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빛, 숲 그리고 코트다쥐르 - 오직 남프랑스에서 마주하는 예술적인 풍경
김종진 외 지음 / 효형출판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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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코르뷔지에의 발자취를 따라간다는 것은 단순히 건물을 보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위대한 건축가의 자존심, 실험정신, 그리고 약간의 고집을 함께 따라가는 일이다.

51p

얼마 전 군산 여행 책을 읽으며 르코르뷔지에라는 이름을 처음 접했습니다. 현대 건축의 아버지인 르코르뷔지에가 김중업 건축가의 스승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요. 


이 책은 효형출판사 기획으로 건축, 인테리어, 공간 전문가들이 모여 르코르비지에의 흔적과 남 프랑스의 빛을 쫓는 여행의 기록입니다. 

대표저자는 김종진 교수로 건대 건축도시전문대학원 교수라고 합니다. 

사진으로 영상으로 볼 수 있음에도 떠나는 여행에 대해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그 어떤 사진보다, 그 어떤 영상보다, 그 어떤 글보다 경험은 더 큰 가치를 가진다. 

실재와 그것을 표현하고 묘사하는 매체는 서로 다른 차원에 있다. 

살아 있는 감각과 실제 경험은 간접 매체가 흉내 내기 어렵다. 

그것은 눈으로, 귀로, 코로, 입으로, 피부로 파고드는 생명의 감각이고, 의식과 무의식과 기억과 하나 되는 현실이다. 

그래서 공간은 때로 감미로운 소나타처럼, 때로 웅장한 교향곡처럼 우리의 내면을 파고들고 영혼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다.

11p 프롤로그

우리는 결국 직접 공간을 경험하고 싶어, 그 낯섬에 우리를 던져놓기 위해 길을 떠납니다. 

제 버킷 리스트 중에도  남프랑스가 있습니다. 남프랑스의 빛이 궁금하거든요. 

그런데 이분들은 찬란한 남 프랑스의 빛보다는 침묵, 고요와 경건한 빛에 집중하신 거 같습니다. 저도 이 책을 읽고 남 프랑스를 간다면 꼭 이곳의 수도원들을 포함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직접 그 공간을 마주해 보고 싶네요.




르 토로네 수도원, 세낭크 수도원, 살바칸 수도원

출처 입력


이 수도원의 돌들은 인간의 정신이 어떻게 물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지를 보여준다. 

이것은 시대를 초월한 현대적인 건축이다.

빛과 그림자는 이 진실의 건축을 선포하는 대변자들이다.

르코르뷔지에

저자는 르 토로네 수도원의 회당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공간의 장소에서 영혼을 느꼈다"라고 표현하였는데 영성이 강한 곳이어서 신성함을 느낄 수 있었겠다 싶습니다. 빛이 가장 큰 역할을 했을 것이고요.


"빛은 모든 존재의 바탕이다."라고 루이스 칸이 이야기했다고 하는데 그걸 직접 느끼셨다고 해요. 저도 중세 수도원은 아직 가본 적이 없지만 성당이나 오래된 도서관에서 영성을 느끼곤 합니다. 

"르 토로네 수도원 공간의 빛은 보여주기 위한 빛이 아니라 존재하게 하는 빛으로 말없이 나를 안내하고 있었다. 빛은 결코 쏟아지지 않고, 돌 사이의 틈으로 조심스럽게 스며든다. 밝히기보다 시간의 온기를 잉태하듯 느껴진다. 창은 작고 깊으며, 빛은 은밀하고 고요하다. 침묵은 짙은 사유로 존재한다."_96p


이 문장을 읽으며 건축가 백희성씨가 쓴 소설 <빛이 이끄는 곳으로>가 떠올랐습니다. 

수도원의 절제된 빛은 침묵과 사유로 이어지는 지름길 역할을 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실바칸 수도원은 그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원초적인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다고 합니다. 

꼭 한 번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수도원의 빛과 침묵, 그 진실된 시간 속에 머무르고 싶었다. 지상의 아름다움을 초월한 영성의 시공간.... 남프랑스의 세 자매 수도원이 내게 건넨 감응은 가슴속 깊은 꿈결처럼 새겨졌다. 닿을 수 없는 빛, 보이지 않는 세계. 생을 변화시키고 본질로 회귀하도록 이끄는 궁극의 어떤 깨달음이 어쩌면 그곳에 존재하고 있는 듯 느껴졌다. 

131p



건축이 자연에 순응하고, 예술이 삶의 슬픔을 외면하지 않을 때 공간은 비로소 영혼을 치유하는 힘을 갖는다.

p164

지상에서의 영원한 항해를 꿈꾸며, 로즈핑크빛 크루즈선을 형상화했다는 로스차일드 빌라, 관광객이 사색할 수 있도록 설계된 마그재단 미술관, 옥상에서 생장 요새로 거침없이 뻗어나가 자연으로 이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뮤셈, 인근 산악지형에서 영감을 얻어 건축했다는 루마 아를이 눈에 들어오네요. 


몰랐던 소도시 이름도 눈에 띄었어요. 

프랑스의 끝자락, 이탈리아 국경과 맞닿은 멍통은 레몬빛 색채로 뒤덮인 도시라고 하고요. 에즈는 해안 절벽 위에 지리한 중세마을이라고 합니다. 

"빛은 에즈의 또 다른 건축 재료다. 지중해에서 반사된 빛이 골목 깊숙이 스며들어 돌담을 타고 흐른다."_251p

바다와 빛이 가득한 도시라니 꼭 가보고 싶습니다. 


멍통이 현재의 감각을 일깨우고, 에즈가 나를 다시 과거로 데려갔다면, 생폴드방스는 '지속'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예술이란 특별한 순간의 산물이 아니라 한 장소에 머무는 태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예술가들이 이 마을을 떠나지 않았던 까닭은 이 마을이 거주자의 삶과 예술가의 작업을 경계 짓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261p

지중해의 보물, 예술가들의 도시 생폴드방스는 물론 방문해야겠지만, 프로방스 산악 지역의 절벽 위에 자리한 고르드도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고르드는 자연을 배경으로 삼지 않는다. 대신 자연과 같은 무게로 존재한다."_273p의 표현처럼 자연에 녹아드는 중세의 그 거리로 걸어 들어가고 싶습니다. 

남프랑스를 여행하는 그날이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그곳을 여행할 때 다시 이 책을 열어봐야겠습니다. 

건축과 빛을 찾는 남프랑스로 여행을 떠나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합니다. 




효형출판에서 도서협찬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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