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의 사생아들 : 레프 톨스토이 x 오귀스트 르누아르 ㅣ 세계문화전집 3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외 지음, 홍선기 엮음 / 모티브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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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에 푹 빠진 요즘입니다. 

고전 큐레이션 북이 여느 때보다 눈에 많이 띄는 것도 그 때문이겠지요? 

이번에 읽은 모티브 출판사의 거장의 사생아들은 레프 톨스토이의 <주인과 일꾼>, <악마>, <크로체르 소나타>와 르누아르의 그림을 한꺼번에 볼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인 책이었습니다. 

책도 양장본이라 너무 이뻤는데요.  화사한 르누아르 그림까지 더해지니 책의 가치가 더욱 올라가는 것 같습니다.


한 사람은 사생아 아들을 철저히 외면했고,

한 사람은 사생아 딸을 끝까지 책임졌다.

157p

무슨 이야기일까요?

바로 이 큐레이션의 두 주인공 톨스토이와 르누아르의 이야기입니다. 

톨스토이는 평생 내면을 들여다보고 정직함을 신조로 삼았던 문학의 거장입니다. 그런데 그는 결혼 전 농민 여인 아크시냐와의 사이에서 티모페이라는 아들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톨스토이는 평생 그를 챙겨본 적 없으며 티모페이는 톨스토이의 아들들 집에서 마부와 하인 노릇을 하며 평생을 살다 죽었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철저히 외면받고 완벽히 버려진 자식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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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르누아르는 달랐습니다. 르누아르는 연인이자 모델이었던 리즈와의 사이에서 딸 잔이 태어났지만 당시 경제적 어려움으로 위탁가정으로 보냈습니다. 결혼 후 그는 딸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평생 경제적 서포트를 하였고 딸이 결혼할 때에도 지참금을 보내고 빵집이 달린 집을 사주고 죽기 직전에는 연금을 남기기도 하였습니다. 사생아 딸을 책임졌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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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큐레이션의 작가인 홍선기 님은 이를 그리 단순하게 보지 않았습니다. 

톨스토이의 문학작품에서 그의 인간적인 후회와 연민을 찾아내었는데요. 그 작품이 바로 자신과 티모페이를 모델로 한 주인과 일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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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과 일꾼 

주인과 일꾼은 어느 겨울날, 성공한 삶을 살아왔던 주인인 바실리가 오랫동안 흥정했던 숲을 사기 위해 옆 마을로 마부 니키타와 함께 떠나며 일어나는 일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속물의 최고봉인 바실리는 니키타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는 이기적이고 세속적인 인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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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처럼 대단하고 영리한 사람과 이야기 나누는 일이 니키타에게 영광스럽기 짝이 없을 거라 굳게 믿었고, 자기 농담에 어찌나 흡족해했는지, 애초 이 대화가 니키타에게 거북할 수 있다는 생각은 머리에 떠올려 보지도 않았다."_6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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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삶의 유일한 목표이자 의미이자 기쁨이자 그것- 그동안 자기가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고 또 얼마나 벌 수 있는지, 자기가 아는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벌었고 또 얼마를 지니고 있는지, 그들이 어떻게 돈을 벌어 왔고 또 벌고 있는지, 그래서 자기도 그들처럼 어떻게 하면 아주 많은 돈을 더 벌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이었다."_10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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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실리의 욕심으로 눈보라가 치던 날 밤 그들은 길을 잃고 산속에서 밤을 지새우게 됩니다. 

하지만 바실리는 마지막에 달라집니다.

눈 속에서 죽어가던 마부 니키타를 발견하고 그를 자신의 온기로 데우고 대신 자신이 죽어갑니다. 

마지막 죽어가면서 그는 생각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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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것이 죽음임을 안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조금도 슬퍼지지 않는다. 그리고 자기 밑에 니키타가 누워 있음을, 그가 따뜻해졌으며 살아 있음을 떠올린다. 그리고 자기가-니키타라는 생각이, 니키타가-자기라는 생각이, 자기 목숨이 자기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니키타 안에 있다는 생각이 그에게 떠오른다. 

'니키타가 살았으면, 그러면, 나도 살아 있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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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도 톨스토이의 후회와 연민이 느껴지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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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악마>는 완벽한 아내를 두고도 농지의 여성에게 끌렸던 자신의 젊은 날의 모습을 주인공인 에브게니에게 투영시킨 소설입니다. 악마는 두 갈래의 결말이 그려졌는데요. 

하나는 에브게니가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하는 것, 또 하나는 유혹의 대상이었던 농노 여성인 스테파니다를 살해하는 것이었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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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게니 이르테네프가 정신병자였다면, 모든 사람이 다 똑같은 정신병자다. 가장 심한 정신병자란, 자기 안에 있는 건 못 보면서 남에게만 광기의 징후를 보는 자들임이 분명하다."_27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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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톨스토이의 부인이었던 소피아는 평생 그를 위해 삶을 희생했고, 악필이었던 톨스토이를 대신해  전쟁과 평화를 일곱 번이나 써주었던 내조의 여왕이었습니다. 

말년에 톨스토이가 자신의 재산과 모든 지적 재산권을 농민과 사회에 내놓으려 하자 소피아와 갈등이 깊어졌고,  결국 집을 떠나 수녀원으로 떠나던 중 폐렴에 걸려 간이역에서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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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으로 아쉬운 부분이지요. 

평생을 희생하고 살았던 부인은 외면하고, 사생아였던 티모페이는 평생을 외면했던 톨스토이를 과연 인류의 고귀한 문학가로 지칭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작가가 찾아낸 희망을 들여다본다면 그에게 약간의 면죄부를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톨스토이의 마음은 알 수 없겠지만 농민에게 모든 재산과 지적 재산권을 남기고자 했던 건 아마도 아들들의 마부로 전전했던 첫 아들인 티모페이를 향한 미안함에서 비롯되었던 건 아닐까 하는 거죠.

실제 톨스토이는 영지에서 농민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기도 했다고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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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거장의 숨은 이야기로 흥미를 끌어올리고, 이와 연계되는 톨스토이의 그늘 3부작을 읽으며 르누아르의 그림까지 볼 수 있었던 일석이조의 거장의 사생아들이었습니다. 

그림과 고전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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