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이해 편 EBS 지식채널 건강 1
지식채널 지음 / 지식채널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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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 조금 보태서 일년의 절반정도는 감기를 달고 사는지라 이제는 몇달동안 감기에 걸리지 않고 무사히 넘어가면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기까지 한다. 기침감기 코감기 몸살감기 할 것 없이 일단 감기에 걸렸다 하면 기본으로 2주 정도는 몸이 너무 괴롭기 때문에 감기 증상이 약간만 나타났다 하면 득달같이 약국으로 달려가서 약을 사먹곤 했다. 물론 그렇게 약을 먹는 것보다는 집에서 하루이틀 푹 쉬는 것이 훨씬 회복에 도움이 되리라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직장인이 감기 때문에 휴가를 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니 말이다.

 

조금 더 심해지면 이비인후과를 찾게 되는데 항상 병원을 갈 때마다 엄청난 대기인원에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회사 근처에 이비인후과가 별로 없는 탓도 있겠지만 항상 30분~1시간 정도는 기다려야 겨우 진료를 받을 수 있는데 정작 진료시간은 한 2~3분이나 될까? 하지만 그래도 그 짧은 시간이나마 진료를 받고 약을 타서 병원문을 나서면 벌써 몸이 조금은 나아가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EBS 다큐프라임 <감기>의 취재진이 우리나라 병원에서 감기에 대해 처방해준 처방전을 다른 나라의 의료진에게 보여줬을 때 그들의 반응은 놀라웠다.

"일반 감기에 항생제를 사용하면 안됩니다. 아주 치명적입니다. 환자 개인의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면역 문제 때문입니다. 항생제는 세균을 없애지만 문제는 몸에 필요한 세균까지 없앱니다." - 존스 홉킨스병원 아동센터 의사(p34)

"그것은 풀라세보일 뿐입니다. 감기약을 먹든 먹지 않든 회복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같을 겁니다. 자신이먹은 것이 감기약이라고 속인 사탕이라고 해도 사람들은 약 때문에 빨리 감기에 나았다고 생각할 겁니다." - 하버드대학 의료사회학 주임교수 마르시아 안셀(p35) 

푹 쉬면 저절로 낫는 감기에 우리나라처럼 많은 약을 처방해주는 대신 다른나라의 의사들은 휴식과 풍부한 영양섭취를 권할 뿐이다.

 

비단 감기약 뿐만이 아니다. 건강을 위한 보조제, 다이어트를 위한 살빼는 약, 심지어는 머리가 좋아지는 약까지 사람들은 온갖 종류의 약물을 복용하지만 실제로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알 수 없을 뿐더러 일부 살빼는 약의 부작용은 이미 널리 알려진 바대로이다.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것은 이런 수많은 건강 보조상품이나 약이 아니라 신선한 채소와 과일, 생선 등 친환경적인 음식과 규칙적인 운동이다. 물론 금연과 절주도 빼놓을 수 없다.

 

[몸의 이해편]이라는 책의 제목대로 심장, 폐, 혈관, 소화기관 등 우리 몸의 중요한 기관들의 주요 기능에 대한 설명과 이러한 기관들에 병이 생겼을 때의 문제점,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식이요법 및 운동법 등에 대한 설명으로 우리 몸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중간중간 우리몸의 이상유무를 체크하는 셀프테스트도 유용했다. 여러가지를 설명하고 있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규칙적이고 꾸준한 운동과 친환경적인 음식이다. 알면서도 실천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건강을 잃고 나서 회복하려고 애쓰는 것보다 조금 귀찮고 번거롭더라도 건강할 때 지킬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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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을유세계사상고전
토머스 모어 지음, 주경철 옮김 / 을유문화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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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는 그리스어의 ou(없다), topas(장소)를 조합한 말로서 "어디에도 없는 장소"라는 뜻이다. 흔히 이상적인 세계를 나타내는 말로써 사용되는 이 말은 토머스 모어가 1516년 발간한  [유토피아]라는 책에서 비롯되었다. 그가 생각한 이상향은 과연 어떤 나라였을까?
 
"나"는 헨리8세의 명을 받아 플랑드르에 갔다가 지인의 소개로 라파엘이라는 선장을 만나게 된다. 라파엘은 여행을 아주 좋아하여 여러 나라들을 방문했는데 그 나라들의 제도와 관습에 대해 "나"에게 들려준다. [유토피아]는 2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1부에서는 라파엘과 "나"의 대화를 통해 당시의 시대상황을 전달해주고 2부에서 본격적으로 라파엘이 방문하여 5년여간 지냈던 유토피아에 대해 설명해준다. 우선 그 당시의 시대적 배경부터 살펴보자.
 
당시 영국에서는 모직 공업이 발달해 지주들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소작농을 내쫓고 땅에 울타리를 쳐서 목초지를 만드는 소위 <인클로저 운동>이 벌어지고 있었다. 쫓겨난 소작농은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결국 도둑질을 하거나 유랑하며 구걸하는 수밖에 없었다. 유랑민이 되면 게으르다는 죄로 감옥에 갇히게 되고 도둑질을 하다 잡히면 교수형을 당했는데 달리 먹고 살 길이 없었던 사람들은 어쩔수없이 도둑질을 할 수 밖에 없었고 교수형에 쳐해지는 사람은 점점 늘어만갔다.
 
토머스 모어는 라파엘의 입을 빌어 단순절도에 대해 사형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처벌하는 것은 정의롭지도 않고 공익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고 비판한다. 또한 이런 비참한 상황을 악화시키는 귀족들의 방탕한 사치와 탐욕에 대한 해결이 우선시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황폐화된 농장을 복구시키고 상품의 독점구매로 이익을 취하는 부자들의 권리를 제한하며 농업과 직물업을 복구하여 유랑인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것이 그 해결책이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사유재산이 존재하는 한 정의는 불가능하다고 역설한다.
 
"그런데 모어씨, 내 생각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사유재산이 존재하는 한, 그리고 돈이 모든 것의 척도로 남아 있는 한, 어떤 나라든 정의롭게 또 행복하게 통치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 삶에서 가장 좋은 것들이 최악의 시민들 수중에 있는 한 정의는 불가능합니다. 재산이 소수의 사람들에게 한정되어 있는 한 누구도 행복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 소수는 불안해하고 다수는 완전히 비참하게 살기 때문입니다"(p55)
 
그럼, 라파엘씨가 칭찬해 마지 않는 유토피아라는 나라는 과연 어떤 나라일까? 이 나라는 초승달 모양의 섬나라로 원래 아브락사라고 불렸는데 우토푸스가 이곳을 점령한 다음 자신의 이름을 따라 유토피아라고 부르게 되었다. 유토피아의 사람들은 누구나 일정기간 농사일을 해야 한다. 도시에 살던 사람들도 20명씩 교대로 2년 동안 농사일을 한 다음 도시로 귀환한다. 농사일 이외에도 직물업, 석공, 목공등 각자 자신의 일을 하나씩 더 배워야 한다. 유토피아의 관리의 주 임무는 아무도 빈둥거리며 나태하게 지내지 않고 모두가 맡은 바 일을 열심히 하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짐승처럼 혹사당하는 일은 없다.
 
"유토피아 사람들은 하루 24시간 중 여섯 시간만 일에 할당합니다. 이들은 오전에 세 시간 일하고 점심을 먹습니다. 점심식사를 한 후에는 두 시간 정도 휴식을 취하고 다시 나머지 세 시간 일을 하러 갑니다. 그 후에 식사를 하고 8시에 취침하여 여덟 시간을 잡니다" (p73)
 
도시에서의 식사는 모두가 회관에 모여 공동식사로 진행된다. 또한 각 가구에서 생산한 물품은 시장에 반입되어 보관되고 가장은 이곳에서 자신의 가족들이 필요로 하는 물품을 무상으로 필요한만큼 가져갈 수 있다. 이처럼 유토피아의 사람들은 나라 안에서는 돈을 사용하는 법이 없고 단지 유사시에 대비하기 위해서만 보관하기 때문에 금과 은에 대해서도 전혀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 요강이나 노예들을 묶는 사슬따위에나 사용하는 식이다.
 
여자들은 18세가 되기 전에, 남자들은 22세가 되기 전에 결혼할 수 없으며 혼전 성교를 하다가 발각되는 경우에는 일생 동안 결혼을 하지 못하고 부모들도 큰 망신을 당하게 된다. 결혼상대를 고를 때는 나체로 선을 보는데 이 나라에서는 이혼이 극히 제한적으로 허용되기 때문에 신중하게 선택하기 위해서이다.
 
여행을 할 때는 관리로부터 여행허가서를 받아 휴대하여야 하며 한 곳에서 하루 이상 머무는 경우 누구든 자기 직종에 속하는 가게로 찾아가서 일을 해야 한다. 허가없이 자기 구역을 벗어났다가 잡히는 경우 탈주자로 간주되어 엄한 처벌을 받고 두번째 같은 일을 벌인 사람은 노예로 만든다. 이렇게 빈둥거리거나 시간을 허비할 틈을 절대 허락하지 않음으로서 삶에 유용한 것들을 풍족하게 만들고 또 그러면서도 모든 것을 공유하여 결과적으로 누구도 가난에 빠지거나 구걸을 하는 일이 없는 것이다.
 
대략적으로 살펴본 바와 같이 유토피아는 우리가 상상하던 이상향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모어 자신도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얘기하고 있다.
 
"라파엘 씨가 이야기를 마쳤을 때 그가 설명한 유토피아의 관습과 법 가운데 적지 않은 것들이 아주 부조리하게 보였다. 그들의 전쟁술, 종교의식, 사회관습 등이 그런 예들이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가장 큰 반감을 가진 것은 전체 체제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공동체 생활과 화폐 없는 경제였다" 
 
어느 시대의 누구에게나 공통적으로 그려지는 이상형이란 게 과연 있을까?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는 그가 살던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산출된 것이니만큼 시대적 배경을 충분히 감안하고 읽어야 할 것이다. 놀고 먹는 귀족들과 굶어 죽어가는 소작농들, 넘쳐나는 부랑자들과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하지 않은 채 교수형이라는 극단적인 처벌만을 남발하는 법정, 이에 대한 반발로서 유토피아를 다시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2009년 현재, 모순투성이의 대한민국을 대신할 유토피아는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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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傳 - 역사를 뒤흔든 개인들의 드라마 같은 이야기 한국사傳 1
KBS 한국사傳 제작팀 엮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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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사람 이야기는 왜 재미있을까? ... 그건 아마도 다른 사람들의 삶과 생각과 대응방식을 보면서 그 속에서 자신에게 유익한 무언가를 무의식중에 찾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 왜 많은 사람들이 작가의 손끝에서 나오는 허구의 사건에 자신을 비춰보려 하는 것일까? 허구가 아닌 실제의 이야기는 많다. 그 진짜 사건들 중에 중요하지 않거나 재미없는 이야기들이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하나둘 사라지고 마지막까지 남은 것, 그것이 바로 역사인 것이다."  <머리말 中>
 
국사, 세계사 이런 분야와 멀어지게 된 건 이런 과목들을 '암기과목'이라고 분류해놓고 달달 외우려고 했던 어리석었던 학창시절로부터 비롯된 것 같다. 내가 '암기과목'이라고 규정해놓은 과목들은 바로 그 타이틀 때문에 지루하고 재미없는 과목들로 각인되었고 더이상 몇년도에 누가 무슨 일을 벌였는지 외워서 시험볼 필요가 없어진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한국사' 이런 말을 들으면 자동적으로 '지루해'라는 생각이 떠오를 정도로 그 각인효과는 강력했다.
 
이런 뿌리깊은 국사 기피증을 단번에 없애준 책이 바로 이 [한국사前]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계기는 바로 제일 위에 적어놓은 서문이었다. 드라마나 소설 같은 사람 사는 이야기를 무척이나 좋아하기에 드라마로 가득 차 있는, 그것도 허구가 아닌 진짜 사람들의 삶과 죽음, 성공과 실패, 사랑과 증오를 기록해놓았다는 이 리얼드라마가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호기심은 감탄으로 바뀌었다. 역사책이 이렇게 재미있을 수도 있구나 싶었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같은 인생을 살다간 역사속의 인물들의 삶이 때로는 흥미진진하게, 때로는 마음아프게 다가왔다.
 
홍순언은 조선 선조때의 역관으로 종계변무를 200년만에 성공시킴으로써 역관출신으로서는 유일하게 광국공신의 칭호를 받는다. 종계변무란 잘못 기록된 이성계의 가계를 시정하기 위해 명나라에 끊임없이 주청했던 사건으로 조선 전기 최대의 외교 현안이었다. 200년동안 수정을 요청해도 고쳐지지 않았는데 홍순언은 어떻게 해서 성공할 수 있었을까? 우연히 곤경에 처한 중국여인을 도와준 것이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행운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그 중국여인이 명나라의 예부시랑(외무부차관)인 석성의 아내가 되었고 홍순언이 자신에게 베푼 선행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가 도움을 준 것이다. 그 인연은 임진왜란 때까지 이어져 명나라군의 조선파병에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까지 이어진다. 단 한번의 우연한 만남, 그리고 선행이 역사에 미친 영향을 생각해보면 정말이지 인생이란 얼마나 드라마틱한지 새삼 놀라게 된다.
 
조선시대의 여성 CEO 김만덕의 이야기도 한번 들어보자. 제주도의 관기 출신인 김만덕은 조선 최초로 임금을 알현한 평민여성이었다. 정조 19년, 최악의 흉년이 4년간이나 계속된 제주에서는 매해 수천명의 사람이 굶주림으로 죽어갔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제주도민은 섬을 벗어날 수 없었다. 인구가 줄어들면 해안 방어가 취약해지기 때문에 조정에서 제주도민의 육지출입을 금지한 것이다. 사람들은 계속 죽어나가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자식을 내다버리고 시체를 파먹는 등 참혹한 상황에 쳐해있을 때 수십년간 모은 전 재산을 내놓아 육지에서 쌀을 들여온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제주 최고의 부자였던 김만덕이다.
 
본래 양가 출생이었던 그녀는 부모님을 잃고 관기가 되었지만 관아에 호소하여 다시 양인의 신분을 회복한다. 관기를 그만둔 그녀는 객주를 차리고 장사를 시작하는데 뛰어난 식견으로 부를 축적하여 50여세의 나이에 제주 거상이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모은 재산을 모두 내놓아 죽어가는 제주도민을 살렸고 그녀의 선행을 알게된 임금까지 알현하게 된 것이다. 큰 재산을 모은 사람들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겠지만 이렇게 선뜻 전재산을 사회에 환원한 예를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 밖에도 조선의 무희로써 프랑스까지 가서 새로운 문물에 눈떴으나 결국 가슴아픈 최후를 맞게 되는 리진의 이야기, 늘 배신자의 꼬리표를 달고 다니는 신숙주에 대한 재조명, 대한제국 마지막 왕녀인 덕혜옹주의 슬픈이야기 등 모두 열명의 역사적 인물들을 만나보았다. TV에서는 작년 10월 이미 종용했다니 참 아쉽지만 책으로는 5권까지 나와 있다니 더 많은 인물들의 드라마를 만나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마음이 설렌다. 지루하고 딱딱하게 느껴졌던 역사를 이렇게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 한발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해준 KBS 한국사傳 제작팀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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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사무소 김앤장 - 신자유주의를 성공 사업으로 만든 변호사 집단의 이야기 우리시대의 논리 10
임종인.장화식 지음 / 후마니타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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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삼성의 후계자 이재용 전무와 부인 임세령씨의 이혼소송이 탑뉴스를 장식하면서 사무실에서도 이와 관련된 얘기가 단연 화제의 중심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무려 5천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재산분할소송에 관심이 쏠렸는데 어떤 법무법인이 사건을 맡았나 봤더니 별로 잘 들어보지 못한 [남산]이라는 법인이었다. 법무법인에 대해 커다란 관심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남산]은 [김앤장], [태평양], [광장], [화우] 같은 소위 Big 4 에 들어가지 않는 생소한 업체여서 약간 의외였는데 옆자리의 변호사가 당연하다는 듯이 설명해준다. 삼성 같은 대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에 Big 4 를 쓰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라고, 온통 인맥이 얽혀있기에 관련자료가 고스란히 삼성쪽에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듣고 보니 당연히 그럴수 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법률사무소 [김앤장]은 론스타니 소버린이니 하는 굵직굵직한 사건들마다 빠지지않고 등장하기 때문에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이름이지만 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우리나라 최고의 로펌이라고만 알고 있을 뿐이고 그 실체에 대해 자세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김앤장]이 '법무법인'이 아닌 '조합'이라는 것조차 몰랐으니까... 이 책의 공동저자인 임종인, 장화식은 자료입수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어렵게 여러가지 사례들에서 모든 자료들을 퍼즐조각 맞추듯이 하나씩 모아 [김앤장]의 실체에 한발짝 다가설 수 있도록 해준다. 국회의원인 임종인과 노동운동을 하는 장화식 두 사람이 공동으로 책을 썼다는 사실이 좀 의외이지만 두 사람의 이력을 보면 이해가 간다. 외환카드에서 15년간 근무했고 노조위원장을 지낸 장화식은 외환카드가 외환은행으로 통합되면서 해고되었다. 영문도 모른채 해고당한 장화식은 부당해고에 대해 회사와 싸움을 벌이지만 그가 상대해야 할 대상은 단순히 외환은행 하나가 아니라 그 뒤에 있는 론스타, 그리고 다시 그 뒤에서 법률자문을 해주고 있는 우리나라 최대의 로펌인 [김앤장]이었다. 이 거대한 로펌을 상대하기 위해 그는 공부를 시작했고 관련자료를 가장 많이 갖고 있는 국회를 드나들다가 국회의원 임종인을 만나게 된다. 국회의원 임종인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서의 불법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역시 뒤에 있는 [김앤장]과 마주치게 된다. 별로 마주칠 일이 없을 것 같은 두 사람이 이렇게 해서 [김앤장]으로 엮이게 된 것이다.

 

[김앤장]은 하버드 로스쿨 법학박사 출신인 김영무 변호사와 판사 출신인 장수길 변호사의 성인 '김'과 '장'을 결합하여 만든 이름이다. [김앤장]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사람은 이 두 사람과 뒤에 합류한 서울고등법원 판사 출신의 이재후 변호사 이렇게 세 사람이다. [김앤장] 법률사무소에는 변호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노무사 등의 전문가 그룹과 주요 관료출신들로 이루어진 고문과 각종 전문위원들이 일하고 있다. 변호사 규모만 봐도 다른 법무법인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하지만 '고문'이라는 명목하에 활동하고 있는 전직 정부 고위공직자 출신은 더더욱 압도적이다. 비록 그 명단을 철저히 비밀로 하고 있어서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이런저런 계기를 통해서 드러난 명단만 봐도 어마어마하다. 전직 고위공직자들은 적게는 몇천만원에서 많게는 몇억에 달하는 월급(연봉이 아니라 월급이다!)을 받으며 [김앤장]에서 근무하고 있다. 현직에서 일하고 있는 공무원들은 이들을 보며 자신의 미래를 생각할 수 밖에 없고 (실제로 은퇴후 3개월 이내에 로펌으로 옮기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한다) 바로 얼마전까지 상사로 모셨던 사람이 변호사로 나왔을 때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들이 '고문'이라는 명목으로 거액의 연봉을 받으며 과연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김앤장]은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지만 정확한 금액이 얼마인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상장기업처럼 공시의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대표인 김영무 변호사가 2005년 연소득 570억원을 신고해 이건희 삼성회장을 제쳤다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하지만 정작 세무조사는 단 한번도 받은 적이 없다. 이는 네차례나 [납세자의 날] 표창을 받은 것과 관련이 있는데, 성실납세자로 선정이 되어 표창을 받게 되면 수상일로부터 2년간 세무조사를 유예해 주기 때문이다. [김앤장]은 지난 8년간 네번의 성실납세자 표창을 받아 사실상 세무조사 면제를 받고 있는 것이다.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면서도 그 정당성 여부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지 못하고, 쌍방대리 등 비윤리적인 행위를 서슴치 않으며 그물망처럼 촘촘히 엮인 인맥을 활용하여 영향력을 행사하고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내는 집단. 우리나라의 은행이 헐값에 넘어가든지 외국 투기자본의 배만 부르게 하는 일이든지 상관없이 돈이 되는 일이라면 발벗고 뛰어드는 집단. [신자유주의를 성공 사업으로 만든 변호사 집단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새삼스럽게 마음에 와 닿는다.

 

책을 읽는 내내 경제와 법에 통달한 이 '신흥귀족'들에 대해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모름지기 법조인이란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 편에 서는 정의의 사도여야 한다는 허황된 바램따위야 내다 버린지 오래지만 그래도 적어도 법률가로서 기본과 상식은 지켜야 하는 게 아닐까...

우리나라 최대의 재벌인 [삼성]보다 더 무섭다는 [김앤장]에 대해 세세하게 파헤치고 문제제기를 한 임종인, 장화식 두 저자와 후마니타스 출판사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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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외교관 Social Shift Series 4
칸 로스 지음, 강혜정 옮김 / 에이지21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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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즐겨보는 미국드라마 중 [The West Wing]이라는 백악관에서 일어나는 정치이야기를 다룬 드라마가 있다. 그 드라마의 에피소드 중 하나는 이런 내용이다. 백악관에 어느날 남발라의 외교사절단이 도착한다. 남발라는 땅이 아주 척박하고 자원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가난한 나라인데 그 나라 국민들의 상당수가 AIDS에 감염되었다. 하지만 약값이 너무 비싸 가난한 그 나라 국민들은 속수무책으로 죽어가고 결국 약값 인하를 논의하기 위해 외교사절단이 파견된 것이다. 외교사절단은 단 두명, 남발라의 대통령과 통역관 한명이다. 별도의 외교사절단이 없어 대통령이 직접 와서 제약회사들의 대표들과 백악관 참모들과 앉아 국민들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 에피소드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다.
 
물론 이건 드라마 이야기이지만 현실도 드라마와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나라를 대표하여, 나라의 미래를 논의하는 유엔회의에 '참관인' 자격으로 특별히 허락받아 참석한 코소보 총리에게는 통역은 커녕 발언권도 주어지지 않는다. 코소보 총리가 처음으로 자국의 문제를 논의하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 참석한 것에 대해 기자들에게 브리핑을 할 수 있도록 UN기자실을 쓰고 싶다고 요청한 것도 물론 거절되었고 면담요청도 모두 거절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참석이라도 한 것에 의의를 두어야 한다.
 
칸 로스는 15년간 일하던 영국 외무부를 사직하고 [인디펜던트 디플로맷]이라는 비영리 외교자문기관을 세운다. 외교관으로 생활하며 그동안 애써 외면하고 보지 않으려 했던 외교적인 불균형에 대해 더이상 눈감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전직 외교관 등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이 조직은 가난하고, 가난하기 때문에 힘없는 나라들에게 외교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리고 코소보는 바로 첫 고객이었다.
 
가장 힘있는 나라 중 하나인 영국의 외교관직을 과감히 내던지고 힘없는 나라들의 편에 선 저자의 선택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입만 열어도 모두가 주목하고 경청해주던 영국 대표에서 테이블에 자리조차 없어 참관석에 끼어 앉아 듣기만 해야 하는 코소보 대리인의 간격이 얼마나 클지 짐작이 간다. 가만히 있었다면 동료들처럼 넓은 대사관저에 살며 큼직한 자가용을 굴리는 영국대사로 어디에 가든지 대접받았겠지만 저자는 편안하고 안락한 삶 대신 양심에 따라 사는 삶을 선택했다. 가진 기득권이랄 것도 별로 없으면서 쉽게 놓지 못하고 어영부영 현실에 안주해버리는 내 나약한 모습이 갑자기 더더욱 부끄러워진다.
 
사회적 기업가 시리즈로 나온 책이라 기존에 읽은 몇권의 책들처럼 현실을 바꾸어나가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기를 기대했으나 거의 대부분이 저자가 영국 외교관 시절 경험했던 사실들과 현재 외교관행의 잘못된 점들을 지적하는 내용이었다. 물론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허울좋은 외교의 실상을 시원스레 밝혀주어 흥미롭게 읽었지만 [인디펜던트 디플로맷]의 활동과 앞으로의 청사진에 대해서 좀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들려주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살짝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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