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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 간 의사 - 영화관에서 찾은 의학의 색다른 발견
유수연 지음 / 믹스커피 / 2024년 9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습니다.
영화를 단순하게 장르로 나누는 것에 익숙한 내게는 낯선 느낌의 책이었다. 여운을 즐기며 봤던 로맨스 영화를 의학적으로 바라보고, 어떠한 병을 추측하거나 사실적인 내용을 서술해 줌으로써 ‘아, 이럴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다소 어려운 부분이 없지 않아 있는 책이었다.
책의 시작에 나오는 병원에 관한 이야기는 공감되는 부분이 꽤 있었다. 한동안 병원을 자주 찾았기에 지긋지극하단 생각을 자주했었다. 그저 약을 처방받기 위해 찾았던 암병동에서 아주 어린 아이가 환하게 웃으며 휠체어에 앉아있는 모습을 본 적 있다. 그러나 그와 대조적인 피곤에 찌든 듯한 아이의 엄마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 아이를 웃게 하기 위해 엄마가 얼마나 노력하는 것인지 조금은 추측이 되는 모습이었다. 당시 원인불명으로 진단명 조차 받지 못했던 나는 병원을 주기적으로 찾아 마약성진통제를 처방받는 것이 지치고, 답답했다. 정확한 병명을 알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하는게 맞겠다. 그럴 때 마주한 환하게 웃는 아이의 모습은 나를 되돌아보게 했다. 진단명이 내려지길 바라는 마음은 어쩌면 욕심인가 싶기도 했기 때문이다. 진단을 받는 순간 나는 속은 시원하겠지만 어떠한 병의 그늘에 들어서는 것이기도 하단 생각 또한 들었다. 이틀에 한 번, 수혈을 받는 것만으로 힘들어 했던 것이 어쩌면 사치같기도 했으니까. 잦은 입퇴원을 하다보니 어둠이 깔린 병원을 자주 마주했다. 답답한 마음을 병원 옥상에서 날려보내기도 했다. 양방과 한방을 오가며 진통제 폭탄을 맞던 그 날들이 떠오르면서 병원의 무겁게 내려앉은 공기가 다시 몸을 감싸는 기분이 들었다.
병원에 관련된 이야기는 또 있다. 의료사고라고도 할 수 있는 일을 겪으면서, 코 끝이 마비가 된 적이 있다. 물론 이것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처음에는 일시적일 수 있으니 다음에 다시 오라며 예약을 잡아줬던 그 대학병원에서, 재방문 했을 때는 늦어서 치료가 어렵다는 말을 들었을 때 꽤 억울했다. 지금은 적응을 했지만, 여전히 코끝을 건드리는 일은 줄어들었다.
영화를 통해 의학적 지식과 배경을 마주하며 지난 날들이 많이 떠올랐다. 여전히 후유증이 있고, 또 다른 지병으로 신경통이 점점 몸에 퍼지는 것이 느껴지는 요즘이라서인지 유난히 씁쓸했다. 더 늦기전에 하고싶은 일을 하나라도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커진 건 작가님이 원하는 결말이 아닐테지만, 그저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며 즐기던 문화생활의 대표인 영화에 의학적 요소를 가미하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어쩌면 앞으로의 영화관람의 방식에 조금은 영향이 있지 않을까 싶다. 가벼움보다는 무거움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