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새에게 사로잡히지 않도록
가와카미 히로미 지음, 이지수 옮김 / 디플롯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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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흥미로운 SF 소설을 읽었다. 

가와카미 히로미라는 작가는 처음이었는데 이미 일본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로 손꼽힌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소설의 약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느낌이 난다고 생각했는데  작가의 데뷔작이 <신>이었고 23년 프랑스에서 문예공로훈장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오히려 베르나르보다 더 섬세한 무엇이 있는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전혀 다른 14편의 이야기는 돌고 돌아 퍼즐처럼 하나의 큰 그림을 완성한다. 

최근 읽었던 연작 소설 중 프랑스의 <한낮의 불운>이 좋았었는데 이 작품도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인류가 황혼에 접어든 아득한 미래.

돌고래와 쥐와 말의 세포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어머니'라 불리는 존재들의 보살핌 속에 살아간다. 

인류라는 종의 마지막을 억겁의 시간에 걸쳐 그린 열네 편의 퍼즐과 같은 이야기,

그 끝에서 묻는다.

우리는 무엇이었고, 무엇이 될 수 있었는가?

표지 중, 

​

큰 새에게 사로잡히지 않도록 문장

내가 이상한 기술을 발명한 게 아니라, 인간이 이상한 것만 생각해 내는 생물인 거야.

121p

정말이지 인간이라는 생물은 왜 이다지도 다양한가? 놀라운 일이다. 

171p

내게는 관찰자 자격이 없었다. 관찰자는 중대한 결단 같은 건 내려서는 안 된다. 그저 관찰하고, 지극히 미세한 조정만 수행한다. 그것이 관찰자의 사명이자 운명이다.

188p

그들은 살아 있음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므로 설령 그들이 나의 예상과는 달리 결국은 진화의 흐름 속에서 덧없이 사라져 갈 운명이었다 해도, 지금의 우리 현생 인류처럼 추악하게 발버둥 치지 않고 인류의 후예로서 아름답게 소멸했을 텐데.

190p

신은 인간들에게 감당하기 힘든 일이 있을 때 나타난다고 어머니들이 가르쳐 줬어요.

241p

인간의 마음에는 바닥이 없다. 바닥으로 보이던 것이 전혀 바닥이 아니고, 한 번 뚫고 내려간 바닥 아래로 또다시 무한한 회랑 같은 어둠이 펼쳐지며, 그 어둠을 통과하면 또 새로운 빛이 비친다. 그 빛 건너편은 나도 스캐닝 할 수 없다. 그곳은 무의식이라고 불리는 영역이다.

300p

너는 정말로 인간다운 인간이야. 넌 뭔가를 만들어내거든. 그리고 만들어내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파괴하지.

317p

당신들은 당신들의 가치관을 여러 가지 가능성 속에서 구축해왔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당신들의 한정적인 가치관은 처음부터 제한된 특정 방향을 향해서만 구축되었을 뿐입니다. 

324p

당신들의 생존 시스템은 불안정합니다. 그것은 당신들뿐 아니라 이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의 숙명이기도 합니다. 

331po

인간들은 마지막까지 서로 사랑하고 미워했어?

응. 인간들은 감탄스러울 정도로 마지막까지 똑같았어. 

379p


 공장에서 만들어진 다양한 동물 유래 인간들이 강가에서 목욕을 하는 장면에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동물 유래 인간들이라니? 이게 뭐지 하는 순간 이야기는 끝나고 다수의 나와 관찰자가 존재하는 인간 세계로 무대는 옮겨간다. 

장면은 빠르게 움직인다. 이곳은 남자가 부족한 곳이다. 리엔이라는 여성의 출산과 죽음을 통해 그들의 삶을 잠시 지켜본다. 

​

신기한 이야기들이 전혀 아귀가 맞지 않게 주르륵 펼쳐진다. 과연 어디서 이 이야기는 이어질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는 순간 공통점이 보이기 시작한다. 

어머니, 관찰자... 이들은 과연 누구인건가? 소설은 집중력을 요한다. 

지금이라도 있을 것 같은 현시대의 모습이다가 급진적 상상의 세계로 이어진다.

​

신기하게도 하나도 맞지 않을 것 같던 그 이야기들이 점차 아귀가 맞아 들어간다. 작가가 진짜 천재인 것 같다고 느꼈다. 

단순히 스토리만이 아니다. 그 안에 깔린 철학까지.

첫 작품이 <신>이어서 그럴까? 전반적으로 소설의 기저에 깔린 인간 본성에 통찰, 종교 등 사회에 대한 깊이와 밀도가 상당히 높다. 

​

동물 유래 인간만 해도 그렇다. 우리가 뻔하게 상상할 수 있는 레벨이 아니라 플러스 알파의 그 무엇이 존재하는 소설이다. 

그래서 부커상 최종까지 갔던 것이겠지? 일단 재미있고, 흥미롭고 나름 반전까지 있다. 

인간은 무엇이며,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만든 책, <큰 새에게 사로잡히지 않으려면>.

작가의 생각 흐름을 쫓아가며 사고하는 걸 좋아하는 분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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