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
최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초판 발행 날짜는 2013년 12월 24일이었다. 제목은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 였고, 이후 복간 요청이 쇄도해 11년만에 <원도>라는 이름으로 개정판이 나왔다.

내가 지금까지 읽었던 최진영 작가의 인물중에 원도가 가장 어둡고 비겁하고 비루한 사람 같다. 삶이 여러가지의 방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가장 열어보기 싫은 방, 그 방 안에서도 가장 쳐다보기 싫은 음습한 구멍만 바라본 듯한 기분이 든다. 정말 제목처럼 이런 인물이라면 차라리 죽는게 낫지 않을까 하고 한번쯤 생각해보게 만든다.

이런 분리수거조차 되지 않을 세상에 버려진 원도 같은 인물에게도 구원이 있을까? 사실 원도의 인생은 이렇게까지 쓰레기가 되지 않을 수 있었다. 어머니의 무관심과 어렸을때 목격한 아버지의 죽음, 장민석에게 느끼는 치졸한 열등감과 질투, 실패한 사랑, 횡령등 어떤 조건도 그는 망가지지 않을 선택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매번 자신의 불행을 타인의 탓으로 돌리고, 사랑받고 싶다는 표현이 뒤틀린 태도로 표출되었기에 그의 삶은 한없이 깊은 검은 수렁으로 빠지게 된다.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계속 살아도 되는가'라는 문장은 '이렇게 계속 사랑해도 되는가'라는 문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얘기한다. 결국 회피하고 싶은 삶의 어두운 구멍을 '원도'라는 인물을 통해 느껴보면서, 메꿔지지 않는 결핍을 그나마 다시 채울 수 있는 것은 관심과 사랑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