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욱 찾기
전아리 지음, 장유정 원작 / 노블마인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뮤지컬로 시작해서 영화화된 이야기, 소설로 나왔다기에 얻어서 읽어보았다.
책을 펼치면 영화 주인공 두 명이 대입되어 자동으로 영화가 재생되듯 흡인력 있게 끌어들인다.

출퇴근 시간에 책읽는 워킹맘, 간만에 통근 지하철에서 읽다가 내려서 역에서 직장까지 걷는 5분의 오르막길 마저도 아쉬워 책 읽으며 걷기 신공 발휘했다.
그러다 가끔 길에 박힌 주차 금지용 막대에 걸려 자빠질뻔 하기도 하는데 그 위험도 무릅쓰고 말이지.

자고로 순수문학이 어떻고 작품성이 어떻고 하기 전에 책은 이렇게 잡아끄는 힘이 있어야 한다는 친구의 말에 고개를 주억거리며, 그래, 잘 읽히는 책이 최고지~했다.

인도 여행에서 잠깐 이어졌다 귀국하면서 엇갈려버린 첫사랑 김종욱을 찾아나선 곰탱이 같은 우리의 여주인공.
가볍게 연애도 많이 했고, 그런 만큼 연애를 시작하는 스킬도 배짱도 좋은 우리의 남주인공.

사랑이란 상대의 어떠어떠한 점이 좋아가 아니라 '그냥 니가 좋아, 너니까 좋아'라는 걸 떠올려보면 당연한 사태이겠지만,
남자의 마음도 잘 모르고, 기껏 표현을 해보려해도 어이없게 모르고 넘어가버리는 효정이가 뭐가 그리 좋아? 왜 자꾸 생각나?라고 딴지를 걸면서 적당히 여우같고, 자신을 꾸밀 줄도 알고, 상대의 작은 변화도 잘 캐치하는 미영이가 더 낫지 않나?하며 머리로 계산을 하는 나는 필드에서 은퇴한지 너무 오래된 게 틀림없다.

가끔 나의 첫사랑은 누구였을까... 생각하는데
특별한 감정을 주고받은 건 아니지만, 뭔가 아쉽게 엇갈린 느낌을 기준으로 꼽자면 대학 첫미팅에서 만난 그분.
난 외모지상주의자이므로 키도 훈늉, 외모도 훈늉, 게다가 세련된 대화술도, 귀여운 애교도 장착하지 못한 우리의 효정처럼 미련곰팅인 나에게 덜덜 떨리는 손으로 커피에 설탕을 넣어 저어주던 그분. 가끔 생각난다.

<이하 스포일러 주의> 

'임수정과 공유니까 말이되지, 그냥 효정이와 그냥 성재라면 글쎄다~ 내겐 이미 그들이 효정이와 성재가 아닌 그림은 상상할 수 없는 상태이므로~'라며 딴지를 걸고 싶은, 청춘사업에서 은퇴한 이런 팍팍한 마음의 소유자도 잠시 첫사랑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 그렇게 누구에게나 한번쯤은 있었을 첫 사랑을 떠올리게 해주는 이야기이기에, 그렇지만 로맨스 장르의 특성답게 결국 사랑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며, 지금 다가온 사랑을 바라보게 하는 이야기이기에 상대적으로 마이너장르인 뮤지컬로 시작해서 메이저 시장인 영화계로 진입할수 있지 않았나 싶다. 장르의 원칙에 충실히 따른 마무리가 상투적이기보다는 오히려 깔끔하게 느껴졌다.


툭, 하고 가슴속 어딘가에 달려 있던 단추 한 개가 떨어지는 기분. 고작 단추 하나가 떨어졌을 뿐인데 온 세상이 변해버린 듯한 기분. 눈부신 그의 얼굴을 보며 속이 아득해졌다. 극도의 행복은 어째서 까닭을 알 수 없는 절망을 동반하는 걸까.p75

잠자리만 갖고 나면 여자에게 푹 빠졌던 풋내기 시절이 있었다는 게 의심스러울 만큼, 그 시기에는 오히려 섹스 한번 하고 나면 금세 그 여자에게 싫증이 나곤 했다. 어느 여자나 다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도 그 무렵이었을 거다. 곁에 있을 여자가 필요하긴 했으나, 그 여자가 꼭 어느 누구여야 할 이유는 없었다. p225 

늘 효정의 마음을 비웃어대긴 했으나 나는 내심 그녀의 사랑을 동경했었다. 첫사랑이란 건 조금씩 덜 익거나 부서진 구석이 있게 마련이라 그 모자란 부분 속에 환상을 채워 넣을 수 있다. 환상은 방부제와 같아서 사랑을 쉬이 사라지게 놓아두지 않는다. 서로 잊으려야 결코 잊을 수 없는, 사랑의 기준이 되는 그런 사람 하나쯤은 나도 있으면 좋았으련만 p24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1 세계문학의 숲 1
알프레트 되블린 지음, 안인희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생소한 작가, 처음 들어보는 책 제목.

요즘 문학으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나온 것 같기도 하고 시공사가 야심적으로 시작하는 '세계문학의 숲'이라는 전집의 첫 엔트리라고 해서 궁금하기도 했기에 읽어본 책.

독일어로 현대를 묘사한 가장 중요한 작품, 언어의 정신이 이런 식으로 독자를 뼛속까지 흠뻑 적신 적은 없었다 by 발터 벤야민, 이라는 홍보문구를 흐뭇하게 등에 업고 시작한 독서는 페이지를 넘겨 갈수록 고민에 빠졌다.

자유 연상 기법, 운운하는 소설은 꼭 이렇드라. 누가 말하는 건지도 모르게 주고 받는 대화, 성으로 불렀다 이름으로 불렀다 해서 누구를 부르는 건지 모르겠는 외국 소설의 태생적 장벽(100페이지가 넘도록 우리의 주인공 이름도 잘 모르겠는 나에게도 문제가 없다곤 못하겠고...), 독일어로 현대를 묘사한 가장 중요한 작품이라는 평가가 납득이 갈 정도로 아무렇지도 않게 자주 나오지만 각주가 없이는 무슨 맥락인지 짐작도 못하겠는 그 시대의 유행가, 선전문구 등의 인용, 딱히 두드러진 사건도 안 나와서 더더욱 미궁 속을 헤매는 듯한 느낌, 나 이렇게까지 소설과 담 쌓은 독서가가 된 것인가 하는 자괴감, 그래도 세계문학 전집에 이 작품을 집어 넣은 데는 이유가 있을거야. 시공사잖아, 2권까지 있으니 1권을 반만 읽고 포기한다는 건 말도 안돼 등등

그러다가 180쪽 정도 읽었을 때 서서히 입질이 온다. 그래그래, 이제 슬슬 시작이구나. 그래, 이렇게 뭔가가 있어야 읽지, 나만 어렵고 힘들었던거 아니지? 이 이야기를 끌어가려고 이때까지 판 깐거지?하는...

전후 독일을 배경으로 한, 여자친구를 홧김에 죽도록 두들겨 팼다가 결국 그녀가 죽음으로써 살인죄로 형을 살고 나온 한 남자의 인생이 또 다시 시대적, 개인적 물살에 휩쓸려 가는 삶의 궤적을 들여다보는 경험은 그 경험 자체로 알게 모르게 나를 변화시키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스스로에게 동기 부여를 해가면서 이 fiction을 읽었다. 심오하게는 소설이란 문학이 인간에게 무엇인가,라는 질문까지 해대면서...

그것은 책 한권을 읽고, 지금 세상을 읽을 한뼘의 지식, 험한 세상을 헤쳐나갈 한줄기 위안 등 그날 벌어 그날 먹고 사는(from hand to mouth) 독서를 하는 자의 한계일 것이다.

내 능력의 한계 때문에 쉽게 읽히지는 않지만, 도살장의 묘사나 잘못 얽힌 인간 관계 때문에 파멸로 치닫는 삶의 모습을 표현한 부분을 보면서는, 그래 언어가 달라서 묘사하는 방식이 낯설긴 하지만 뭘 말하는지는 참 알겠는 문장. 이런 것이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는 문장의 힘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래서 외국 문학을 읽는구나 싶기도 하고.

100권짜리 시리즈물이라 하니 불쑥 도전 의식이 느껴진다.

대학 전공을 무엇으로 선택하느냐 하는 선택이 대학 4년이 지난 후 한 인간이 세상을 바라보는 프레임을 영원히 바꾸어 놓는 것처럼 믿음직한 출판사의 에디터들이 고르고 골라 내어놓는 세계 문학 시리즈를 통독하는 경험이 나라는 인간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자, 날 바꿀 수 있으면 바꿔봐! 라며 나를 내어놓는 느낌?!

같은 바느질 취미를 가져도 내복, 장갑, 조끼 같은 실용적인 물건이 아니면 만들 이유를 느끼지 못하는 자와 아기자기한 모빌, 인형을 만드는 사람 사이에 놓여있는 마음의 간극. 그 간극을 넘어서기 위한 도움닫기를 시작할 타이밍이라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동차 바이러스 - 그 해악과 파괴의 역사
헤르만 크노플라허 지음, 박미화 옮김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오스트리아의 교통 전문가인 저자는 대담하게도 이렇게 말한다.

한 해에도 수백만 명이 넘는 사람이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그리고 이보다 2배에 가까운 사람들이 자동차 배기가스로 인한 질병으로 일찍 생을 마감한다. 자동차 때문에 죽어가는 인명은 전쟁으로 인한 희생자의 수에 비견될 정도다. 눈앞에 자동차로 인한 피해가 명백히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책임자들의 두뇌는 이러한 현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그들의 두뇌는 자동차의 지배를 받고 있고,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 역시 인간 중심이 아니라 자동차 중심인 것이다. p188

그리고 그것은 인류가 자동차 바이러스에 감염되었기 때문이라고.

이 책은 자동차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나는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의 생존 메카니즘을 보았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자동차를 이용할 때 절약되는 신체 에너지 1줄(Joule)에 대한 화석 에너지는 200~400줄에 달한다. 그러나 자동차 운전자는 이러한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채 그저 자동차를 이용하면 에너지와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할 뿐이다.

그러니까 내가 걷지 않고 자동차를 탐으로써 아낄 수 있는 신체 에너지는 1줄에 불과하고, 그것을 줄이기 위해 내가 딛고 있는 지구의 한정된 자원을 그 200~400배나 쓰고 있는데도 그것은 내주머니에서 나가는 게 아니기 때문에 나는 모르는 일이라는 것이다. 내 자손의 자손들이 써야할 것을 지금 나 편하자고 당겨쓰는 것이다. 그 사실을 깨닫는다 해도 인간의 선의에만 기대어 당장의 편리를 희생해 자동차 사용을 억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그래서 내가 존경하는 플랜B 3.0의 저자 레스터 브라운은 이렇게 말했다.

"휘발유를 태우는 것은 매우 비용이 많이 들지만 시장은 우리에게 그것이 싸다고 말한다." 브라운은 자본주의 경제의 시장 왜곡을 지적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원유 가격이 배럴당 130달러까지 치솟아 세계가 아우성이지만, 그의 계산에 따르면 지금의 휘발유 값은 터무니없이 낮다. "미국 주유소에서 휘발유는 1갤런(3.785L)에 3달러이지만 석유산업에 대한 세금 감면, 중동에서 석유를 확보하기 위해 지출하는 군사비(최근의 이라크 전쟁 비용으로 미국은 4500억 달러를 썼다), 공기 오염으로 인한 호흡기 질환을 치료하는 비용, 기후변화에 따르는 재난 비용 등을 모두 반영하면 지금의 다섯 배인 15달러가 되어야 한다."

현재의 편의를 위해 미래의 자원을 당겨쓰는 것은 신용카드의 원리와도 통한다. 조금 불편해도 현재의 수입으로 현재를 살아야 마땅한데 미래의 수입까지 당겨 현재를 누린다. 자동차 보험에서 자신의 보험요율을 올리지 않고 보상받을 수 있는 한도가 200만원으로 높아지자 수리업소에서 살짝 긁히기만 한 차를 훼손해 190만원어치 새단장을 종용하는 케이스가 늘었고, 사람들은 그것이 내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이 아니라며 공돈으로 말끔한 새차가 되었다고 좋아한다. 그럼으로써 보험회사의 손해율이 높아져 전체 보험가입자의 보험료가 오름으로써 전체가 그 값을 치른다. 눈가리고 아웅하는 미련한 일이다.

자동차가 그렇게도 인류의 삶에 도움이 안된다면 많은 이들이 그 사실을 깨닫고 자동차 바이러스를 극복해 낸다면 매해 더 많은 차를 생산해 팔아야 하는 자동차 산업에 종사하는 수많은 사람의 생계는 어떻게 하냐고? 방법을 찾아야겠지. 나는 최근 GE가 삼성 LG에 밀려 돈 안되는 백색가전을 버리고 신재생에너지에 사업역량을 집중하기로 결정한 것을 보고 무서운 싸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때 GE하면 고급냉장고를 떠올릴 만큼 대표적인 사업이었는데 현재의 지구와 자신들의 사업역량을 냉정히 판단하고 더 오래갈 수 있는 분야를 찾은 것이다.

기계를 만들어서 자꾸 팔아야만 생존할 수 있는 회사들은 평생 쓸 수 있는 튼튼한 물건을 만들어서는 안된다. 2년 3년마다 고장이 나서 새로운 기계를 사들일 수밖에 없도록 기계를 만들어야만 한다. 그리고 한정된 자원을 그렇게 밖에 활용하지 않는 것은 어떤 면에서 죄악이다. 그러니 공존하기 위해 벌집 자체를 다 잡아먹어버리지는 않는 벌집나방과 같은 지혜가 필요하다. 하다못해 매독균 같은 바이러스도 중세에는 금세 고름으로 뒤덮여 숙주를 죽게 만들어버리다가 그것보다는 숙주는 살려둔 채 오래 그 숙주와 함께 사는 방향으로 진화했다지 않는가 말이다.

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것. 아니 지금처럼 흥청망청 써대다가는 내가 무분별하게 훼손시켜버린 지구와 함께 멸망하게 되리라는 것을 자각하고 행동하기. 인간사회의 구조가 지구와 공존할 수 있도록 대대적인 조정이 이루어질 때까지 양심있는 인간은 그것을 미덕으로 살아가야 할 것이다.

> 자동차의 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금 바로 할 수 있는 것들
 
가능하면 걷기
조금 먼 곳은 자전거 타기
1인 자동차 출근은 되도록 하지 말기(카풀 같은 거 하자구요)
자동차를 탈 때는 속도 줄이기(소음과 배기가스는 속도를 높일수록 배가된다고 한다)

 
> 고해성사
 
그래놓고 지난 주말에 자동차 타고 강원도 여행 다녀왔습니다.
그래놓고 지난 주에 신용카드로 원단 사제꼈습니다.
 
> 발췌
 
그리스 신화를 보면 프로메테우스가 저지른 행동 때문에 여러 가지 사건이 연쇄적으로 발생한다. 앞을 내다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리 생각할 수 있는 능력'뿐만 아니라 '앞날을 예견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어야 한다. 프로메테우스의 일화를 통해 우리는 경솔한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실감할 수 있다.... 나중에 생각하는 인간이라는 뜻의 이름을 받은 에피메테우스는 과학 기술의 발달 속도가 느리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의 수호신으로 적합할 듯하다. 자신의 발명품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과학자나 기술자 그리고 과학 기술의 발달이 어디에서 출발했으며 앞으로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짐작하지 못하는 사람들 역시 '에피메테우스적' 인간이라 하겠다 p14

인간은 무언가를 취해 시험해 보고 그것이 계획대로 움직이면 그것을 표준화한다. 오늘날에도 이 같은 원리는 변함이 없다. 그러다 문제가 발생하면 표준화된 체계를 부정하기 시작하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단 지금까지 이익을 취한 집단의 이익이 이전과 변함이 없거나 이전보다 더 큰 이익을 취할 수 있다는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대표적인 예로 건설업과 교통 산업을 들 수 있는데, 최근 정보 산업 역시 이들과 같은 길을 가고 있다. "기술로 발생한 문제는 기술로 해결해야 한다"는 근본적인 논리는 교통 분야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확산되어 있는 잘못된 생각이다. 기술지상주의를 대변하는 사람들은 기술에 대해 확신에 차 있으며, 다른 사람들보다 자신들이 우월하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이 받은 교육과 그동안 거둔 미시적인 성공으로 인해 한쪽 두뇌를 잃고 말았다. 즉 기술을 신봉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적용하는 기본적인 계산에 의심을 품지 않으며 자신들이 세운 공식이 적용될 수 있는 외부적 상황이나 제약 조건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p41 

 p48
국가의 문명수준이 낮을수록 인기가 높은 자동차 경기

F1 총 경주 거리와 경주를 개최하기 위해 쏟은 시간 전체를 계산해 보면 F1 경주 자동차의 평균 속도는 시속 몇 미터밖에 안된다... 자동차 경주에 쏟은 시간과 실제로 자동차가 경주한 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관람객 중에 걸음이 가장 느린 사람도 F1 경주차를 추월할 수 있을 정도다.

문명화된 국가에서 랠리 경기가 더 이상 사람들의 관심을 얻지 못하는 것은 랠리 경기가 시대를 역행하는 단순한 구경거리에 불과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이제 랠리 경기로 사람들의 주목을 끌려면 개발도상국으로 장소를 이동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왔군 F1

이동속도를 증가시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교통 시스템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동 수단의 속력을 높이거나 도로와 철로를 건설하면 단기적으로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원상태로 돌아간다.전 세계적으로 이동 시간은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속도가 증가하는 만큼 도로의 길이도 증가한다. 집 일자리, 쇼핑센터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장소 간의 거리가 멀어지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동시간은 1초도 절약할 수 없게 된다.p104

자동차 교통으로 인해 건강에 해로운 유해물질 수치가 평균치를 넘어도 교통관청이나 정부는 자동차 교통을 제한하는 대신 국민에게 야외로 나가는 것을 삼가고 실내에서 생활할 것을 권한다. p110
==>생각해보니 어처구니 없는 짓이다.

도시계획자들은 살아 숨쉬는 도시를 각각의 기능으로 분리해 기능별로 나누어 놓았다. 그 결과 주거지에는 주택만, 상가 지역에는 상가만 모이게 되었고 자동차가 없이는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없게 되었다. 공공장소의 범위는 자동차 교통을 기준으로 결정되었으며 도로의 수명을 늘리고 추가 조명을 설치하기 위해 많은 자금이 투입되었다. 이때 사용되는 돈은 자동차 운전자들뿐 아니라 비운전자들도 함께 부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익을 얻는 것은 자동차 운전자뿐이다. 이렇듯 봉건주의적 자동차 교통이 확립될 수 있었던 것은 모든 분야의 전문가들이 자동차의 마법에 걸린 탓이다.p111

소음: 자동차 사회의 암세포

로베르트 코흐는 1910년 "인간이 콜레라나 페스트 같은 질병처럼 소음과 맞서 싸워야 할 날이 올 것이다"라고 예언했다. 소음 때문에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귀가 아니라 호르몬 체계다. (중략)로베르트 코흐는 1910년에 이미 국민총생산량이 몰라보게 성장한 오늘날의 상황을 정확히 예측했다. 그러나 경제가 성장한 만큼 치료비도 상승한다. 특히 암 치료는 많은 비용이 들 뿐 아니라 치료 기간도 길어 제약회사는 엄청난 돈을 벌어들인다. 수입원을 확실히 챙기려는 제약회사 역시 자동차 교통을 지지하고 자동차 업계의 비위를 맞추려고 노력한다. 한마디로 인간의 건강을 희생하는 대가로 돈을 벌려는 것이다.

소음은 무기로 쓰이기도 한다...뉴욕시 경찰 역시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엘라드를 사용한다고 한다. 엘라드는 인간이 견디기 힘든 크기와 주파수로 음압을 높게 해 소음을 내보내는 기기다. 교통 소음 역시 듣기 불쾌한 공명 주파수 파장을 지니고 있으며 음압도 높다. 특히 무게가 많이 나가는 대형 화물차들이 빠른 속도로 달릴 때 발생하는 소음의 음압은 매우 높다.

음압은 교통량의 증가만큼만 증가하는데, 속력이 증가하면 음압은 2,3배 이상 높아진다. (중략) 시내에서 속도를 제한하는 것이 순환도로를 건설하는 것보다 소음 공해를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P121

자동차 업계는 자동차 제조 기술이 배기가스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며 문제를 단순화시킨다. 이런 태도는 얍삽하지만 매우 영리한 전략이다. 자동차 제조 기술이 배기가스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희망을 줌으로써 큰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새로운 사업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정치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배기가스 제재조치 시행을 연기시키는 방식으로 과거의 실수가 다시 반복된다...자동차 배기가스는 기술공학적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시스템 전체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배기가스의 양은 2가지 요소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첫째는 자동차 교통량이고 둘째는 속도다.P127

자동차를 이용할 때 절약되는 신체 에너지 1줄(Joule)에 대한 화석 에너지는 200~400줄에 달한다. 그러나 자동차 운전자는 이러한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채 그저 자동차를 이용하면 에너지와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할 뿐이다.또한 자동차에 시동을 걸 때 자동차 배기가스가 신체 내부로 들어가 직접적인 해를 끼칠 것이라 걱정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자동차 배기가스가 여과되지 않고 배출되면 폐와 간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것이다. 공학기술 덕분에 유독 성분을 여과시킬 수 있는 장치가 개발되긴 했지만 유해성분을 100퍼센트 걸러낼 수는 없다...(중략) 자동차 중심의 교통 시스템은 이미 그 기능 면에서 한계에 직면했으나 이러한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낮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자동차 연료비 땜누에 생기는 문제는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짐이다. 산업이나 자동차 교통으로 인한 기후 변화는 이미 정체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생태계 파괴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부정적인 결과보다는 자동차를 이용했을 때 직접적으로 얻을 수 있는 장점만이 부각되고 있다. 더구나 생활환경의 질이 떨어지면 직립보행을 하는 인간은 점점 더 자동차에 의존하게 된다. 자동차가 인류를 구원해 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p15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왜 도덕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안진환.이수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존엄사, 낙태, 줄기세포 연구, 배아폐기, 가해자의 인권 보호, 동성애 등등 풀기 힘든 문제를 대할 때마다 이 저울의 양쪽에 얼마만큼의 무게를 부여하고 결국 어느 쪽으로 기울어져야 맞는 것인지 스스로 납득할만한 답을 가지지 못해 답답해했던 것이 나만은 아닌 모양이다.

정의란 무엇인가에 이어, 같은 저자의 새 책 '왜 도덕인가'까지도 제법 많은 사람들의 인구에 회자되는 것을 보니 말이다.

나란 사람은 A가 B해서 C하다는 정보를 접하면 그러니까 'A=C라는 거지?'라고 정리한 결과만을 남기는 인간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는 그러니까 '배아는 인간이 아니라는 거지?'라고 정리해서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생명의 씨앗인 배아를 의식을 가진 인간과 같이 볼 수 있는가 여부를 짚어보는 과정을 더 마음을 써서 읽었다. 이제는 세상의 갑론을박을 대할 때 내 나름으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틀을 가져야 나이도 되었다는 자의식의 발동이기도 하고 무엇이건 상업적인 것으로 해체되어 재구성되어 나가는 세상에 대해 느껴온 위기의식의 발로이기도 하다.

신문에 연재한 칼럼을 모아 낸 책인 만큼 각기 그 글이 발표될 때의 구체적인 사건이나 계기가 있어서 더 잘 읽혔다.

사회의 어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 시기, 외국인 노교수의 글을 읽으며 그런 것이군요, 하고 그의 판단에 기대게 되는 마음은 조금 씁쓸하기도 했고, 그가 논쟁의 이쪽 저쪽을 살펴 의견을 제시하는 방법을 다시 그의 논리에 적용시킬 수 있는 정도의 내공을 키워야겠다는 마음도 들었고, 우리 사회 어른들의 글을 좀 더 읽어봐야겠다는 다짐도 했다.
 
다만 미국에서는 큰 논란을 일으켰던 소송(콘돔 판매를 금지한 주정부와 콘돔회사간의 소송이라든가)이나 사회적 맥락이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어서 그 사회적 맥락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 읽기에는 문장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사회적 지식 부족으로 다소 글의 흐름을 따라가기 어렵다는 태생적 장벽도 있다.

자유주의자들은 국가가 시민들에게 특정한 삶의 방식을 강요해서는 안 되며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자유를 갖고 스스로 가치와 목적을 선택하도록 최대한의 자유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선택의 자유를 중시할지라도 자유주의자들은 허용과 지지, 즉 어떤 행동을 허용하는 것과 그것을 지지하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 그들은 포르노를 허용하는 것과 지지하는 것은 전적으로 다르다고 반박한다. 보수주의자들은 이따금씩 이러한 구분을 무시함으로써 그것을 역이용한다. 낙태를 허용하는 것은 낙태를 지지하는 것이고, 교내 기도의 의무화를 반대하는 것은 기도를 반대하는 것이며, 공산주의자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것은 공산주의에 동조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치의 논쟁 양상이 늘 그렇듯, 자유주의자들은 보다 고귀한 원칙들을 동원해 이에 대응한다. 일테면 포르노를 허용하는 까닭은 포르노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관용과 선택의 자유 혹은 공정한 절차를 더 중요시하게 여기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p155
 
이런 논리를 잡고 계속 나아갈 때 나오는 것은 공리주의와 칸트의 도덕철학이다.
결국은 내가 원하는 판단력을 얻기 위해서는 철학의 기본이 되어 있어야 함을 느꼈다.
 
이 책을 읽다 도서관에 가보니 빌려 읽을 책들이 왜 이리 많은지... 독서를 부르는 독서. 난 찬성일쎄. 지금 읽고 내년에 또 읽어보고 싶은 독서, 대찬성일쎄 
 
요즘 고전에 속하는 문학작품과 현대의 미국작가의 단편소설집을 읽으며 고전하고 있던 나로서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것처럼 즐거운 독서였다.

나, 언제부터 이렇게 인문학적인 인간이었던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삼성처럼 일하라 - 스마트하고 효율적인 1등의 업무방식
문형진 지음 / 더난출판사 / 201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삼성처럼 일한다는 걸 뭘까.
읽어보니 회사의 업무를 무엇보다 우선순위에 올리고 사소한 것까지 집요하리만큼 신경쓰는 것인 듯하다.
물론 실제로 겪어보면 그런 삼성인들을 보면서 '장난아니다'고 혀를 내두르게 될지도 모르겠다.

책에는 1년에서 5년차까지 삼성에서 직원들에게 교육하고, 기대하는 업무 수준을 단계별로 정리하고 있다.

그 중에는 자동차를 탈 때 상석은 어디인가에 대해 세단에 세명이 탈 때, 네명이 탈 때, 상사가 운전하는 차에 탈 때, SUV를 탈 때 이런 식으로 정리해 놓은 것까지 있어 직장생활 8년차이지만 사내 라인이니 상사에게 맞추고 상사를 연구하고 하는 일에 대해 한점 지식이 없는 나에게 신세계를 열어 주었다.

삼성에 입사하여 근무하는 것을 버스에 탄다고 표현하는 비유가 있다.
누구는 타자마자 다음역에서 금세 하차하고 누군가는 도착지까지 함께 가며 어떤 사람은 중간에서 훌쩍 올라타서 끝까지 함께 간다고.

나도 입사 초년병 때 회사의 조직이 안정되지 않아 기획업무, 문서업무 병행하느라 허구헌날 10시, 11시에 퇴근을 할까말까하던 때가 있었고 그때 우리 회사 직원들은 거의 그랬어서 입사하고 많은 직원들이 연인과의 결별을 겪어야만 했었다. 그 때의 나에게 허구헌날 야근을 해야하는 일이기는 했지만 처음 제대로 된 일이라는 걸 하는 기회, 학교를 나와서 열어 젖히고 싶었던 사회의 문 앞에서 수없이 좌절한 후 처음 받아들여졌던 곳이었기에 감히 이건 내 일이 아니야, 내 삶이 아니야라는 건 생각도 못한 채 그 시간을 넘겼다.

그러니 내가 그 때 삼성에 취직했다면 지금 내 모습은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해본다. 지금 회사가 사내 정치 같은 것은 별로 힘을 쓰지 않는 작은 외국계회사라 그렇기도 하고 워낙 내가 그런 쪽으로 더듬이가 없는 사람이기도 해서 삼성에서도 눈에 안 띄게 주어지는 업무나 따박따박하면서 만년 대리로 그냥저냥 살았을 것 같기도 하고, 혹은 너무나 상사에 대한 개인적인 케어를 등한시한 나머지 '너 이자식 나가'란 소리를 듣고 쫃겨나진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회사 다니는 대학 친구들과 만나 이야기를 해보면 회사에서 남자들 일 제대로 안하고 업무시간에 하루종일 빈둥대며 놀다가 퇴근시간에 상사 눈치보면서 장기 둬주고, 술 마셔주고, 이 책에서 가르쳐주는 것 같은 상사 케어 매너 작렬하는 인사들이 승진도 잘하고 인정도 받는단다. 업무시간이 아까워 점심도 먹는둥 마는둥 해가며 시간 안에 일 마치고 집에 가려는 자기를 일 제대로 안 하는 사람이라고 보는 상사의 눈빛에 이직을 생각할 수 밖에 없다는 내용도 자주 등장한다. 물론 그분들은 '업무 처리가 회사생활의 다가 아니고 능력의 전부가 아니다'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서는 업무 능력은 기본이고 거기다 직장생활에서 자신의 목숨줄을 잡고 있는 상사를 접대하는 그런 부분까지도 일의 연장이라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전쟁과도 같은 비지니스 세계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듯하다.

새겨들어야 할 내용은 그 외에도 많다.

자신이 목표로 하는 궁극적인 꿈을 이뤄가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특기'라는 것이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직장인들의 특기'라고 한다면 탁월한 업무능력이나 영어실력, 혹은 맡은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정보를 의미한다. 당연히 그것들도 '특기'에 속하겠지만 그런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부분 이외의 또 다른 특기도 있다....특기라는 것을 그저 업무적인 것이라고만 생각했다면 이제라도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내면의 특기는 외형의 특기를 더욱 강하게 해준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업무 능력에 정신의 힘, 그리고 인내의 힘까지 더해진다면 '천하무적 직장인'이 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p203

삼성이 철저하기로 소문난 것으로 교육과 관리를 꼽는다. 삼성처럼 규모가 크고 여력도 있는 사업체에서야 교육을 제대로 시킬 수 있겠지만 하루벌어 하루사는 중소기업 현장에서 바쁜 업무를 멈춰둔 채 교육을 실시하기란 여러모로 쉽지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교육계획과 경영계획을 함께 세운다고 한다. 돈을 벌면 저축할 돈 먼저 떼어 내놓듯 교육도 그런 마음으로 해야한다는 생각인 듯하고 그런 면이 오늘의 삼성을 만들어 낸 원동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직원들의 경쟁력을 높이고 싶은 중소기업체의 임원분들이 마음에 새겨두시면 좋을 듯싶다.

회사에 내 시간을 바치고 담보잡힌 내 시간의 댓가로 월급이라는 이름의 돈을 받는다. 그러니 돈받고 하는 일, 충실히 해야한다. 그런데 회사에서의 시간만큼이나 내 삶 자체에 공을 들이고 싶은 나에게 삼성의 방식은 받아들이기 어려워 보인다.
지금 연봉의 몇 배를 주면서 매일 주야로 주말도 없이 회사일을 최우선에 두고 업무를 진행하라고 하면 받아들이기 힘들다.
내 남편이 그렇게 일을 해도 달갑지 않다.

회사와 함께 치열하게 성장해 온 저자의 경험을 폄하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직업과 일을 대하는 생각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책임은 분명해 보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