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장미의 심연까지
나카야마 가호 지음, 김재원 옮김 / 은행나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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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사두고 이제서야 펼쳐보았다. 일본 퀴어 소설이라고 하여 사전 예약해여 샀으나 너무 오래 방치해뒀다. 사실, 이 책은 퀴어의 요소에 집중되지는 않았다. 정말 이 지독한 사랑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소설이었다. 운명처럼 불타올랐고,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마음을 채우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루이와 쿠치였으니까. 이 책을 읽다보니 은근히 영화 캐롤이 생각났다. 가정을 이루고 살던 캐롤에게 운명적으로 테레즈가 나타났던 것처럼. 운명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성별의 느낌을 떠나서, 이렇게 맹목적인 사랑이 가능할까 싶어졌던 책. 쿠치의 안녕을 빌며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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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 작가님의 새로운 이야기가 위픽시리즈로 등장했다. 위즈덤하우스의 위픽에서 발행되는 소설집 시리즈로, 깔끔하고 균일하지만 다양한 색상으로 디자인 되어있다. 그 중, 오로라를 가장 먼저 읽어보았다.

삶이 버거운 최유진. 얼떨결에 떠밀리듯 떠나온 낯선 곳에서는 나를 내려놓을 수 있었다. 복잡하고 아는 사람이 가득한 서울에서도 거짓은 존대했는데, 낯선 곳에서는 완전히 다른 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오로라가 되었다.

짧은 소설이다. 어쩌면 단어로 줄바꿈이 되어 있는 이 책의 방식이 다소 낯설 수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가득 찬 한 줄, 한 줄이 모여 한 문단이 되었던 책에 익숙하다면 말이다. 작고 가벼운 책은 휴대에 용이했고, 짧은 내용은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짧은 글은 유난히 여운이 길고 생각이 많아진다. 위픽시리즈의 첫 책이 오로라여서인지, 기대감을 가득 품은 채 장바구니에 위픽시리즈를 채워넣었다. 계속 나오면 좋겠다. 다양한 작가님의 문체를 품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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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이었다 그다음은 아침달 시집 17
한연희 지음 / 아침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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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읽어두었던 책을 부지런히 필사하며 기록해보지만 봄이 되어버렸다. 이번 겨울에 유난히 눈이 그리웠다. 폭설이 잦아서 고달팠다는 어느 지역이 부럽기까지 했다. 무릎까지 쌓인 눈에 발이 푹푹 빠져보고 싶었다. 온통 하얀 세상에 첫 발을 내 딛으면서 새로운 시작을 느껴보고 싶었다. 그래서, 이 책을 선택했다.

책 수집가의 아이러니는 같은 책을 자꾸 구매한다는 것이다. 이 책이 맘에 들어서 사 놓고서는, 다른 독립서점에서 사거나 어느 북페어에서 사고 집에가서야 깨닫는다. 아....! 하고. 취향이 한결같다며 묘한 뿌듯함을 느끼며 나눔을 하고는 한다. 책 수집가라고 칭한 이유이기도 한데, 책을 사들이고나서 읽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꽤 오랜 시간을 구매할 책 목록이나 장바구니에 잠들어 있었건만, 구매하고 나서도 책장에 조용히 재워둔다. 그러다보니 읽지 않은 책을 중복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잦다. 아니, 근데 솔직히 아침달 시리즈는 너무 예뻐서 여러권 사도 되지 않나....?

시는 아직 내게 어렵다. 이 책의 제목과 표지, 그리고 작가님의 이름까지 마음에 들어서 데려왔지만 여전히 아이러니만 남았다. 요즘 우울감이 최고로 치솟고 있어서 몇몇 문장에서는 허를 찔린 기분이 들기도 했다. 아무도 없는 새벽의 어두운 강가를 걷는 기분이 드는 시집이었다. 시집은 언제 친해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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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밤 토끼 걱정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48
유희경 지음 / 현대문학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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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를 지나치지 못하는 편이다. 토끼를 키우기도 했을 정도로 토끼를 편애한다. 그리고 필사모임 분들 중 몇몇 분들이 이 책을 읽는 것을 보고 냉큼 주문했었다. 미루고 미루다 이제서야 보게된 유희경 작가님의 시집, 겨울밤 토끼 걱정이다.

이 책의 끝에 작가님은 그런 말을 한다. 나의 이야기를 소진하고 있다고. 아무것도 남지 않을 때 죽음에 이를 것이라고. 이 책의 끝은 그렇지만, 나는 작가님의 이야기가 마르지 않는 샘물이 되길 바란다. 그래서 평온하기 보다는 너무 높지 않은 산과 뛰어넘을 수 있는 웅덩이를 자주 만나길 바래본다. 작가님에게는 가혹하지만, 독자의 입장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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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래 희망은 함박눈 다림 청소년 문학
윤이형 외 지음 / 다림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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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돌아오길 바라는 윤이형 작가님이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구매한 책이었다. 읽고 나서야 청소년을 겨냥한 책이란 느낌을 받았다. 결국은 다 괜찮아질거라는 그런 이야기.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이미 어른의 나이가 되버린 나는 어떠한 어른이 되고싶은지, 청소년기의 나는 어땠는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누구나 질풍노도의 시기가 있다. 어른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살아가지만 내 마음 속엔 여전히 어린 아이가 자리잡고 있고, 그 어린 아이는 가끔 나도 예상치 못한 쪽으로 튀어나가고는 한다. 그래서 이 책은 어린 아이의 마음에게도, 어른의 마음에게도 바람을 일으킨다.

난 당신이 무언가 되길 바라지 않는다. 그리고 나 역시 아무것도 되지 않아도 괜찮다. 이 괜찮다라는 말을 이제서야 해줘서 미안할 뿐이다. 내 자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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