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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사무소 김앤장 - 신자유주의를 성공 사업으로 만든 변호사 집단의 이야기 ㅣ 우리시대의 논리 10
임종인.장화식 지음 / 후마니타스 / 2008년 1월
평점 :
지난주 삼성의 후계자 이재용 전무와 부인 임세령씨의 이혼소송이 탑뉴스를 장식하면서 사무실에서도 이와 관련된 얘기가 단연 화제의 중심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무려 5천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재산분할소송에 관심이 쏠렸는데 어떤 법무법인이 사건을 맡았나 봤더니 별로 잘 들어보지 못한 [남산]이라는 법인이었다. 법무법인에 대해 커다란 관심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남산]은 [김앤장], [태평양], [광장], [화우] 같은 소위 Big 4 에 들어가지 않는 생소한 업체여서 약간 의외였는데 옆자리의 변호사가 당연하다는 듯이 설명해준다. 삼성 같은 대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에 Big 4 를 쓰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라고, 온통 인맥이 얽혀있기에 관련자료가 고스란히 삼성쪽에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듣고 보니 당연히 그럴수 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법률사무소 [김앤장]은 론스타니 소버린이니 하는 굵직굵직한 사건들마다 빠지지않고 등장하기 때문에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이름이지만 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우리나라 최고의 로펌이라고만 알고 있을 뿐이고 그 실체에 대해 자세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김앤장]이 '법무법인'이 아닌 '조합'이라는 것조차 몰랐으니까... 이 책의 공동저자인 임종인, 장화식은 자료입수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어렵게 여러가지 사례들에서 모든 자료들을 퍼즐조각 맞추듯이 하나씩 모아 [김앤장]의 실체에 한발짝 다가설 수 있도록 해준다. 국회의원인 임종인과 노동운동을 하는 장화식 두 사람이 공동으로 책을 썼다는 사실이 좀 의외이지만 두 사람의 이력을 보면 이해가 간다. 외환카드에서 15년간 근무했고 노조위원장을 지낸 장화식은 외환카드가 외환은행으로 통합되면서 해고되었다. 영문도 모른채 해고당한 장화식은 부당해고에 대해 회사와 싸움을 벌이지만 그가 상대해야 할 대상은 단순히 외환은행 하나가 아니라 그 뒤에 있는 론스타, 그리고 다시 그 뒤에서 법률자문을 해주고 있는 우리나라 최대의 로펌인 [김앤장]이었다. 이 거대한 로펌을 상대하기 위해 그는 공부를 시작했고 관련자료를 가장 많이 갖고 있는 국회를 드나들다가 국회의원 임종인을 만나게 된다. 국회의원 임종인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서의 불법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역시 뒤에 있는 [김앤장]과 마주치게 된다. 별로 마주칠 일이 없을 것 같은 두 사람이 이렇게 해서 [김앤장]으로 엮이게 된 것이다.
[김앤장]은 하버드 로스쿨 법학박사 출신인 김영무 변호사와 판사 출신인 장수길 변호사의 성인 '김'과 '장'을 결합하여 만든 이름이다. [김앤장]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사람은 이 두 사람과 뒤에 합류한 서울고등법원 판사 출신의 이재후 변호사 이렇게 세 사람이다. [김앤장] 법률사무소에는 변호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노무사 등의 전문가 그룹과 주요 관료출신들로 이루어진 고문과 각종 전문위원들이 일하고 있다. 변호사 규모만 봐도 다른 법무법인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하지만 '고문'이라는 명목하에 활동하고 있는 전직 정부 고위공직자 출신은 더더욱 압도적이다. 비록 그 명단을 철저히 비밀로 하고 있어서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이런저런 계기를 통해서 드러난 명단만 봐도 어마어마하다. 전직 고위공직자들은 적게는 몇천만원에서 많게는 몇억에 달하는 월급(연봉이 아니라 월급이다!)을 받으며 [김앤장]에서 근무하고 있다. 현직에서 일하고 있는 공무원들은 이들을 보며 자신의 미래를 생각할 수 밖에 없고 (실제로 은퇴후 3개월 이내에 로펌으로 옮기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한다) 바로 얼마전까지 상사로 모셨던 사람이 변호사로 나왔을 때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들이 '고문'이라는 명목으로 거액의 연봉을 받으며 과연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김앤장]은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지만 정확한 금액이 얼마인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상장기업처럼 공시의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대표인 김영무 변호사가 2005년 연소득 570억원을 신고해 이건희 삼성회장을 제쳤다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하지만 정작 세무조사는 단 한번도 받은 적이 없다. 이는 네차례나 [납세자의 날] 표창을 받은 것과 관련이 있는데, 성실납세자로 선정이 되어 표창을 받게 되면 수상일로부터 2년간 세무조사를 유예해 주기 때문이다. [김앤장]은 지난 8년간 네번의 성실납세자 표창을 받아 사실상 세무조사 면제를 받고 있는 것이다.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면서도 그 정당성 여부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지 못하고, 쌍방대리 등 비윤리적인 행위를 서슴치 않으며 그물망처럼 촘촘히 엮인 인맥을 활용하여 영향력을 행사하고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내는 집단. 우리나라의 은행이 헐값에 넘어가든지 외국 투기자본의 배만 부르게 하는 일이든지 상관없이 돈이 되는 일이라면 발벗고 뛰어드는 집단. [신자유주의를 성공 사업으로 만든 변호사 집단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새삼스럽게 마음에 와 닿는다.
책을 읽는 내내 경제와 법에 통달한 이 '신흥귀족'들에 대해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모름지기 법조인이란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 편에 서는 정의의 사도여야 한다는 허황된 바램따위야 내다 버린지 오래지만 그래도 적어도 법률가로서 기본과 상식은 지켜야 하는 게 아닐까...
우리나라 최대의 재벌인 [삼성]보다 더 무섭다는 [김앤장]에 대해 세세하게 파헤치고 문제제기를 한 임종인, 장화식 두 저자와 후마니타스 출판사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