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의 정치학
앤서니 기든스 지음, 홍욱희 옮김 / 에코리브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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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사달라고 해서 받은 책.

처음 희망도서가 도착하면 신청한 사람에게 우선순위가 가는데 한번 빌렸다가 손도 못대고 반납했다가 다시 빌렸다.

 

스토리가 있는 책과는 달리 퇴근길엔 읽다 졸아서 책을 떨어뜨리는 일도 몇 번 있었지만 ㅋㅋ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던 차라 재미있게 읽었다.

 

한마디로 말하면 기후변화 문제는 정치적으로 해결 해야한다는 말씀되시겠다.

 

이상기후가 눈에 띄게 진행되어 듣도보도 못한 기상상태를 겪고 북극에 빙하가 녹아 서식지를 잃은 북극곰들에 대한 다큐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있지만 이상기후에, 북극곰의 비극에 솟아오르던 경각심은 아침 테이크아웃 커피집에서 종이컵으로, 교통편이 애매한 출근길에 나홀로 자가용이용으로, 보관과 이동이 애매한 음식물 포장재로, 구체적인 모습을 한 기후변화 방지 사안으로 맞닥뜨리면 그 앞에서 또 잠깐의 편리를 택하게 되기가 십상이다.

 

현재와 같이 탄소를 무시무시하게 배출하는 생활방식과 탄소배출로 이어지는 기술수준을 그대로 두고 사람들의 선의에만 기대어 각자의 생활방식을 바꾸고 일상생활에서 누리던 수많은 편의를 포기함으로써 기후변화의 모래시계를 멈추는 것은 이루어지기 어려운 꿈이라는 걸 냉정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저자는 냉정하게도 이렇게 말한다.

 

기후변화를 막아보고자 하는 과정에서 제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짖더라도 우리는 결코 '지구를 구하'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다. 지구는 우리가 어찌하든 간에 살아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의 핵심은 지구에서 인류가 질 높은 삶을 유지하는 일, 그리고 가능하다면 삶의 질을 더욱 높이는 일이다.p16

 

그리고 우리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삶을 전지구적으로 거대하게 바꿔낸 기술의 힘을 반드시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배출되는 탄소를 어딘가에 잡아두는 기술, 태양력, 풍력, 조력 등 석탄, 석유를 이용하지 않는 발전소가 충분히 지어져 그 공백을 메울 수 있도록 하는 재생에너지 기술처럼 아직은 잉태단계인 그러한 기술들을 더 자극하고 지원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라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대체 에너지로서의 원자력의 가치는 참으로 양가적이다.

현재로서는 다른 대체 에너지원들에 비해 가장 상용화되어 있기 때문에 원자력발전의 힘에 더 큰 무게를 실어주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번 일본 지진처럼 엎친데 덮친격의 문제를 일으키는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다. 원자력 발전소의 안정성이라는 것은 그것이 세워진 곳이 평화로울 때 이야기지 진도 10에 달하는 지진, 전쟁같은 사안이 겹치면 아무리 원자력발전소를 안전하게 관리한다한들 누가 제집 앞마당에 그 시설이 들어오는 것을 허용하고 싶을까.

 

또한 현재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혹은 개발을 위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대한 전지구적 차원의 감소 계획에 대해서도 국가간 정치적 협약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대량으로 지구에 탄소를 배출하기 시작한 시기인 산업혁명 시기로부터 누적적으로 계산해보면 선진국들은 이미 아무 제한없이 배출을 해 놓고 이제 빈곤을 벗어나기 위해 개발에 박차를 가하려는 개도국에 배출억제를 요구하면, "아니 오염은 누가 시켜놓고, 누구보러 감축을 하래?!"라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목표량을 잡을 때는 선진국은 파격적으로, 빈곤국들은 생활수준이 어느 정도 따라올 때까지 유예를 해 줄 수 있어야할 것이다.

 

하지만 이미 떨어지기 시작한 모래시계는 그러한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무한도전에서 극지방과 적도지방을 연결해놓고 지구온난화를 가속화시키는 생활습관을 계속하면 히터가 틀어져 극지방의 얼음은 더 콸콸콸콸 녹아내리고 그 물은 적도지방으로 흘러가 얼음녹은 물이 의자까지 차오르던 에피소드를 보며 사람들의 생활과 기술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고서는 이 흐름을 멈출 수 없다는 생각이 깊이 들었다. 기후변화의 양 극단을 겪는 사람들이 아무리 '멈추라고, 살려달라고, 이젠 안그러겠다'고 외쳐도 같이 연결되어 있는 타지역 사람들이 '나는 아직 괜찮아, 내 생활에 불편한 거 없는데 뭐'라는 식으로 모른채하면 그 메커니즘의 스위치는 끌 수 없다.

 

미국은 요즘 나에게 미운털이 박혔다. 유전자 가공 식품회사가 거의 점령하다시피한 농업, 공장같은 가축사육, 기름이 많이드는 차를 아무 생각없이 타도록 하는 기름값 정책, 산업사회의 모든 폐해가 시작되는 근원이라는 미운털이다. 그러면서도 아버지 부시는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하며 '미국적인 생활방식을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일갈하셨다. 결국 We share the same earth!라는 걸 잊으셨나. 그러고 자기 나라 돌아가서 우쭈쭈쭈 받으니 살림살이 좀 나아지시던가요?! 전지구적 차원의 위기 대응을 위해 모인 자리에서 지구를 위해, 아니 엄밀히 말하면 '지구에서 인간이 더 오래 잘 기생하기 위해' 파격적인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 약속이라도 하고 돌아오면 '우리나라만 괜히 목표를 높이잡아서 쓸데없이 돈을 내야한다, 기업이 경쟁력을 잃는다'는 비난을 받기 일쑤일테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가끔 엉뚱한 곳으로 생각이 이어지곤 한다.

내 20대 말, 너무 힘들어서 어서 서른이 되었으면 좋겠다. 훌쩍 나이 먹어도 좋으니, 내가 뭔가가 되어 정착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던 그 시절처럼 누군가 영웅적인 리더십의 정치인이 나오고 누군가 지구 위에 기생하는 인류의 생활의 안녕을 일구어낼 천재적인 과학자가 나와서 세월이 훌쩍 가있어도 좋으니 내 새끼와 그 새끼의 새끼들이 지속가능한 지구인의 삶에 정착해 있는 시절이 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말이다.

 

물론 나는 이책에서 말하는 분류에 의하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무엇이든지 하겠다는 사람"으로서 '적극적 녹색주의자'인만큼 그러한 리더십을 가진 정치인과 새로운 기술의 장을 열어줄 천재 과학자가 나올 때까지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해서 지구에 기생하면서 지구에 민폐는 좀 덜 끼치는 생활방식을 연구하고 실천하면서 기다릴 생각이다.

 

어서 좀 나타나 주시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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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든스의 역설이란, 지구온난화의 위험은 직접 손으로 만져지는 것이 아니고 우리 일상생활에서 거의 감지할 수 없기에, 아무리 무시무시한 위험이 다가온다 한들 우리 대부분은 그저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뿐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기다리다가 중요한 대응조치를 취하기도 전에 위기가 눈앞에 닥친다면 이미 때는 늦은 것이다. p11

적이 눈 앞에 보이지 않아도 적의 위협을 생생하게 느끼고 대비하던 이순신 장군의 능력이 필요해!

 

각 개인이나 노동자 한 사람이 발휘할 수 있는 에너지 총량은 석탄이라는 무생물 자원에서 생산되는 에너지 총량에 비하면 그야말로 아무것도 아니었다.

리처드 하인버그는 이런 점을 미국인들의 삶 속에서 다음과 같이 간파했다.

가정에서 불을 밝히고 난방을 하며,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생활방식을 영위하는 데 쓰이는 모든 에너지의 총량을 인간 한 사람이 몸을 움직여 생산할 수 있는 에너지량과 비교한다고 생각해봐. 그러면 오늘날 우리 미국인 각자는 365일 24시간 내내 150명에 이르는 '에너지 노예'의 시중을 받는 것에 비견할 수 있다. p58

이렇게나 많은 노예를 거느리고 살다가 어느날 갑자기 자기가 그 일을 다 해야하는 것에 맞먹는 박탈감이겠군. 인간에게서 탄소 에너지를 뺏으면... 

 

지속가능한 개발

미래 세대가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개발 by 세계위원회 





 

당신은 어느 그룹인가요?

1. 적극적 녹색주의자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무엇이든지 하겠다는 사람들(대부분 집안이 부유한 편, 사회계급 A와 B)

 2. 안 버리는 사람들

환경목표와 관련해서 '버리지도 않고 바라는 것도 없는' 철학을 따르지만 환경 문제에 대해 특별히 흥미를 가지지는 않는 부류. 절약은 이들에게 생활의 일부분이었지만 추측커대 그것은 단지 더 쓸 것이 없기 때문이라고 해도 좋았다. 주로 연령대 높은 사람

3. 관심갖는 소비자들

환경을 위해서 '이미 다른 보통 사람들보다 더 많이 행하고 있다'고 말하는 부류. 자신들이 지금 더 이상 노력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4. '방관적 지지자들

기후변화가 중요한 문제라는 점을 받아들이기는 하지만 굳이 자신들의 생활방식을 바꾸면서까지 그렇게 노력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5. 신중한 참여자들

환경을 위해서 지금하는 일은 거의 없지만, 다른 사람드리 그러기마 한다면 무언가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6. 발뺌하는 출발자들

기호변화에 대해서 아는 바도 별로 없고 그 어떤 경우에라도 문제 해결을 위해서 나서고자하는 욕망도 없는 사람들. 대부부 그리 넉넉지 못한 가정 출신이다.

7. 솔직한 제3자들

기후변화에 대해 회의적이거나 아예 냉소적인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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