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와 창조의 철학자 니체 - 니체의 잠언과 해설
박찬국 지음 / 동녘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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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20여년전 대학에 입학하여 접했던 '철학에세이'란 책을

떠올리게 하는데 같은 출판사란 이유, 그리고  내 삶에 '철학'이란

무엇이었고 무엇일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철학은 운동권 선배들이 권하는 책 위주로 접했었는데 

그 당시는 유물론이 주류(란 표현이 적절한지 모르겠다)였기에

내가 접하는 책들도 거의 마르크스, 레닌이 주였고 알튀세르,푸코를

맛보기(?)로 읽었던 경험이 전부다.

그후 30대엔 신영복 선생님의 '강의'를 계기로 동양철학 책도

맛보기(내가 늘 그랬다)로 접했었기에 제대로 서양 철학(유물론 이외)을

들여다 보지 못했었다. 

니체는 많은이들이 제대로 읽지도 않고 오해하는 대표적인 철학자라고들 하는데

나또한 그중 하나였다. 아니 아직도 현재 진행형일지 모르겠다.

암튼 최근 몇년간 나는 깊은 무기력과 우울로 힘들었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은  

끝없이 이어질것 같았던 어두움에서 조금씩 빠져나올 무렵에

아이들과 함께 들어간 까페에서 '니체의말'이라는 책을 보게 되었다.

'오호...' '어라?..고민하고 있던 여러 문제들에 대해 명쾌한 답변들이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잠언집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껴 책을 검색하다 고병권의 '니체의 위험한책 짜라투스트라...'를

먼저 읽었고 이 책이 두번째 책이다.

니체 입문서로 제격이었고 우울증 치료제로도 꽤 괜찮았다.

니체를 좀더 알기 위한(결국 나를 알기 위한) 세번째 책을 골라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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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기를 두려워 말아요 - 미술 치료사 정은혜의 공감 노트
정은혜 지음 / 샨티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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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은 미술치료사인 저자가 시카고에서 겪었던 치유의 순간들을 엮어낸 책이다. 첫 묶음은 시카고의 한 정신병원에서 1년 동안 겪었던 일이고 두 번째 묶음은 시카고의 청소년거주치료센터에서 청소년들과 함께 했던 일들이다. 중간 중간 저자가 직접 그림 그림들이 내용들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돕는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사회에서 버린 이방인들에 대해 어떤 시선을 가지고 있는지 되묻게 한다. 그들 또한 우리와 같은 사회의 일원이며 상상하기 힘든 상황들을 겪어내며 오롯이 그 자신을 지켜내기 힘들어서 아픈 마음들을 온몸으로 겪어내고 있는 이들임을 다른 세계..혹은 지구가 아닌 우주상에서 사는 것과 같이 멀게만 느꼈던 맘깊숙한 곳의 편견들을 아프게 건드린다.

 책은 미술을 매개로 그들을 공감하고 그들의 진정한 파트너가 되고자 했던 저자가 만났던 정신병동 환자와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가감없이 솔직한 시선으로, 또한 그들의 아픔을 공감하는 치료자의 따스한 시선으로 풀어나간다. 때론 매개를 미술로만 제한하지 않고 공간 또한 치료실만 고집하지 않는 저자의 내담자중심의 관점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으며, 저자가 만나는 이들의 삶이 앞으로도 평탄치 않으리라는 것을, 그래서 희망은 함께 기쁨을 나누었던 순간들에 있음을 전할 때 저자가 온전히 그들 입장에 서고자 하는 관점을 기반으로 진정한 치료를 실천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저자는 책속에서 스캇펙의 아직도 가야할 길의 내용들을 자주 언급하고 있다. 가장 인상적인 내용은 정말 어려운 상황에서 미친 사람들을 보면, 왜 그 사람이 미쳤을까가 궁금한 것이 아니라 그런 어려운 상황에서 그 사람들이 왜 더 미치지 않았을까가 궁금해진다는 것이다. 문제가 많은 이들이지만 오로지 문제덩어리로만 보는 시선에 대해서 저자는 그러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의 삶도 그렇지 않은가. 늘 힘들기만 한 것도 아니며 늘 행복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여러 가지 면들이 복합적으로 한 사람의 삶을 결정짓는 것인데, 우리는 정신병동이나 치료센터의 환자들을 보며 그들의 삶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갖고 바라봐줬는지에 대해 되묻게 한다. 지금 내 상황이 그 환자들만큼의 고통만으로 꽉차있지는 않지만 의욕이 생기지 않고 우울한 상황에서 캄캄한 터널을 지나고 있는 것 같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치유의 손길을 내민다.

  저자가 내담자들과 만난 순간순간들을 함께 기뻐하며 함께 슬퍼하고 함께 손잡고 나아가는 그 느낌들로 인해 책한 권이 마치 실제 저자가 내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이 각박해져갈수록 사람의 마음은 병들어가고 또 그마음들을 치유할 전문가들이 필요한 세상이다.사람을 사랑하는 일, 사람을 공감하는 일이 너무나 힘든 사회에서 외로움으로 병들어 가는 사람들이 많음을. 책을 읽으며 지금 나는 어떤 마음으로 살고 있는지, 타인에게 얼마나 공감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가까운 남편과 아이들에게 어떻게 대하며 살고 있는지 성찰하게 한다.

책의 마지막 부분은 앞으로 내가 살아가며 어떤 태도로 살아야할지 답을 얘기해주는 것 같다.

 

나도, 당신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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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스파이 미네르바의 올빼미 38
사라 윅스 지음, 유미래 옮김 / 푸른나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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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이 스파이(사라 윅스 글, 유미래 옮김, 푸른나무 펴냄)는 파이를 둘러싼 사람들의 다양한 가치관과 살아가는 방식을 만나면서 인생의 소중한 가치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하는 동화이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작가인 사라 윅스가 작곡과 노래도 한다는 소개 글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리고 이야기와 함께 어우러진 14개의 파이 레시피에 담겨 있는 작가가 삶을 바라보는 시선에 깊은 공감을 느끼게 된다.

  주인공 앨리스에게는 파이 만들기에 특별한 재능을 가진 이모가 있다. 그녀의 이름은 폴리. 이야기는 폴리이모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다. 폴리이모는 입스위치 시내 한 귀퉁이 파이 가게에서 폴리만의 생각을 담은 파이를 만들었고 점점 큰 인기를 얻게 되었다.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파이 가게 덕분에 작은 소도시 입스위치도 유명세를 타게 되었으나 폴리의 죽음으로 충격에 빠진다. 스노우 팻이란 고양이에게 파이껍데기 비법을 남겼다는 유언이 알려지면서 비법을 얻기 위해 소동이 벌어지고 결국 비법의 행방이 밝혀지면서 가족과 이웃들은 폴리의 마지막 선물에 감동하게 된다.

  이 책은 파이라는 매개체를 중심으로 엄마와 딸, 이모와 조카, 언니와 동생, 이웃 등 다양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파이는 삶의 본질을 상징하며 이것을 대하는 다양한 삶의 방식에 따라 관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여준다. 앨리스와 폴리는 파이로 인해 얻게 되는 것들보다는 파이를 맛있게 만들어서 그것을 나누는 행복을 소중히 여긴다. ‘파이자체만으로 충분히 행복을 누리고 타인에게도 그 행복을 나누어 주는 삶을 살아간다.

 폴리의 동생이자 앨리스의 엄마는 파이 만드는 재능을 가진 언니를 질투하고 그 재능을 이용하여 더 큰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 언니를 이해하지 못한다. ‘파이자체보다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부수적인 이익에 목적을 둔 시장과 부인, 그리고 폴리의 그늘에 가려 파이대회에서 준우승에 머물렀던 퀴젠베리는 눈 앞에 보이는 이익을 쫒느라 본질을 놓치고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불행한 모습과 닮아 있다.

  작가는 책 속에서 폴리의 삶을 평생을 하늘이 내려준 자신의 재능에 감사하며 살았다. 파이가 좋아서 만들었고, 다른 사람들에게 즐겁게 나누어 주었다고 표현하고 있다. 폴리는 마지막 생이 다할 때까지 삶이 추구해야 하는 본질에 충실했다. 또한 누구나 재능을 가지고 태어남을 믿고 그  재능을 갈고 닦아서 다른 이와 더불어 행복해지는 삶을 살도록 도와 주었다.

  폴리의 삶은 인생의 소중한 가치는 각자 자신이 가진 고유한 재능에 감사하며 본질을 잃지 않고 살면서 다른 사람과 나누는 행복에 있다는 진리를 되새기게 한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만나는 사람들 중에 특히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고 롤모델로 삼고 싶어 하는 사람은 폴리와 같은 사람일 것이다.

  책을 덮고 나면 나는 어떤 재능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 살 것인가라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게 된다. 책에 소개된 파이 레시피를 따라 파이를 만들면서 답을 찾아보고 나만의 레시피를 만들어봐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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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의 장갑나무
자끄 골드스타인 글.그림, 예빈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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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의 장갑나무(자끄 골드스타인 글, 그림, 예빈 옮김)는 순수한 소년과 죽음을 앞둔 나무의 우정과 사랑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다.

장갑나무라를 별로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조합은 어떤 내용일까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책의 표지를 활짝 펼쳐보면 나무 한 그루 전체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 반은 알록달록 잎사귀처럼 보이는 장갑이 매달려 있고 반은 잎이 달려 있지 않다. 그리고 나무 아래, 작은 수레가 달린 자전거가 보인다.

표지를 넘겨 첫 번째 속지는 녹음 짙은 잎사귀 그림으로 채워져 있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난 후 마지막 속지는 알록달록 장갑 그림으로 채워져 있다. 이 책은 속지 하나도 놓치지 않고 의미를 담고 있어 펴낸이의 정성이 가득 느껴진다. 한두 장 더 넘겨보면 표지의 자전거 주인인 소년이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머금고 등장한다.

소년은 남들과 조금 다른 외톨이이지만 혼자 서도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베르톨르라 이름 지은 나이 많은 떡갈나무에 올라 사람들이 알콩달콩 살아가는 모습을 바라보고 동물 친구들과 다양한 교감을 하며 봄을 기다린다. 소년은 초록 잎으로 뒤덮일 베르톨르를 기대했지만 기다려도 잎은 돋아나지 않았고 결국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소년은 베르톨르에게 마지막 선물을 해주기로 한다.

글이 소년이 말하듯이 쓰여져 있어 독자로 하여금 소년만의 특별한 이야기 속으로 몰입하게 만들어 다소 무거운 사람, 관계, 죽음을 이야기하지만 편안하고 따뜻하게 읽힌다. 그리고 소년은 말을 건덴다.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가면서도 다르다고 배척하는 것에 대해, 죽음을 마냥 슬프기만 한 것이 아닌 죽음을 맞이한 대상에 대해 무엇을 해 줄 수 있을 것인지 생각해 보라고 말이다.

그림은 펜화에 파스텔컬러를 입혀 부드럽고 정겹다. 따듯한 글과 잘 어울린다. 전체적으로 꽉 차게 그려 풍성한 느낌을 주는 장도 있고 아이와 나무 사이 둘만의 이야기를 담은 장에는 충분한 여백을 두는 등 에피소드들의 각 특징에 맞는 그림을 그려, 잔잔한 이야기지만 지루하지 않도록 보는 이에게 다양한 즐거움을 느끼게 하고 감동을 배가시켜 준다.

나무는 오랜 세월 동안 소년과 같은 친구들과 우정을 나누어 왔을 것이다. 마지막 친구인 소년에게도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집이고 미로이고 성지가 되어 주었다. 나무는 죽을 때가 되면 조금씩 속을 비워 낸다고 한다. 그러나 겉으로는 죽음을 알아채기 어렵다.

소년은 나무의 마지막 친구로서 장갑 잎사귀로 나무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빛나게 해주었다. 사랑은 자신을 비워 내는 희생이지만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것은 아니다. 베르톨르는 소년만의 특별한 장갑나무로 그의 마음속에서 영원히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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