혁명은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다."p44

 

What we're Doing When We Blog 메그 후리언(이렇게 원문을 바로 검색해서 링크할 수 있다는 것이 웹의 장점!)

온라인 미디어의 원자 단위는 더 이상 올드 미디어의 느낌을 주는 출판물이나 웹페이지가 아니라 일반적으로 개별적 생각을 담은 블로그 포스트

(이런 글 말하는 거야?! ㅋㅋ)

 

나도 블로깅을 하면서 내사람으로 분류할 수 있는 이웃들이 생겨나고 그 사람들과 직접적인 덧글만이 아니라 서로의 포스팅으로 영감을 주고받으며 포스팅하거나 어떤 사건에 대해 일련의 포스팅이 파도타기처럼 이어지는 현상을 보게 되면서 이 글에서 말하는 링크와 검색, 포스팅으로 주고받는 대화가 무슨 뜻인지 확 와 닿았다.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의 일화는 괴짜 젊은이가 어쩌다 대박을 터뜨린 게 아니라는 걸 느끼게 해준다. 그는 통찰력을 지닌 천재였다!!(BBC 셜록홈즈 시리즈 때문에 요즘 천재에 버닝중ㅋㅋ)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한 신문사의 대표가 "우리회사가 당신 회사와 같은 커뮤니티를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겠습니까"라는 질문을 하자 그는 "못합니다"라고 말하며 너는 틀린 질문을 하고 있다. 커뮤니티는 이미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커뮤니티를 더 발전시키기 위해서 어떻게 도울 수 있는가"라고 질문해야 하며 그에 대한 답은 "품격 있는 조직"을 만들라는 것이었다.

 

주커버그가 예술과목을 수강할 때 시험 1주일을 앞두고 공황상태에 빠졌다. 회사 창업 때문에 수업에 도무지 참가하질 못했던 것이다. 그는 인터넷 시대의 젊은이 답게 인터넷에서 자신이 보기에 시험에 나올 법한 모든 종류의 이미지를 다운로드한 후 그 이미지들을 웹페이지에 올려놓고 각 이미지 아래에 빈칸을 달아 놓았다. 그런 다음 학습 자료를 만들었다면서 이 웹 페이지 주소를 같은 수업을 듣는 동료들에게 이메일로 보냈다. 주커버그의 동료들은 각 그림에 대해 알아야 할 필수 정보로 칸을 채우기 시작, 여러 동료들의 손을 거치면서 정보는 점점 더 옳게 편집되었다. 하버드 동료들의 협심이 진가를 발휘한 것이다.

결과는 예상대로, 주커버그는 시험에서 아주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그런데 더 뜻밖의 결과는 학급 전체의 성적이 평소보다 좋아졌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대중의 지혜를 이용해서 서로에게 도움을 주었던 것이다. 주커버그는 과 전체가 협력할 수 있는 수단을 창조했고, 동료들에게 품격있는 조직을 선사했다.(p86 요약)

 

우리는 이렇게 활용할 수 있는 도구를 손에 쥐고 있는 것이다.

구글은 우리가 검색, 광고, 지도, 문서 등을 체계화할 수 있게 해준다. 결과적으로 구글이 맡은 임무는 세계의 정보를 조직하는 것이다.p87

(지구 정복을 꿈꾸는 거 맞다니까)

 

구글 규칙을 읽으면서 아, 그런 거였군 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구글 방식으로 재조직된 사회를 상상해 보는 것은 더 재미있었다.

 

구글 식당이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메뉴판을 집어들었는데 음식별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주문했는지 정확히 보여주는 통계가 적혀있다면? 그 집 제일의 인기메뉴나 새로운 인기메뉴를 알아낼 수 있겠지... 식사 끝에 손님들에게 조사를 해본다면? 사람들이 돈을 내고 나가면서 삼키고 나가는 의견을 들을 수도 있겠지. 모험심에 시켜본 새메뉴는 별로였더거나... 그런 의견이 많다면 그 메뉴는 메뉴판에서 빼고 다른 것을 더 맛있게 만들 수도 있고... 이는 식당 주인이 다니면서 음식이 맛이 있냐고 묻는 것보다 더 정직한 답을 줄 것이다. 친절하게 미소짓는 오너셰프에게 솔직한 소감을 말하기란 많은 사람에게 쉬운 일이 아닐테니 말이다.

 

더 급진적인 제안은 레시피를 공개하라는 것이다. 내 것을 빼앗기기만 할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실험 결과는 달랐다. 원래 올라있던 케익 레시피에서 물 대신 제안된 대로 에스프레소를 쓰자 케이크가 더 맛있어졌다는 것. 또는 여행중에 먹었던 파이를 먹고 싶어 죽겠어요.라며 메뉴를 제안해 오는 사람도 있겠지. 식당 주인이 안주하기보다는 도전적인 성향이 사람이라면 그런 맛을 내기 위해 노력하다가 더 좋은 메뉴를 개발할 수도 있을 것이고..

이러한 방식은 결국은 내 식당을 커뮤니티로 만들어가는 하나의 도구인 것이다.

자신이 제안한 메뉴가 나오는 식당, 자기 의견을 들어서 반영하는 식당에는 왠지 주인의식도 생기고 정이 가고 그런 법 아닌겠냐 말이지.

 

구글의 공익사업은 시사하는 바가 더 많다.

구글은 자신들이 보유중인 엄청난 규모의 서버들이 소모하는 전기를 생각하며 '석탄보다 저렴한 재생 가능 에너지'에 투자하고 있다. 순전히 이익 사회환원 차원이 아니라 나도 전기료 절약해서 좋고 성공하면 신에너지 사업에서 더 큰 돈도 벌 수 있고 지구 전체의 환경에도 기여하고, 이름하여 일타삼피,(꿩먹고 알먹고, 도랑치고 가재잡고, 보다 한술 더 뜨심) 다보스 포럼에서 같이 발표했던 고어와의 시각차를 적당히 요약하면 고어는 세금과 규제, 희생을 구글팀은 발명과 투자를 제안했다. 어느 쪽이 자생력이 있을지는 말하지 않아도 자명하다.

 

그들은 그렇게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에 역행하지 않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영향력을 확대해 가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구글이라는 거대기업이 얼마나 영리하건 간에 하나의 거대기업에 이 지구 전체를 넘기는 건 불안해,라는 생각에서 점점 많은 사람들이 구글의 방식으로 자기 나름의 영역을 만들어가는 방식은 어떨까,라는 쪽으로 설득당했다.

 

건진 책 리스트

보랏빛 소가 온다, 이제는 작은 것이 큰 것이다. 세스 고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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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1-12-02 0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나이듦에 대하여 - 여성학자 박혜란 생각모음
박혜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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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새 책 '다시, 나이듦에 대하여'를 계기로 챙겨읽고 있는 이전 저작들 중 마지막.

물론 다른 책이 더 있지만 챙겨읽기는 이 정도에서 멈추기로...

 

책표지는 [다시, 나이듦에 대하여]가 더 발랄하고 상큼한데 글의 내용은 [나이듦에 대하여]가 훨씬 생기있고 다이나믹하고 버라이어티하고 막 그렇다.

50대 때 '아, 나이가 들었구나' 하면서 쓴 책과 60대 때 '아, 그땐 그나마 젊었구나' 하면서 쓴 책의 차이에서 그 10년의 세월을 살아내면서 몸에서 빠져나간 체력, 그만큼 넓어진 시각이 함께 느껴진다.

 

아직도 나이 앞자리에 3자를 달고 있지만 아이엄마가 되고 그 아이들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이든 나를 생각하는 일이 그렇게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예순을 넘기고도 아직도 육아중인 우리 엄마, 아직도 시어머니와 가끔은 고부갈등을 느끼시는 모습, 아빠와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면서 엄마도 처음부터 엄마로 태어난 게 아니라 아직도 그 마음 속엔 자신의 삶에 대한 강한 자의식을 가진 어떤 존재가 들어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되새기게 될 때가 많아진 것도 내가 그런 엄마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때까지 살아온 날들 중에서 지금이 가장 늙은 나이이기에 항상 현재의 내 외모에 만족하지 못하지만 한달 전에 찍은 사진만 봐도 또 뭔가 젊고 싱싱한 것 같은, 지금은 빠져나가고 없는 어떤 기운이 느껴질 때 덜컥 가슴이 내려앉는다. 사진이 있어 나는 이렇게 내가 나이들어 가는 모습을 생생히 목격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끊임없이 드는 것도 나이듦에 대해 남일처럼 느낄 수 없는 이유가 된다.

 

아직도 기억나는 내 어린시절의 추억 한자락. 아침방송에선 예나 지금이나 건강관련 내용이 많은데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류의 아침방송을 보다가 35살을 넘으면 목운동을 할 때도 손으로 목을 잡아서 돌려야 한다는 내용을 보고 엄마에게 그렇게 하시라고 일러드리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젠 내가 그 나이를 넘어서 어린 시절의 내가 엄마에게 했던 이야기를 나이든 나에게 하면서 손으로 목을 잡고 목운동을 한다.

 

회사에서 도시락을 까먹으면서 지금 읽고 있는 책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나 충격적인 내용에 대해 동료들과 이야기할 때가 많은데 이 재기발랄하고 공감능력 좋은 젊은이들조차 나이듦에 대하여라는 주제에 대해서는 거의 공감하지 못했다. 고로, 주제를 던지고 그 이야기가 굴러가는 재미를 느끼는 일이 많았던 도시락 담화는 전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그만큼 그들에겐 그것이 먼 일인 것이다.

 

10대 때는 10대가 세상의 주인인 줄 알았고 20대 때는 20대가 이 나라의 기둥인 줄 알았고 30대가 되니 모든 정책, 서비스가 아이 가진 사람을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 화가 났다. 40대, 50대가 되면 또 어떤 기분일까. 연애도 사랑도 출산도 육아도 입시전쟁도 내 일이 아닐 때는 그냥 심드렁하고 진부한 이야기 소재일 뿐이지만 막상 내가 겪어보면 그 하나하나의 에피소드가 얼마나 내 세상을 가득 채우는지 모른다.

 

다른 모든 주제는 사람에 따라 겪을 수도 있고 겪지 않을 수도 있고 호되게 치르더라도 지나가버릴 수 있지만, 나이듦, 이라는 주제는 지금도 나를 관통하고 있으며 죽음에 이르기까지 내가 무관심해질 수 없는 주제이다. 누구도 평생 무관심할 수 없고, 무관심해서도 안되는 주제이기도 할 것이고.

이기적인 생각이지만 이 책을 읽은 나의 나이듦은 자신이 나이들고 있다는 것에 대해 한번도 제대로 생각해본 적 없는 사람과는 달랐으면 좋겠다.

 <발췌> 

그 고요가 견디기 힘들어 서성거리는 자신이 우습다. 한창 재미있게 노는 아이들에게 제발 한순간만이라도 조용해 줄 수 없냐고 사정사정하던 나는 어디로 갔는가. 너희들 때문에 엄마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엄마가 가엾지 않냐고 푸념하던 나는 어디로 갔는가. 아무도 나를 훼방 놓지 못하는 조용한 곳에서 글도 쓰고 사색도 하고 싶다고 간절히 원했던 나는 어디로 갔는가.

이제 막내만 군대에 들어가면 그날부터 당장 무시무시한 생산성을 발휘해서 밀렸던 책을 몇 권씩이고 써제낄 수 있다고 큰소리 뻥뻥 쳤는데, 정작 집안이 '너무' 조용해서 아무것도 못하겠다고 말을 바꾸다니 변덕도 이런 변덕이 없다.

써야할 책은 없지만 아이있는 집 엄마들은 누구나 공감할 듯

 

결혼한지 30년이 넘어가니 부부라는 게 완전히 측은지심으로 사는 거 같지, 그 언젠가 아득한 시절 사랑이란 것에 빠졌을 적에 품었음 직했던 초발심은 간 데 없다. 게다가 이심전심이라고 아내라는 여자가 이럴진대 남편이라는 남자가 다르랴 싶은데, 무슨 조화인지 아님 무슨 작전인지 남편은 여전히 '내가 한 일 중 가장 잘한 일은 당신하고 결혼한 일'이라며 너스레를 떤다. 그 소리에 감동받기는커녕 저 사람이 저렇게 이익을 봤다고 생각하는 걸 보면 정말 내가 큰 손해를 보긴 봤구나 하는 생각이 더 새로워지니 내가 언제부터 장삿속으로 살았다고 사람 치사해지는 거 이렇게 잠깐일 수가 없다.

ㅋㅋㅋ 긴 말은 생략하겠음.

 

우리 집에서 15분 정도만 걸으면 두 개의 큰 영화관이 있다. 집에서 저녁밥을 해결한 후 아무 거나 편한 대로 걸치고 운동화를 신고 걸어가 두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여러 편의 영화 중에서 마음대로 골라잡아 마지막 회를 본다. 집에 갈 걱정 없이 느긋하게 마지막 회를 보는 그 재미가 얼마나 근사한지,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은 짐작도 못할거다.

특히 무뎌질 대로 무뎌진 내 가슴 깊은 곳을 건드리는, 그래서 그 아릿한 느낌을 단 얼마 동안만이라도 조심스레 보듬고 싶은 영화를 본 날이면, 젊은 날 연애할 때처럼 막차를 놓칠세라 달음박질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하다.

아, 이거 뭔지 알 것 같으면서 막 하고 싶다.

 

넓기로야 중국도 만만치 않지만 중국의 땅에서는 왠지 척박한 기운이 느껴졌었다. 오랜 세월을 두고 사람들한테 기를 몽땅 빨아먹힌 그런 느낌이었다. 그런데 미국 동쪽, 바다를 따라 북으로 가는 길에서 나는 땅을 통해 수확을 거두지 않더라도 땅 그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풍요로운 기운을 뿜는가 확인할 수 있었다.

중국도 미국도 안 가봤는데 막 알거 같은 이 기분, 이건 표현의 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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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좋아지는 아이 밥상의 모든 것
이유명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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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살던 자궁은" 같은 이전 저작을 이미 읽어본 적 있는 유명 한의사 이유명호쌤 책.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같은 책을 이미 읽어본 사람이라면 그리고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내용이다.

쎄게 말하면 낚였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목과 다른 내용을 이야기하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몸이 전반적으로 건강해야 머리도 좋아지는거니까...
건강하게 아이 키우는 법에 대한 기존 책들과 대동소이한 내용인 반면 책 제목을 잘 지었다고도 할 수 있겠다.

함소아 한의원에서 낸 "자연을 닮은 신 동의보감 육아법"과는 태생이 비슷하다보니 그 책을 읽은 나로서는 기시감도 들었고.
의학, 건강 관련 정보를 곱씹어 알아듣기 쉬운 비유와 스피디한 구어체 문체로 들려주는 이야기는 쉽게 읽힌다.

그동안은 그래도 아이 밥상에는 단백질 공급을 위해 육고기나 두부, 달걀이라도 좀 부쳐주려고 노력했다면 이젠 나물, 야채, 잡곡밥이 최고여~라며 좀 더 뻔뻔하고 당당하게 풀밭 밥상을 들이밀 수 있게 되었다고나 할까.
물론 성장기 아이들에겐 단백질 공급이 중요하지만 한끼라도 그렇게 못해주면 죄책감 비슷한게 들었던 것에 비해 쵸큼 마음이 가벼워졌달까...

요즘 아이들을 5시에 신랑이 데려오면서 저녁은 내가 차려서 먹이고 있는데(그전엔 어린이집...)

하루 세끼 중 내가 먹일 수 있는 끼니가 별로 없어서 저녁이라도 잘 차려먹여보자 싶어서 읽게 된 책인데 지금 생각해보면 한의사가 쓴 책에서 아이 머리가 좋아지는 음식의 레시피를 기대했던 내가 잘못인 듯하기도 하고...

2~3주 쯤 저녁을 집에서 먹으면서 처음엔 어린이집 밥이 더 맛있다고 하기에 앞으로도 저녁은 어린이집에서 먹게 할까 싶기도 했다가

또 이번주부터는 어린이집 밥보다 집에서 먹는게 더 맛있다고 하니 앞으로도 저녁은 좀 늦더라도 집에 와서 내가 밥먹을 때 같이 먹일까 싶은 생각도 든다.

한편으로는 어린이집은 아이들 먹일거라 간을 싱겁게해서 어른과 함께 먹는 우리집 반찬의 간이 세서 더 맛있게 느껴지는 건 아닌가 걱정도 되고...

별 생각없이 과자 사 먹이고 음료 사 먹이는 엄마였다면 그것이 얼마나 아이 몸에 안좋은지, 흔하디 흔한 야채, 된장, 김치, 이런 것이 아이 몸에 최고로 좋은 음식이라는 단순한 사실을 약간의 한의학적 상식과 함께 알게될 것이고, 나처럼 뭔가 구체적인 밥상차림에 대한 고민을 가진 사람이라면 별로 얻을 것이 없을지도 모른다.

나에게 재무관리쪽 책이나, 건강한 먹거리 관련 책은 교회나 성당가서 회개하고 일상생활로 돌아와서 죄짓고 또 반성하고 하는 도돌이 표 같은 영역이다.

읽어도 읽어도 새로울 건 없는데 자꾸 느슨해지는 마음가짐을 다잡아주는 채찍, 울타리 넘어가려고 하면 짖어주는 초계견 같은 느낌.

앞에서 말한 다른 책들을 읽어보지 않았다면 입문서로는 괜찮다.

<건진 책 리스트>

희망의 밥상, 제인 구달, 사이언스북스
육식-건강을 망치고 세상을 망친다, 존 로빈스, 아름드리미디어 

<발췌>  

유전 탓에 속상해하지 말고 잘못 키웠다고 너무 걱정 마시라. '머리 좋다'고 자랑하는 것도 우습지만 '머리 나쁘다'고 쫄지 말지어다. 맛있는 것 먹이듯이 머리에 유익하고 긍정적인 경험들을 먹여주자. 아이들의 머리는 가변차선 같아서 언제라도 늦지 않으니까.

 아침에 배고픈 것은 바로 뇌

밥을 굶기고 찬물 세수로 억지로 뇌를 깨운다 한들 얼마 못 버틴다. 카페인 듬뿍 든 커피나 차를 마신다면 머리를 강제로 각성시키라는 명령엔 따르겠지만 뇌의 피로 자체가 감쪽같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피로빚으로 남을 뿐. 뇌는 아침밥으로 허기를 달래주길 원한다.
(피로빚, 느낌이 딱 오네)

 

한사람이 1년에 겨우 쌀 한가마를 먹는다. 돈으로 따지면 16만원. 한달에 1만 3천원 논 갈아엎고 공장 지었다가 식량이 무기인 세상이 오면 자동차를 뜯어 먹을지 휴대폰을 씹을지 모르겠다. 우리 쌀밥 먹으면 생명 주권이 지켜진다. 밥 열심히 먹어 우리 땅도 살리고 힘도 쓰자.
(지당하신 말씀.)

 

보통 혈압은 대동맥 위치의 위팔에서 재는데 120/70mmHg를 정상으로 친다. 그러나 사실 궁금한 것은 팔의 혈압이 아니다. 실제로 알고 싶은 것은 머리 쪽의 뇌로 들어가는 혈압이다. 하지만 머리는 딱딱한 두개골 때문에 잴 수 없고 목에서 재자니 사람이 죽을 것 같아 편의상 팔에서 잰다. 그 결과를 가지고 뇌에는 어느 정도 가겠구나 하고 간접 추정하는 것이다.
(아하, 바보 도트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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