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욱 찾기
전아리 지음, 장유정 원작 / 노블마인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뮤지컬로 시작해서 영화화된 이야기, 소설로 나왔다기에 얻어서 읽어보았다.
책을 펼치면 영화 주인공 두 명이 대입되어 자동으로 영화가 재생되듯 흡인력 있게 끌어들인다.

출퇴근 시간에 책읽는 워킹맘, 간만에 통근 지하철에서 읽다가 내려서 역에서 직장까지 걷는 5분의 오르막길 마저도 아쉬워 책 읽으며 걷기 신공 발휘했다.
그러다 가끔 길에 박힌 주차 금지용 막대에 걸려 자빠질뻔 하기도 하는데 그 위험도 무릅쓰고 말이지.

자고로 순수문학이 어떻고 작품성이 어떻고 하기 전에 책은 이렇게 잡아끄는 힘이 있어야 한다는 친구의 말에 고개를 주억거리며, 그래, 잘 읽히는 책이 최고지~했다.

인도 여행에서 잠깐 이어졌다 귀국하면서 엇갈려버린 첫사랑 김종욱을 찾아나선 곰탱이 같은 우리의 여주인공.
가볍게 연애도 많이 했고, 그런 만큼 연애를 시작하는 스킬도 배짱도 좋은 우리의 남주인공.

사랑이란 상대의 어떠어떠한 점이 좋아가 아니라 '그냥 니가 좋아, 너니까 좋아'라는 걸 떠올려보면 당연한 사태이겠지만,
남자의 마음도 잘 모르고, 기껏 표현을 해보려해도 어이없게 모르고 넘어가버리는 효정이가 뭐가 그리 좋아? 왜 자꾸 생각나?라고 딴지를 걸면서 적당히 여우같고, 자신을 꾸밀 줄도 알고, 상대의 작은 변화도 잘 캐치하는 미영이가 더 낫지 않나?하며 머리로 계산을 하는 나는 필드에서 은퇴한지 너무 오래된 게 틀림없다.

가끔 나의 첫사랑은 누구였을까... 생각하는데
특별한 감정을 주고받은 건 아니지만, 뭔가 아쉽게 엇갈린 느낌을 기준으로 꼽자면 대학 첫미팅에서 만난 그분.
난 외모지상주의자이므로 키도 훈늉, 외모도 훈늉, 게다가 세련된 대화술도, 귀여운 애교도 장착하지 못한 우리의 효정처럼 미련곰팅인 나에게 덜덜 떨리는 손으로 커피에 설탕을 넣어 저어주던 그분. 가끔 생각난다.

<이하 스포일러 주의> 

'임수정과 공유니까 말이되지, 그냥 효정이와 그냥 성재라면 글쎄다~ 내겐 이미 그들이 효정이와 성재가 아닌 그림은 상상할 수 없는 상태이므로~'라며 딴지를 걸고 싶은, 청춘사업에서 은퇴한 이런 팍팍한 마음의 소유자도 잠시 첫사랑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 그렇게 누구에게나 한번쯤은 있었을 첫 사랑을 떠올리게 해주는 이야기이기에, 그렇지만 로맨스 장르의 특성답게 결국 사랑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며, 지금 다가온 사랑을 바라보게 하는 이야기이기에 상대적으로 마이너장르인 뮤지컬로 시작해서 메이저 시장인 영화계로 진입할수 있지 않았나 싶다. 장르의 원칙에 충실히 따른 마무리가 상투적이기보다는 오히려 깔끔하게 느껴졌다.


툭, 하고 가슴속 어딘가에 달려 있던 단추 한 개가 떨어지는 기분. 고작 단추 하나가 떨어졌을 뿐인데 온 세상이 변해버린 듯한 기분. 눈부신 그의 얼굴을 보며 속이 아득해졌다. 극도의 행복은 어째서 까닭을 알 수 없는 절망을 동반하는 걸까.p75

잠자리만 갖고 나면 여자에게 푹 빠졌던 풋내기 시절이 있었다는 게 의심스러울 만큼, 그 시기에는 오히려 섹스 한번 하고 나면 금세 그 여자에게 싫증이 나곤 했다. 어느 여자나 다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도 그 무렵이었을 거다. 곁에 있을 여자가 필요하긴 했으나, 그 여자가 꼭 어느 누구여야 할 이유는 없었다. p225 

늘 효정의 마음을 비웃어대긴 했으나 나는 내심 그녀의 사랑을 동경했었다. 첫사랑이란 건 조금씩 덜 익거나 부서진 구석이 있게 마련이라 그 모자란 부분 속에 환상을 채워 넣을 수 있다. 환상은 방부제와 같아서 사랑을 쉬이 사라지게 놓아두지 않는다. 서로 잊으려야 결코 잊을 수 없는, 사랑의 기준이 되는 그런 사람 하나쯤은 나도 있으면 좋았으련만 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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