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없는 십오 초 문학과지성 시인선 346
심보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식후에 이별하다

 

 

하나의 이야기를 마무리했으니

이제 이별이다 그대여

고요한 풍경이 싫어졌다

아무리 휘저어도 끝내 제자리로 돌아오는

이를테면 수저 자국이 서서히 사라지는 흰 죽 같

그런 것들은 도무지 재미가 없다

 

거리는 식당 메뉴가 펼쳐졌다 접히듯 간결하게 낮

밤을 바꾼다

나는 저기 번져오는 어둠 속으로 사라질테니

그대는 남아 있는 환함 쪽으로 등 돌리고

열까지 세라

열까지 세고 뒤돌아보면

나를 집어 삼킨 어둠의 잇몸

그대 유순한 광대뼈에 물컹 만져지리라

 

착한 그대여

내가 그대 심장을 정확히 겨누어 쏜 총알을

잘 익은 밥알로 잘도 받아먹는 그대여

선한 천성의 소리가 있다면

그것은 이를테면

내가 죽 한 그릇 뚝딱 비울 때까지 나를 바라보며

그대가 속으로 천천히 열까지 세는 소리

안 들려도 잘 들리는 소리

기어이 들리고야 마는 소리

단단한 이마를 뚫고 맘속의 독한 죽을 휘젓는 소리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먹다 만 흰죽이 밥이 되고 밥은 도로 쌀이 되어

하루하루가 풍년인데

일 년 내내 허기 가시지 않는

이상한 나라에 이상한 기근 같은 것이다

우리의 오랜 기담은 이제 여기서 끝이 난다

 

착한 그대여

착한 그대여

 

아직도 그쪽의 풍경은 환한가

열을 셀 때까지 기어이 환한가

천 만 억을 세어도 나의 폐허는 빛나지 않는데

그 질퍽한 어둠의 죽을 게워낼 줄 모르는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체와 창조의 철학자 니체 - 니체의 잠언과 해설
박찬국 지음 / 동녘 / 2001년 6월
평점 :
절판


p218

예수가 말하는 원수는 자신에게 해를 끼치는 인간이다.예수는 자신에게 해를 입히고 자신을 위협하는 인간이라도 증오하지 말고 사랑하라고 말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오히려 그 인간을 불쌍하게 여기고 그 사람을 위해서 기도하라고 말하고 있다. 적을 용서하고 사랑하는 인간은 이를 통해서 적에 대해 도덕적, 정신적으로 우월한 위치를 확보하게 된다. 이때 적은 악한 인간이 되며 적을 용서하는 자신은 그야말로 원수조차도 용서하는 선한 인간이 된다.

 니체는 이러한 용서에서 하나의 자기기만을 본다. 적에게 적대할 힘을 결여한 자가 자신의 무력함을 솔직하게 토로하고 자신의 힘을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적을 악인으로 단정하고 적에게 저항하지 않는 자신을 선인으로 생각하는 정신적 조작을 통하여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며 적에 대해 우월한 위치를 확보하려는 교활함을 본다.

 니체는 이러한 자기기만의 근저에는 약한 자들이 강한 자들에게 품는 원한이 용서와 사랑이라는 그럴듯한 외피를 쓰고 작용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고귀한 자에게 적이란 최상의 외경의 대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적은 진정한 친구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고귀한 자는 자신에게 아무리 해를 끼치고 자신을 위협해도 그 인간이 경멸할 인간이라면 용서하고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무시해 버린다. 그러한 인간은 그의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그는 그 사람을 단순히 잊어버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리라이팅 클래식 3
고병권 지음 / 그린비 / 200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말로 문제가 되는 것은 '판단의 포기'다.

판단하기를 포기하는 사람은 복종하는 데 익숙해진다.

 

자기 시대에서만 친구를 찾는 사람은 위대한 사람이 아니다.

거인들은 발 밑의 난쟁이들 소리를 듣진 못하지만 저기 멀리

떨어져 있는 친구의 목소리는 똑똑히 듣는다. 몇십년, 몇백년을

넘나드는 우정의 커뮤니케이션, 스피노자는 니테의 그런 친구들 중 하나였다.

 

자기 삶을 사랑하는 자만이 자기 삶을 아름답게 창조할 수 있다.

 

모든 사물 위에 우연이라는 하늘, 천진난만한 하늘, 우발성의 하늘,

자유분방한 하늘이 펼쳐져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