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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손에 쥐어야 했던 황금에 대해서
오가와 사토시 지음, 최현영 옮김 / ㈜소미미디어 / 2025년 1월
평점 :
<출판사 도서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제목을 처음 읽고 나서 제목이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네가 손에 쥐어야 했던 황금에 대하여>. 손에 쥐었던 황금이 아니라, '손에 쥐어야 했던' 황금이라고 표현했다. '쥐어야 했다'라는 그 한 단어가 더 들어갔다는 것 뿐인데 다가오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결국에는 황금을 손에 쥐지 못했다는 의미도 느껴지고, 강한 의지가 오히려 덧없음, 부질없음을 내포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 책을 쓴 작가는 일본에서 천재 SF작가로 이름난 작가인 오가와 사토시이다. 장르는 소설로 분류되어 있지만, 내용을 보면 작가가 쓴 에세이(수필)처럼 느껴진다. 자전소설이라고 부르는 것이 조금 더 정확하겠다. 이 책은 단편소설이 엮여 있는 연작의 형태로 되어 있는데 주인공이 '나'이면서 모두 동일하다.
처음에는 사실 몰입하기가 어려웠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것이 작가가 쓴 일기인지 소설인지 헷갈렸고, 말하는 바가 무엇인지 캐치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가의 위트있고 센스있는 문장에 점점 빠져들기 시작했다. 책을 덮을 때쯤에는 작가의 필력과 구성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별 것 아닌 것처럼 쓰인 에피소드들은 모두 굉장히 깊고 사색적이다. 타인의 무의미한 성공 또는 재능을 좇다가 추락하는 이들의 이야기, 거짓말과 후회가 난무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인물들은 모두 지극히 일상적이며 또 인간적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았을 법한, 또는 보고 있을 법한 이야기기에 흡입력이 없을 수 없다.
'창조된 허구의 세계.' 소설의 의미를 다시한번 탐구하게 되었다. 소설이란 무엇인가, 소설가란 무엇인가에 대해 스스로 많이 사유했던 작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거짓을 진심을 다해 진실로 믿게 한다는 점에서 사기꾼 점쟁이와 자신이 다를 바 없게 느껴졌다는 문장도 위트 있지만 묵직하다.
기억에 남는 문장으로 마무리한다.
"우리 이름에는 기술로는 전부 회수할 수 없는 잉여가 있다. 그 잉여라는 것은 다양한 다양성을묶어 두는 쐐기다. 우리는 손에 넣을 수 없었던 무수한 가능 세계에 관해 생각하며 매일 부분적으로 진보하고 전체적으로 퇴화하며 살아가고 있다. 분명, 그런 식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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