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도덕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안진환.이수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존엄사, 낙태, 줄기세포 연구, 배아폐기, 가해자의 인권 보호, 동성애 등등 풀기 힘든 문제를 대할 때마다 이 저울의 양쪽에 얼마만큼의 무게를 부여하고 결국 어느 쪽으로 기울어져야 맞는 것인지 스스로 납득할만한 답을 가지지 못해 답답해했던 것이 나만은 아닌 모양이다.

정의란 무엇인가에 이어, 같은 저자의 새 책 '왜 도덕인가'까지도 제법 많은 사람들의 인구에 회자되는 것을 보니 말이다.

나란 사람은 A가 B해서 C하다는 정보를 접하면 그러니까 'A=C라는 거지?'라고 정리한 결과만을 남기는 인간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는 그러니까 '배아는 인간이 아니라는 거지?'라고 정리해서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생명의 씨앗인 배아를 의식을 가진 인간과 같이 볼 수 있는가 여부를 짚어보는 과정을 더 마음을 써서 읽었다. 이제는 세상의 갑론을박을 대할 때 내 나름으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틀을 가져야 나이도 되었다는 자의식의 발동이기도 하고 무엇이건 상업적인 것으로 해체되어 재구성되어 나가는 세상에 대해 느껴온 위기의식의 발로이기도 하다.

신문에 연재한 칼럼을 모아 낸 책인 만큼 각기 그 글이 발표될 때의 구체적인 사건이나 계기가 있어서 더 잘 읽혔다.

사회의 어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 시기, 외국인 노교수의 글을 읽으며 그런 것이군요, 하고 그의 판단에 기대게 되는 마음은 조금 씁쓸하기도 했고, 그가 논쟁의 이쪽 저쪽을 살펴 의견을 제시하는 방법을 다시 그의 논리에 적용시킬 수 있는 정도의 내공을 키워야겠다는 마음도 들었고, 우리 사회 어른들의 글을 좀 더 읽어봐야겠다는 다짐도 했다.
 
다만 미국에서는 큰 논란을 일으켰던 소송(콘돔 판매를 금지한 주정부와 콘돔회사간의 소송이라든가)이나 사회적 맥락이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어서 그 사회적 맥락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 읽기에는 문장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사회적 지식 부족으로 다소 글의 흐름을 따라가기 어렵다는 태생적 장벽도 있다.

자유주의자들은 국가가 시민들에게 특정한 삶의 방식을 강요해서는 안 되며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자유를 갖고 스스로 가치와 목적을 선택하도록 최대한의 자유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선택의 자유를 중시할지라도 자유주의자들은 허용과 지지, 즉 어떤 행동을 허용하는 것과 그것을 지지하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 그들은 포르노를 허용하는 것과 지지하는 것은 전적으로 다르다고 반박한다. 보수주의자들은 이따금씩 이러한 구분을 무시함으로써 그것을 역이용한다. 낙태를 허용하는 것은 낙태를 지지하는 것이고, 교내 기도의 의무화를 반대하는 것은 기도를 반대하는 것이며, 공산주의자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것은 공산주의에 동조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치의 논쟁 양상이 늘 그렇듯, 자유주의자들은 보다 고귀한 원칙들을 동원해 이에 대응한다. 일테면 포르노를 허용하는 까닭은 포르노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관용과 선택의 자유 혹은 공정한 절차를 더 중요시하게 여기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p155
 
이런 논리를 잡고 계속 나아갈 때 나오는 것은 공리주의와 칸트의 도덕철학이다.
결국은 내가 원하는 판단력을 얻기 위해서는 철학의 기본이 되어 있어야 함을 느꼈다.
 
이 책을 읽다 도서관에 가보니 빌려 읽을 책들이 왜 이리 많은지... 독서를 부르는 독서. 난 찬성일쎄. 지금 읽고 내년에 또 읽어보고 싶은 독서, 대찬성일쎄 
 
요즘 고전에 속하는 문학작품과 현대의 미국작가의 단편소설집을 읽으며 고전하고 있던 나로서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것처럼 즐거운 독서였다.

나, 언제부터 이렇게 인문학적인 인간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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