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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한 공익 - 왜 어떤 ‘사익 추구’는 ‘공익’이라 불리나
류하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0월
평점 :
이 책은 사회적 약자들의 편에 서서 오랜 시간동안 함께 투쟁해 온 한 변호사의 기록이다. 실재로 저자는 경비 노동자 사망사건, 삼성 최초 노조 설립 투쟁 등 직접 변호를 맡았다. 다양한 현장에서 경험한 갈등들을 바라보며 저자는 한 가지 물음표가 생긴다.
바로 '공익'의 정의다. 우리는 어떤 것을 공익이라고 부를까. 모두의 이익이란 뜻이지만, 사회에서 모두의 이익이 보장되는 공평한 이익은 없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누군가의 사익을 위해서는 다른 쪽의 누군가는 포기하거나 양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공익은 만들어 낸 허상의 개념인 것일까. 저자는 사회에서 말하는 '공익'은 아마도 '사회적 약자의 사익 중 현재의 공동체 다수가 그 추구 행위를 허용하는 사익' 이라고 정리한다.
예를들면, 장애인 관련 투쟁은 공익이라고 생각하지만 노동자의 투쟁은 공익이라고 부르기 애매해진다. 노동권 역시 다른 인권과 마찬가지로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인데도 말이다. 이유는 공익이라고 인정하는 기준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기준은 기존 지배층 집단이 봤을 때 '위험하지 않으면' 공익으로 허락된다.
처음부터 기울어진 사회적 기준에 약자들이 생각하는 공익이 인정 받으려면 고상하고 점잖은 목소리로는 불가능하다. 때문에 그들의 투쟁은 겉으로 볼 때 굉장히 거칠고, 야만적이며, 극단적이고, 때로는 매우 이기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역사는 이 치열한 투쟁에서 승리한 것들을 발전으로 평가한다.
피해자라고 해서 모두가 옳은 것은 아니지만, 거의 대부분이 권력과 힘으로 약자를 찍어누르는 경우를 많이 목격한다. 사건들에 대해 한 국민과 한 사람으로서 외면하지 않고 둘 중 하나를 택해 지지하거나 의견을 내야 한다면, 약자에게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인 류하경 변호사가 사회의 이면을 바라보는 시점과 자신의 삶과 일에 대한 태도가 인상 깊었다. 이렇게 앉아서 정리된 글만 읽고 있지만 사회적 이슈와 갈등의 골이 깊은 문제에 대해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사유하고 싶어진다.
변호사법 제1조 제1항에 따라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려면 법정보다 거리에 더 주목해야 할 때가 있다.
인류는 근대사회 들어오면서 사적 폭력을 금지하고 폭력행사의 권한을 국가에 위임했다. 경찰과 군대로 대표된다. 즉 공권력의 본질은 '폭력'이다. 폭력에는 이성이 없다. 폭력을 길들이고 통제하는 이성, 그것이 바로 헌법과 법률이다.
우리는 모두 상대적 약자다. 잠재적인 권리침해 피해자다. 그래서 나 또한 언제 쟁의행위를 할지, 집회 시위를 하게 될지 모른다. 그럴 때 우리는 서로를 위해 참고 힘을 모아야 한다. '불편함의 품앗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것이 바로 사회적 연대 의식이다.
입법부, 행정부는 사회적약자들이 각개전투에 나서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약자들의 각개전투가 반복되고 결국 이들은 전투에서 이겨도 전쟁에서는 패배한다. 그러한 세상이 얼마나 우울한지 변호사는 경험한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