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사랑을 모르는 남자와 산다
김윤덕 지음 / 푸른숲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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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에 연재될 때 재미있게 봤었는데 책으로 묶여 나왔다.

 

아줌마로 살면서 겪는 다양한 에피소드가 맛깔스런 입담으로 소개되는데 이상하게도 성인 남녀로서의 부부 이야기보다는 경력이 채 5년도 되지 않는 엄마로서 겪는 이야기가 그렇게 눈물나게 공감이 가는 건 뭘까. 근 삼십년간 엄마의 딸로 살았던 세월과 그 세월에 담긴 모녀관계를 통해 쌓았던 감정들이, 자신이 엄마로 불리는 관계에서 더 깊은 어떤 느낌을 자아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달라이라마의 막내동생과 같이 사는 분(그러니까 아내)이 결혼이 수행이라는 걸 알았다고 하는데 나는 최대한 죽어서 몸에 사리가 나오지 않도록 참지않고 버럭거리며 매일매일 깨알같이 홧병 예방중이다. 결혼 초기엔 남편이 나의 버럭을 받다 몸에서 사리가 나오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젠 이 남자도 할 말은 하시면서 사리제조를 거부중이시다. 자기 살 길 빨리도 찾으시는 현명한 냥반.

 
부처의 아내는 웃으며 말했습니다. ‘결혼이 곧 수행’이라는 것을 부처남편과 함께 살면서 깨달았다고요. 그리고 또 말하더군요. 모든 사람이 결혼할 필요는 없지만 일단 결혼해 아이를 낳았다면 여성이 가정의 평화에 더 기여해야 할 거라고요. 억울하지만, 생명을 잉태한자로서의 여성이 지닌 영성이 남성의 그것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라는데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지요. 47
 

중국에선 밥은 거의 밖에서 사먹고 남자들이 그렇게 집안일도 살뜰히 하고 여자에게 잘한다니 내가 중국말만 좀 했어도 한족이랑 결혼하는 건데 말이다.

 

진짜 ‘공주’는 바로 중국에 있었습니다. 소황제라고 불리는 아이들도 친할머니 외할머니가 서로 키워주려고 경쟁한다하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요? 마지막으로 하나 더 물었습니다. “그런데 양말을 벗어 세탁기에 넣지 않고 그 자리 그대로 놔두는 남편, 그까짓 집안일 좀 하는것 가지고 유세를 부린다며 타박하는 남편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고민할 필요도 없다는 듯 그녀는 이주 호쾌한 답을 내려주었습니다. “밤에 잘 때 남편의 입에 양말을 집어 넣으세요. 집안일 안 하면 밥도 주지 마시고요.”60

 

양말, 밤에 잘 때 입에 좀 집어 넣어 드려야겠는데 머리 붙이기 무섭게 곯아떨어지는 여자사람이라 미션 임파시블, 집안일 하나 안하나 밥은 잘 안해드리니 그건 별 데미지가 없음. 이거이거 이대로 뒤집혀서 구석에 짱박힌 양말과 평생 맞닥뜨리면서 살아야 하나요.

나는 미래지향적인 사람이므로 일단 내 아들은 그러지 않게 가르쳐야겠다.

 

병원 찾은 사연, 저마다 다르지만 세 여인에겐 공통점이 있다. 바로 직장맘! “내 일은 내가’, “맨땅에 헤딩” , “이 없으면 잇몸으로’ , “일당백” 같은 구호를 외치며 살아가는 족속. 출산도 혼자, 전셋집 계약도 혼자, 수술도 혼자서 척척 해버리는 그네들 사전에 ‘징징대다’는 단어는 멸종된지 오래다. 문제는 마흔 살을 정점으로 그 기세등등한 정신을 몸이 배신한다는 사실. 같은 일을 해도 매가리 없고 쉬 지치는 데다 바람이도 불면 삭신이 쑤신다. 의사들은 경고한다. 일과 육아의 병행이 매일매일 철인 3종 경기 하는 거랑 맞먹는 거 알아요? 전사(戰士) 되려다 전사(戰死)하 경우 여럿 봤어요.” 116

 

“내 일은 내가’, “맨땅에 헤딩” , “이 없으면 잇몸으로’ , “일당백” 같은 구호를 외치며 살아가는 거 이거 완전 내 얘길쎄. 나 그럼 4년째 철인 3종 경기중? 어째 일주일에 두번 밤새도 할만 하던 게 요새는 일주일에 한번 반만 새는 걸로 줄드라니... 신랑이 아침마다 홍삼 챙겨줄 때 귀찮다말고 잘 받아 먹어야겠다.

 

그런데 말이지, 그냥 아이의 선택을 믿고 지켜봐주면 어떻겠나. 가끔 그런 생각을 하네. 왜 우리는 아이들이 곁에서 함께 웃고 숨 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기뻐하지 못하는가. 돌아보니 바람 잘 날 없고 악다구니 끊일 날 없었어도 진호와 울고 웃었던 시간이 내 인새의 황금기였네.137


 

신이 다시 새 생명을 허락한다면 공부 따위, 학원 따위로 내 아기를 고통스럽게 하지 않을 거야. 숨이 턱에 찰 때까지 마음껏 뛰어놀게 할 거야. 나쁜 말로 내 아기의 가슴에 못을 박는 천박한 짓은 절대 하지 않을 거야. 네 삶은 네가 선택하고 주도해 나가도록 끝까지 기다려주고 격려해줄거야. 140

 

아이가 건강하게만 나와주면 좋겠다던 첫 마음 그대로 아이와 사는 하루하루 매 순간순간을 지내야겠다...고 정신이 들때마다 다짐하지만 어제도 M자로 앉아있는 소이에게 '예쁜다리' 하라고 서너번쯤 일러준 후에 못참고 폭발했다. '아기 때부터 매일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예쁘게 앉으라고 그렇게 말하는데도 왜 만날 이렇게 앉는거냐. 너 그렇게 앉다가 나중에 다리 미워지고 키도 안크면 엄마가 어떻게 해줄수가 없는거야!'라고 버럭. 하, 참 쓰고 보니 느무 사소한 일로 버럭거렸구나... 하지만 예쁜 다리는 '나의 무기' 아름다운 외모는 소중한 것이여.

 

명절 에피소드나 무뚝뚝한 남편을 둔 시골 아내의 대화를 비롯 가볍게 읽으며 맞아맞아, 그래그래 공감을 일으키는 쪽글들이 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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