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처럼 일하라 - 스마트하고 효율적인 1등의 업무방식
문형진 지음 / 더난출판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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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처럼 일한다는 걸 뭘까.
읽어보니 회사의 업무를 무엇보다 우선순위에 올리고 사소한 것까지 집요하리만큼 신경쓰는 것인 듯하다.
물론 실제로 겪어보면 그런 삼성인들을 보면서 '장난아니다'고 혀를 내두르게 될지도 모르겠다.

책에는 1년에서 5년차까지 삼성에서 직원들에게 교육하고, 기대하는 업무 수준을 단계별로 정리하고 있다.

그 중에는 자동차를 탈 때 상석은 어디인가에 대해 세단에 세명이 탈 때, 네명이 탈 때, 상사가 운전하는 차에 탈 때, SUV를 탈 때 이런 식으로 정리해 놓은 것까지 있어 직장생활 8년차이지만 사내 라인이니 상사에게 맞추고 상사를 연구하고 하는 일에 대해 한점 지식이 없는 나에게 신세계를 열어 주었다.

삼성에 입사하여 근무하는 것을 버스에 탄다고 표현하는 비유가 있다.
누구는 타자마자 다음역에서 금세 하차하고 누군가는 도착지까지 함께 가며 어떤 사람은 중간에서 훌쩍 올라타서 끝까지 함께 간다고.

나도 입사 초년병 때 회사의 조직이 안정되지 않아 기획업무, 문서업무 병행하느라 허구헌날 10시, 11시에 퇴근을 할까말까하던 때가 있었고 그때 우리 회사 직원들은 거의 그랬어서 입사하고 많은 직원들이 연인과의 결별을 겪어야만 했었다. 그 때의 나에게 허구헌날 야근을 해야하는 일이기는 했지만 처음 제대로 된 일이라는 걸 하는 기회, 학교를 나와서 열어 젖히고 싶었던 사회의 문 앞에서 수없이 좌절한 후 처음 받아들여졌던 곳이었기에 감히 이건 내 일이 아니야, 내 삶이 아니야라는 건 생각도 못한 채 그 시간을 넘겼다.

그러니 내가 그 때 삼성에 취직했다면 지금 내 모습은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해본다. 지금 회사가 사내 정치 같은 것은 별로 힘을 쓰지 않는 작은 외국계회사라 그렇기도 하고 워낙 내가 그런 쪽으로 더듬이가 없는 사람이기도 해서 삼성에서도 눈에 안 띄게 주어지는 업무나 따박따박하면서 만년 대리로 그냥저냥 살았을 것 같기도 하고, 혹은 너무나 상사에 대한 개인적인 케어를 등한시한 나머지 '너 이자식 나가'란 소리를 듣고 쫃겨나진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회사 다니는 대학 친구들과 만나 이야기를 해보면 회사에서 남자들 일 제대로 안하고 업무시간에 하루종일 빈둥대며 놀다가 퇴근시간에 상사 눈치보면서 장기 둬주고, 술 마셔주고, 이 책에서 가르쳐주는 것 같은 상사 케어 매너 작렬하는 인사들이 승진도 잘하고 인정도 받는단다. 업무시간이 아까워 점심도 먹는둥 마는둥 해가며 시간 안에 일 마치고 집에 가려는 자기를 일 제대로 안 하는 사람이라고 보는 상사의 눈빛에 이직을 생각할 수 밖에 없다는 내용도 자주 등장한다. 물론 그분들은 '업무 처리가 회사생활의 다가 아니고 능력의 전부가 아니다'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서는 업무 능력은 기본이고 거기다 직장생활에서 자신의 목숨줄을 잡고 있는 상사를 접대하는 그런 부분까지도 일의 연장이라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전쟁과도 같은 비지니스 세계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듯하다.

새겨들어야 할 내용은 그 외에도 많다.

자신이 목표로 하는 궁극적인 꿈을 이뤄가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특기'라는 것이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직장인들의 특기'라고 한다면 탁월한 업무능력이나 영어실력, 혹은 맡은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정보를 의미한다. 당연히 그것들도 '특기'에 속하겠지만 그런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부분 이외의 또 다른 특기도 있다....특기라는 것을 그저 업무적인 것이라고만 생각했다면 이제라도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내면의 특기는 외형의 특기를 더욱 강하게 해준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업무 능력에 정신의 힘, 그리고 인내의 힘까지 더해진다면 '천하무적 직장인'이 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p203

삼성이 철저하기로 소문난 것으로 교육과 관리를 꼽는다. 삼성처럼 규모가 크고 여력도 있는 사업체에서야 교육을 제대로 시킬 수 있겠지만 하루벌어 하루사는 중소기업 현장에서 바쁜 업무를 멈춰둔 채 교육을 실시하기란 여러모로 쉽지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교육계획과 경영계획을 함께 세운다고 한다. 돈을 벌면 저축할 돈 먼저 떼어 내놓듯 교육도 그런 마음으로 해야한다는 생각인 듯하고 그런 면이 오늘의 삼성을 만들어 낸 원동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직원들의 경쟁력을 높이고 싶은 중소기업체의 임원분들이 마음에 새겨두시면 좋을 듯싶다.

회사에 내 시간을 바치고 담보잡힌 내 시간의 댓가로 월급이라는 이름의 돈을 받는다. 그러니 돈받고 하는 일, 충실히 해야한다. 그런데 회사에서의 시간만큼이나 내 삶 자체에 공을 들이고 싶은 나에게 삼성의 방식은 받아들이기 어려워 보인다.
지금 연봉의 몇 배를 주면서 매일 주야로 주말도 없이 회사일을 최우선에 두고 업무를 진행하라고 하면 받아들이기 힘들다.
내 남편이 그렇게 일을 해도 달갑지 않다.

회사와 함께 치열하게 성장해 온 저자의 경험을 폄하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직업과 일을 대하는 생각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책임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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