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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와 창조의 철학자 니체 - 니체의 잠언과 해설
박찬국 지음 / 동녘 / 2001년 6월
평점 :
절판
p218
예수가 말하는 원수는 자신에게 해를 끼치는 인간이다.예수는 자신에게 해를 입히고 자신을 위협하는 인간이라도 증오하지 말고 사랑하라고 말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오히려 그 인간을 불쌍하게 여기고 그 사람을 위해서 기도하라고 말하고 있다. 적을 용서하고 사랑하는 인간은 이를 통해서 적에 대해 도덕적, 정신적으로 우월한 위치를 확보하게 된다. 이때 적은 악한 인간이 되며 적을 용서하는 자신은 그야말로 원수조차도 용서하는 선한 인간이 된다.
니체는 이러한 용서에서 하나의 자기기만을 본다. 적에게 적대할 힘을 결여한 자가 자신의 무력함을 솔직하게 토로하고 자신의 힘을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적을 악인으로 단정하고 적에게 저항하지 않는 자신을 선인으로 생각하는 정신적 조작을 통하여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며 적에 대해 우월한 위치를 확보하려는 교활함을 본다.
니체는 이러한 자기기만의 근저에는 약한 자들이 강한 자들에게 품는 원한이 용서와 사랑이라는 그럴듯한 외피를 쓰고 작용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고귀한 자에게 적이란 최상의 외경의 대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적은 진정한 친구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고귀한 자는 자신에게 아무리 해를 끼치고 자신을 위협해도 그 인간이 경멸할 인간이라면 용서하고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무시해 버린다. 그러한 인간은 그의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그는 그 사람을 단순히 잊어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