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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맥도 괜찮아 용기만 있다면 - 250만 명의 인생을 바꾼 배짱 이야기
이시형 지음 / 풀잎 / 2025년 11월
평점 :
서평모집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직접 읽고 리뷰 씁니다.
저자가 강조하는 핵심은 나를 얽매는 강박은 곧 자기감정을 차단하는 데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참아라, 드러내지 마라, 튀지 마라"는 메시지 속에서 살아왔다.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는 일은 체면을 깎는 행동이 되었고, 누구의 눈에 어떻게 보일지를 먼저 고민하는 삶에 익숙해졌다.
이렇게 감정을 억누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흐릿해진다.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내 모습은 더 이상 '나'라고 부르기 어려운 상태가 된다.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숙맥'은 단순히 소심한 사람이 아니다.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자기감정을 꺼내지 못하고, 배짱 없이 자기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한 사람을 가리킨다.
특히, 내향적인 기질을 가진 사람들, 요즘 말로 MBTI "I'형에 익숙한 독자라면 이 정의가 낯설지 않다. 깊이 생각하고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지만, 감정을 표현하는 데 서툰 사람들.
저자는 이들의 고통과 침묵을 오래전부터 지켜봐 왔다고 말한다.
책에서 말하는 '배짱'은 흔히 떠올리는 무모함이나 허세가 아니다.
배짱이란 자기 실력을 정확히 알고, 자기감정에 솔직해질 용기다. 모르면 모른다고 말할 줄 아는 것, 틀렸음을 깨달았을 때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것, 때로는 지고 물러설 줄 아는 것이야말로 진짜 배짱이라는 설명은 묘하게 마음을 놓이게 한다.
끝까지 버티는 것이 용기가 아니라,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고 움직이는 것이 용기라는 그의 시선은 우리를 불필요한 자존심 싸움에서 내려오게 한다.
특히 인상 깊은 부분은 체면에 대한 분석이다.
가난했던 시절, 체면은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질서였지만, 잘 살게 된 지금까지도 우리는 여전히 체면을 벗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겉과 속이 다른 삶, 표리부동한 태도에 익숙해졌고, 감정을 숨기는 데 능숙해졌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속은 곪아 터지는 한국인 특유의 '화병'이 생겨난 이유다.
이 책이 40여 년이 지나 다시 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큰 성장을 이뤘음에도, 인간의 내면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우리는 더 눈치를 보고, 더 조심스러워졌는지도 모른다.
저자는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여전히 숙맥처럼 살고 있다면, 그 삶에서 벗어날 용기가 필요하다고.
책의 마지막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강박증을 벗어라.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내 모습은 더는 내가 아니다. 솔직한 나를 찾아 나서는 여행을 떠나보자."
이 문장은 제안처럼 다가온다.
당장 바뀌지 않아도 괜찮지만, 적어도 내 감정을 외면하지 말자는 약속. [숙맥도 괜찮아 용기만 있다면]은 삶을 바꾸라 하지 않는다.
'지금의 나는, 정말 내 마음으로 살고 있는가.'라는 생각이 오래도록 머무른다.
숙맥이어도 괜찮지만, 용기를 갖고 한 걸음 내딛는 순간 우리는 달라질 수 있음을 저자는 조용히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