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 씨, 지금 무슨 생각하세요? - 노년의 심리를 이해하는 112개 키워드
사토 신이치 지음, 우윤식 옮김 / 한겨레출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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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100세 이상의 고령자 인구는 2020년에 이미 8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70대 인구가 20대 인구를 앞질렀고, 인류는 앞으로 경험한적 없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게 됐다.

보통 미래는 아이와 젊은이에게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재로 우리들의 미래에는 노인밖에 없게 됐다. 이렇게 되면 모든 문제 의식이 달라지고, 예측할 수 없었던 또 다른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 전체적인 사회 구조 시스템도 고령자의 입장에서 지속적인 연구를 토대로 한 수정이 필요할 것이다. 저자 사토 신이치는 45년이나 고령자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왔다. 하면 할수록 새로운 의문과 과제에 부딪혔고 현재는 치매를 주요 연구 주제로 삼고 있다고 한다.

과거엔 60세만 넘어도 노인이라고 했지만, 현재는 75세이상은 되어야 노인이라고 부를 수 있게 됐다. 10살 이상 젊어졌다는 것인데, 식생활이나 위생상태가 좋고 감염병이 감소하고, 의료가 발달 된 이유도 있긴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취향과 스타일이 훨씬 풍요로워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때문에 나이만 먹으면 노인이라고 뭉뚱그려 말하는 것이 아니라 주관적인 시야를 가지고 상대에게 맞추는 것이 앞으로 노인들을 돌보거나 관계 맺는데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태도가 될 것이다.

MZ세대를 이해하려고 했듯이 앞으로 변해가는 사회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 고령자들의 심리도 알려고 노력해야한다. 고령자라고 그저 쇠약하고 쓸모없는 존재가 아니라 몇 살이 되어도 성장할 수 있고, 오히려 그들의 풍부한 경험에 근거하여 우리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말과 행동으로 인생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해봐야한다.

<고령자씨, 지금 무슨 생각하세요?>는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 노인들의 말과 행동, 노화와 질병에 어떤 식으로 취약해지는지 등을 뇌과학과 심리학으로 풀면서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키워드를 만들어 설명하고 있다.

나는 한집에서 살지는 않지만 바로 옆집에 친정 부모님이 살고 계시다. 공간은 확실히 분리되어 있지만, 처음 2년 정도는 아주 작은 문제에도 서로 오해가 쌓였다. 서로의 입장이 달라서라기보다 말투나 사소한 행동에서 문제가 발생됐다. 이 책을 읽으니 그때의 부모님의 말들이 일부분 이해가 되었다.

이 집에 들어올 때 우리 부모님도 처음 겪는 고령자의 이런저런 심리적인 변화로 힘드셨을 텐데 딸과 사위에 맞추며 살려니 나보다 더 힘드셨을 수도 있었겠다 싶었다. 그래도 나름으로 부모님을 이해하고 배려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무지함이 부끄러워졌다. 작게나마 이 책을 통해 부모님을 이해하게 됐고, 앞으로 언젠간 고령자가 될 나 스스로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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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공간에서 너를 그린다 - 세월호참사 10년, 약속의 자리를 지킨 피해자와 연대자 이야기
세월호참사 10주기 위원회 기획, 박내현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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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세월호 참사로부터 10년이 지났다. 가라앉는 배에서 구조를 기다리며 죽어간 아이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아프다.

2014년 4월 16일 당시 신생아인 첫째를 품에 안고 보면서도 믿겨지지 않았고, 실재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인식하기 시작하자 눈에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준 참사였지만, 계절이 돌고 돌아 10번째 봄을 맞이하는 지금은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흐릿해지고 있는 것 같다.

<기억의 공간에서 너를 그린다>는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 생환자의 가족들과 그 고통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지난 10년동안 서로 만나서 얼굴을 마주대며 말하고 노래하고 위로하고 일하면서 지내온 삶의 기록이다. 10년이 지났는데도 제대로 해결된게 없기에 유가족들에게는 아직 끝나지 않는 일이고, 보이지 않는 피를 흘리며 고통받고 있다.

사랑하던 아이는 이미 떠나고 없는 폐허인 현장에서 왜 유가족들은 떠나지 못하고 서성이고 있는 걸까. 아이가 죽었다는 것은 알지만 납득이 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내 아이에게 정확히 어떤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고, 살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희망고문에 끝없이 시달리며, 정확한 진상규명을 알아야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 비로소 진짜 아이들을 위한 애도를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제대로된 조사도 없고, 오히려 이제 그만 좀 하라는 비난, 모욕, 혐오를 겪으니 다친 사람들끼리라도 더 적극적으로 연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2부에서 들려주는 피해자들의 이야기가 가장 가슴 아프고 절절히 다가왔다. 피해자라고 풀리지 않은 의문에 분개하고, 억울한 울분을 토하는 부정적인 심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긴 세월의 비극을 이기고 그 너머에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유가족과 돕는 시민들을 뜨겁게 응원하는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불편하고 외면하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읽어주길 바라는 소망이 담긴 부분이다.

같은 비극을 겪지 않길 바라는 유가족의 간절한 다짐과 '가야할 것 같아서', '뭐라도 해주고 싶다.'며 찾아와 나름으로 자기들이 할 수 있는 것을 다 한 시민들의 연대의 힘에 숙연해진다. 결국은 진짜 안전한 사회를 꿈꾸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참담한 현실에서도 조금씩이라도 나아가는 방향으로 개인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애씀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투쟁과 연대에 관련한 이 모든 기록들은 앞으로도 우리가 싸워야 할 때에 꼭 필요한 힘의 원천이 될 것이다.

기록은 마음을 모으는 일이라고 봐요.

기억은 왜곡될 수가 있어요. 근데 이 기록을 보면 다시 기억하거든요.

284p (2장 : 10년의 기억을 품은 사람들_매일 무너지고 매일 일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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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육아 - 나를 덜어 나를 채우는 삶에 대하여
정지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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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로 일찍이 알고 있었던 정지우 작가님. 이분은 매일 쓰는 작가이면서 이후에 로스쿨에 들어가 변호사도 되신 대단한 분.

<그럼에도 육아>는 정지우 작가님의 육아 에세이로 아이를 키우면서 나온 사유와 글로 작가님만의 진솔하고 따뜻한 시선을 만날 수 있어 좋았던 책이다. 거기에 육아라는 공통분모로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주제가 반갑고 위로 되어 오늘도 되지도 않는 임기응변으로 아들 둘을 챙기는 내 모습을 조금 더 사랑하게 되었고, 앞으로도 그 안에서 온전한 나의 삶을 느낄 수 있다는 확신을 다시 한번 다짐하게 했다.

이 책은 매일 경제에 기고한 칼럼을 기초로 두고 만들진 에세이다. 당시 수많은 맘카페를 뜨겁게 달구며 SNS에서 공감 육아 칼럼으로 크게 회자되었다고 한다. 실재로 아빠가 쓴 육아일기는 현실과 깊숙히 닿아 있어야 나올 수 있는 글들이라서 나 역시도 깜짝 놀랄만한 공감을 느끼게 했다.

현재 출산율은 가임여성 1명당 0.778명이다. 이 합게 출산율은 앞으로도 급격히 줄것이고, 전시보다도 낮은 출생율에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 말하기도 한다. 경제적인 것도 물론 큰 문제이지만 더 심각한건 인식이다. 육아에 대한 가치 저하는 돈으로 아무리 지원해줘도 출산율은 크게 급등하지는 않을 것이라 예상으로 귀결된다.

육아 앞에 수식어로 '독박', '경력 단절', '잉여' 라는 뜻이 붙는 한 여성들은 흔쾌히 인생의 일부분을 출산과 육아에 투자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 역시도 주변에서 물어보면, 낳지 않는 것도 좋고 낳더라도 하나만 낳으라고 말한다. 한 사람을 키운다는게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너도 그렇게 해'라고 섣불리 말할 수 없는 부분이다.

다만, 나는 태어나서 가장 잘한 일이 아이를 둘 낳고 키운 것이라고도 말한다.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지만 아이들을 10년 키우면서 이것이 내 세계에서 명확해진 부분이다. 육아는 힘들어도, 다시 돌아가서 한번 더 겪어야한데도 내 인생에서는 꼭 필요한 시간과 기억이 되었다.

큰 돈을 벌고, 좋은 물건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그 모든 애씀보다, 아이들과 놀이터에 가서 같이 그네 타고 실없는 농담으로 웃겨주고 학교와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마중갈 때 나를 향해 웃어주는 그 미소 안에 이제 진짜 내 삶이 있다고 생각한다. 정지우 작가는 매일 느끼고 있는 이 분명한 행복을 글로 참 잘 정리하고 표현해 냈다. 읽으면서 저절로 끄덕여지는 고개와 은은하게 퍼지는 미소는 덤이다.

이 모든 것을 겪어야만 알 수 있는 비밀을 따뜻하고 유려한 글솜씨로 내 지나온 10년을 토닥이고 그 가치를 인정받는 기분도 든다. 매일 마시던 공기가, 매일 걸어다니던 땅이 갑자기 귀하고 고마워지는 기분. "그래 나는 확실히 내 삶을 살고 있어." 라고 혼자말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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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도
최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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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초판 발행 날짜는 2013년 12월 24일이었다. 제목은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 였고, 이후 복간 요청이 쇄도해 11년만에 <원도>라는 이름으로 개정판이 나왔다.

내가 지금까지 읽었던 최진영 작가의 인물중에 원도가 가장 어둡고 비겁하고 비루한 사람 같다. 삶이 여러가지의 방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가장 열어보기 싫은 방, 그 방 안에서도 가장 쳐다보기 싫은 음습한 구멍만 바라본 듯한 기분이 든다. 정말 제목처럼 이런 인물이라면 차라리 죽는게 낫지 않을까 하고 한번쯤 생각해보게 만든다.

이런 분리수거조차 되지 않을 세상에 버려진 원도 같은 인물에게도 구원이 있을까? 사실 원도의 인생은 이렇게까지 쓰레기가 되지 않을 수 있었다. 어머니의 무관심과 어렸을때 목격한 아버지의 죽음, 장민석에게 느끼는 치졸한 열등감과 질투, 실패한 사랑, 횡령등 어떤 조건도 그는 망가지지 않을 선택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매번 자신의 불행을 타인의 탓으로 돌리고, 사랑받고 싶다는 표현이 뒤틀린 태도로 표출되었기에 그의 삶은 한없이 깊은 검은 수렁으로 빠지게 된다.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계속 살아도 되는가'라는 문장은 '이렇게 계속 사랑해도 되는가'라는 문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얘기한다. 결국 회피하고 싶은 삶의 어두운 구멍을 '원도'라는 인물을 통해 느껴보면서, 메꿔지지 않는 결핍을 그나마 다시 채울 수 있는 것은 관심과 사랑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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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거나 문방구 1 : 뚝딱! 이야기 한판 - 제28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 수상작 아무거나 문방구 1
정은정 지음, 유시연 그림 / 창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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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어린이책 서평단에 신청하고 가제본을 받아보았다. 가제본을 처음 본 아이들은 세상에 정식으로 나오기 전에 이야기를 미리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신기해했다.

<아무거나 문방구 1 : 뚝딱! 이야기 한판>은 이야기라면 아무거나 다 수집해서 기록하는 도깨비가 나온다. 도개비는 어느 초등학교 뒷골목에 작은 문방구를 차리고 어서옵쇼라는 하얀 고양이 귀신과 함게 손님을 맞이한다.

문방구를 찾는 어린 손님들은 구석구석에 있는 신기한 물건들을 사게 되고 (젊어지는 달달 샘물, 강아지 가면, 신나리 도깨비 감투 등) 그 물건을 통해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깜짝 놀랄만한 일을 겪고 부리나게 다시 찾은 아무거나 문방구의 어린 손님들은 그제서야 도깨비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와 속마음을 털어놓게 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자신이 놓치고 있었던 소중한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여기서 보여지는 어린이들의 반성과 성찰은 어른들도 종종 잊어버리는 가치들과 겹쳐진다. 모두가 어린이라는 과정을 거쳐서 어른이 되기 때문일까, 어린이 책이지만 어른이 읽어 봐도 좋을 책.


아이들이 털어 놓는 진심어린 이야기들을 평가하거나 질책하지 않고, 어떤 이야기든 귀하고 세심하게 들어주는 배불뚝이 도깨비 아저씨의 모습이 어린이 가까이에 있는 모든 어른들이 가져야 할 모습으로 느껴진다.

다섯가지의 이야기만 담긴 가제본이라는 것이 아쉬웠다. 책을 잘 안 읽는 큰 아이도 신비롭고 마음이 좋아지는 이야기라며 끝까지 읽었다. 이야기 한편마다의 분량도 길지 않아서 접근하기 부담 없고, 오래오래 남을 수 있는 힘이 되는 이야기들이기에 읽고난 후 아이들과 나눌 때에도 신이 나는 기분이 들었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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