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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아이 ㅣ 꿈꾸는돌 36
이희영 지음 / 돌베개 / 2023년 6월
평점 :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난 후, 작성하는 주관적인 후기임을 밝힙니다.
#이희영 #소금아이 #돌베개

"소금아이" 라는 제목을 마주했을 때,
류시화 시인의 '소금인형'이라는 시를 떠올렸다.
'당신의 깊이를 재기 위해
당신의 피 속으로
뛰어든
나는
소금인형처럼
흔적도 없이
녹아버렸네'라는 시구처럼...
주인공 이수가 소금인형처럼 스르르 녹아버리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며
애타하며 글을 읽어 나갔다.
아직은 보호받아야 할 어린 존재가 양육자로부터 버림받듯 어린 시절을 보내게 되고,
있으나마했던 부모지만... 그 마저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불행한 사고로 떠나버려 결국 섬처럼 외롭게 남은 아이- 이수, 불행 중 다행으로 그의 곁에는 할머니가 계신다.
그런 이수에게 문제아로 낙인 찍힌 세아라는 친구가 생긴다.
세아는 한달에 한 번, 그러다 어쩌다 물을 주게 되는 선인장처럼...
혼자 외롭게 스스로 커온 아이이다.
이 두 친구가 서로의 이야기를 알게 되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데...
두 소년 모두 피를 나눈 가족이 아닌, 의미 있는 타인으로 인해
위로를 받고 견뎌나가는 모습이 마음 아프면서도 뭉클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간만에 소설을 통해 많이 울었다.
우리는 모두 태어남을 선택하지 않았다.
또한 우리는 때때로 원치 않은 잔인한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 빨려드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우리가 그러한 일들은 아직은 홀로서지 못한
어린 존재일때 겪어야 한다면 그것은 너무 가혹하다.
내가 좋아하는 글귀- "사람은 온전히 믿어주고 기댈 수 있는 한 사람만 있으면 결국 잘 성장할 수 있다."처럼, 우리가 모두 그 한 사람이 되어주면 어떨까?
내가 너에게, 너는 또 누군가에게...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울타리가 되어주면 어떨까?
이수는 오랜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환경이 바뀌었다고 인생이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 P32
섬에 갇히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추억이 되겠지만, 또 다른이들에게는 생존의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 그것이 바다에 사는 사람과 바다를 즐기는 사람의 차이라고 이수는 생각했다. - P34
‘태어난 게 죄가 되면 안 되는데‘ 그 말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돌덩어리를 삼킨 듯 마음이 무거웠다. - P40
곧게 뻗은 나무일수록 태풍에 약한 법이다. 가늘어 쉽게 휘어지는 꽃들이 비바람에 강하다. - P45
진짜 섬에 갇혔으면 나무 베어다 배나 만들지. 헤엄쳐서 도망갈 시늉이라도 하지. 마음에 갇힌 사람은 벗어날 방법이 없다. 네 할머니 속에 수인도가 있어. 알아, 이녀석아? - P106
넝쿨처럼 이리저리 얽히고 설켜 사는게 인간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어쩌면 사람들은 저마다의 섬에서 사는지도 몰랐다. 누군가 배를 타거나, 헤엄쳐서 가보지 않으면 결코 그 속을 알 수 없는 섬들... - P146
파도가 섬 귀퉁이를 깎아 내도, 모래가 되어 바닷속으로 가라앉을 뿐이다.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 인간의 마음도 같지 않을까. 서서히 부서져 내릴 뿐 기억에서 완전히 마음속에 침잠한 것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쉽게 부유한다. 애써 외면했던 기억과 상처를 아프게 불러들인다. - P183
이수는 문득 인간을 떠올렸다. 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 이를 아프게 하고, 다른 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 이들을 도울 수 있는지를... - P192
진실이란 잡초와 같았다. 언젠가는 어떻게든 세상에 드러나기 마련이다. 결국 시간문제다. - P210
그러나 내일이면 다시 날이 밝는다. 영원히 밤만 지속되는 세계는 없으니까. - P220
(작가의 말 중에서) 인간에게 받은 상처가 가장 아프고, 인간에게서 받은 위로가 가장 따뜻하다. 누군가의 한마디가 칼날이 되는가 하면, 누군가의 손질은 생명이 된다. 소름 끼치는 악행을 저지르는 것도 인간이요, 숭고한 희생을 감당하는 존재도 인간이다. - P228
(작가의 말 중에서) 퍼렇게 날 선 감정들을 둥글게 다듬어 가는 시간이 삶이란 생각이 들었다. -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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