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우리가 만나서 어쩌다 이런 사랑을 하고
김현경 지음 / 웜그레이앤블루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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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 작가라고 할 수 있는 김현경 작가님(@vanessahkim )의 신간이 오랜만에 나왔다. 공저는 자주 출간되었으나, 단독 출간은 3년만이다. 기다리고 기다렸던 책인 만큼 발빠르게 펀딩을 참여하여 받아보았다. 지난 책에 등장했던 이야기의 뒷이야기가 이어진다. 찬란한 한 계절을 기록한 듯한 책이다. 물론, 그 계절은 눈부시게 반짝이기도 하고 더는 없을 흐린 날 같기도 하다.

그는 이야기가 되고 있다.

이 문장의 여운이 크다. 누군가에게 이야기가 된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오던 구전전래동화처럼 어떻게 전해지며 변해갈지도 궁금하고 말이다.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른 이야기로 읽힐 이 이야기를 마음속에 새겨본다.

🔖 p.63 그와의 연애
사진 찍히는 일을 좋아하지 않았던 그는 나무와 풀 같은 것을 찍었다고 한다. 나 역시 한참 출사를 다닐 때(혹은 그저 일상에서) 인물보다는 풍경과 단편적인 것을 담았다. 그래서 비슷한 사람이구나 싶는 마음에 이 문장들을 기록했다.

🔖 p.65~66 그와의 연애
예전에는 나도 제주도 노래를 불렀었다. 그리고 요즘은 남해에 살고 싶다고 노래를 불었더니, 우리 엄마도 비슷한 반응을 했다. 가서 살아!라고 한 후에 현실적으로 큰 병원도 없는데 병원을 자주 찾는 너는 생각을 좀 해봐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최근들어 스쿠터 타령을 했더니 “한 번 타보지도 않았으니 저기 경주나 제주도 가서 한 번 타보고 이야기 해.”라고 한다. 문득, 그래도 해보라고 믿어주는 건 역시 엄마뿐이구나 하는 마음이 든다.

🔖 p.71~72 29:09
사랑을 하면 누구나 갈대같은 마음이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연애가 너무 힘들어서 이제 그만해야지 싶다가도, 막상 보면 그게 쉽지 않다. 또한, 귀여운 모습 하나에 또 다시 ‘역시 안 보고는 못 살겠어.’라는 생각을 하고야 마니까. 작은 것 하나에 서운하고 작은 것 하나에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이 연애인데다 모든 이별은 항상 어렵다. 그래서 번복의 번복을 하고야 만다. 충만한 사랑을 주고 받았을 때보다 ‘다음에’라는 말로 기약만이 가득한 연애가 더 미련이 남는다. 이것저것 해봤을 때는 “할 만큼 했어”라고 말하지만, 기약만 하다 막상 돌아볼 추억이 적을 때면 “이것도 해볼걸”하고 후회가 들어차며 미련이 되고야 마니까.

🔖 p.78 숨
거창한 미래를 꿈꾼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비참한 느낌이 들 줄은 몰랐으니까. 그래도 이왕이면 미래를 함께 그렸으면 하고 후회하고야 만다. 결혼은 아니더라도. 다음 봄에도, 그 다음 여름에도.

🔖 p.128~129 우리의 사랑은 여름이었지
한 순간의 찰나같은 게 사랑이 아닐까 싶다. 뜨거운 여름에 비유하는 것 또한 비슷한 마음에서이지 않을까. 지나가고 지나가는 계절 속에 유난히 반짝이는 계절이 여름이라고 생각한다. 뜨거움 탓인지 유난히 기억에 선명하다. 그러나 기어코 지나가고 말지.

🔖 p.132~133 나는 그를 잊어도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욕심냈을 것이다. 그 사람은 나를 오래오래 기억하기를. 같이 걷던 길을 걸으며 나를 떠올리고,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보고 나를 떠올려주길.

#어쩌다우리가만나서어쩌다이런사랑을하고
#김현경 @warmgrayand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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