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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엣과 줄리엣 - 희곡집 에세이
한송희 지음 / 더퀘스트 / 2022년 11월
평점 :
2021년에 처음으로 브릭스씨어터에서 연극 <줄리엣과 줄리엣>을 관극했다.
여러 번의 공연을 통해 갓극 명작이라고 이름이 높았던 극이었고, 평소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공연을 많이 올린다는 창작집단 LAS에 관심이 있었기에 + 고전 로미오와 줄리엣을 어떻게 각색했을지 궁금했기에 바로 예매해서 극장으로 갔다.
그 곳에서 펼쳐진 줄리엣들의 이야기를 보고 나온 나는 공연장을 빠져나와서도 한동안 눈물을 멈추지 못하고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이 희곡집을 읽으면서 다시한번 그때 느꼈던 공연의 감동이 올라온다. 수년간에 걸쳐 작품이 만들어지고 공연되었던 그 세세한 과정에 대해서 알고 나니, 더욱 차오르는 감정이 있었다. 공감되는 부분도 많고, 존경스러운 부분도 많고, 안쓰러운 부분도 많았기 때문이다.
온통 새하얗게 꾸며진 무대와 새하얀 옷을 입고 나왔던 배우들, 적절하게 울려 퍼졌던 음악과 울림있게 다가왔던 아름다운 대사들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한송희배우는 이 극을 직접 쓴 작가이기도 하며, 이 극의 인물인 '줄리엣 몬테규'를 연기한 배우이기도 하다. 어떻게 배우가 이렇게 훌륭한 작품을 쓸 수 있는지, 어떻게 작가가 저런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지 감탄하면서 보았는데, 한송희 작가는 "자신에게 배역을 주고 싶어서" 극작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자신을 불러주는 창작진이 없어서 직접 자기에게 자기가 배역을 주기 위해 쓰기 시작한 글이, 또 다른 삶의 길이 되기 시작했다고 했다.
배우들에게, 특히 여성 배우들에게 얼마나 무대와 배역이 적으며 그렇기에 얼마나 간절한지 감히 조금이나마 아는 나로서는, 공감이 많이 되었다.
그런데 내 생각에 한송희 작가는 그런 이유가 아니라도, 언제고 결국 글을 썼을 사람같이 느껴졌다. 우연한 계기로 글쓰기를 시작한 사람의 글 치고 너무나 크나큰 감동과 울림을 주며, 그 글에 자신의 상처를 포함하여 상처받고 소외받는 자들의 삶을 너무나 잘 녹여내고 있기 때문이다.
연극은 '제의'에서 기원했다는 말이 나온다. 상처받아 스러져갔을 영혼들을 위한 제의라 생각하며 줄리엣과 줄리엣을 연기했다고.
오랜 시간 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연극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말이었다.
작가이자 배우로, 이 사람이 계속해서 제의를, 연극을 해 주기를 소망한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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