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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짧은 영국사 - 셰익스피어의 언어, 비틀즈의 노래, 그리고 세계를 바꾼 사상의 고향, 영국 ㅣ 역사를 알고 떠나는 세계인문기행 3
제임스 호즈 지음, 박상진 옮김 / 진성북스 / 2026년 1월
평점 :
어릴 때 제일 좋아했던 과목이 역사와 지리였다. 그런데 요즘 정말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나마 경제를 공부하며 지리는 계속 다루고 있어 기억이 돌아오고 있는데 역사는 이제 가까이해야 할 때가 되었나 보다. 세계사 책들이 눈에 띄었는데 그중 먼저 집어 든 것이 영국사다.
생각해 보면 영국사는 세계 역사 시간에도 거의 다룬 적이 없는 것 같다. 기껏해야 헨리 5세와 엘리자베스 1세 정도랄까?
세상에서 가장 짧은 영국사라고 했는데 받고 보니 부록까지 586p에 달했다.
그리고 읽기 시작했는데, 아이쿠... 내가 정말 무식했구나를 깨달았다.
영국사에 아는 게 없으니 진도도 참 안 나갔다. 중간에 포기할까 생각도 했는데 다 읽고 나니 "잘 읽었다"라고 스스로에게 칭찬해 주고 싶다.
당연히 완벽하지 하진 않지만, 그래도 몇몇 조각으로 찢겨 있었던 정보들이 '솨라락' 합쳐지면서 영국의 역사가 대략 정리가 된 것이다. 앞으로 영국사 관련 영화나 소설을 좀 더 읽으면서 스토리를 입혀 본다면 더 탄탄하게 영국사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지은이 제임스 호스는 옥스퍼드에서 독문학을 전공하고 런던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은 영문학자로 소설가, 역사 저술가라고 한다. 이분의 또 다른 저서 세상에서 가장 짧은 독일사가 있다고 하니 이 책도 궁금해진다.
세상에서 가장 짧은 영국사를 읽으며 내가 가지고 있던 '해가 지지 않는 세계 최강국 영국'의 모습은 아주 일부분이라는 걸 느꼈다. 오히려 어쩌면 지독한 콤플렉스를 벗어나기 위해 평생을 노력한 국가라고 해야 하나? 영국이 이렇게 분열이 된 나라인지도 몰랐고, 이토록 콤플렉스가 많았던 나라인 것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아래의 궁금증들을 풀어준다.
영국 역사의 진정한 변곡점은 어디였는가?
영국은 정말 하나의 '국가'였던 적이 있는가?
런던은 영국의 중심인가, 아니면 분열의 상징인가?
왕은 왜 신의 대리자였고, 어떻게 그 권한을 잃었는가?
셰익스피어와 비틀스는 영국의 어떤 정체성을 보여주는가?
영국은 민주주의의 선구인가, 지배 엘리트의 나라였는가?
왜 잉글랜드의 남부와 북부 사이에는 감정의 골이 깊은가?
로마, 앵글로 색슨, 바이킹, 노르만이 영국사에 끼친 영향은?
영국은 '섬 나라'라는 정체성을 어떻게 인식하고 살아왔는가?
종교개혁은 단지 신앙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싸움이었는가?
영어는 어떻게 수많은 정복과 혼종 속에서도 살아남았는가?
브렉시트는 현재의 정치 현상인가, 역사적 누적의 결과인가?
1부 카이사르(로마)에서 노르만 정복까지
2부 두 개의 언어로 이뤄진 잉글랜드
3부 잉글랜드와 제국
4부 산업혁명
5부 이글즈와 트럼펫의 작별
영국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영국은 아일랜드가 독립하고, 스코틀랜드, 웨일스가 독립하고자 노력한다는 것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런 역사는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런던을 포함한 영국의 동남부는 영국 국토에서 가장 비옥한 곳이다. 이곳이 바로 로마가 점령했고 브리타니아로 묘사한 곳이다. 로마가 떠나고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인들이 북부에서 침략해 왔기 때문에 이들은 앵글로색슨 족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초대하였다고 한다.
이 흐름은 산업혁명을 지나 현대로 들어와서도 바뀌지 않았고 권력을 이루는 틀이 런던을 포함한 런던이 축이 되고 이에 반해 다문화를 추구한 스코틀랜드, 웨일스, 아일랜드로 분열되었다. 현재 런던은 글로벌 엘리트와 가난한 이주 노동자들이 함께 공존하며 노동당 또는 자유당을 지지하고, 런던 영향권에 있는 부자 주택가는 보수당 또는 자유당, 남부 외곽의 소외된 지역은 토리당과 같은 급진파를 추동한다.
분열의 역사가 고대부터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니 놀랍기도 하면서도 역사란 이런 것인가 싶었다.
영국에서 노르만인이 집권한 지 거의 1000년이 지났다. 지금까지도 권력의 언어(의회, 정부, 공무원, 경찰, 법원, 판사), 군대(육군, 해군, 군인, 전투, 작전)와 금융(이자, 임대료, 돈, 세금, 저당권, 자산, 재산, 상속)은 여전히 강한 프랑스어 색채를 띠고 있다... 반면 앵글로 색슨에게서 유래된 단어들은 여전히 일상 언어의 어휘를 이루고 있다.
영국사를 읽으며 분열의 역사와 함께 가장 놀라웠던 내용이 프랑스를 향한 집착적 구애다. 영국은 잠시간 데인(덴마크)의 지배하에 있기도 했지만 가장 영향력을 끼친 나라는 줄곧 프랑스였다.
지배세력들은 프랑스어를 쓰는 것이 그들의 귀족적 체면을 세우는 것이었기에 오래도록 법, 제도, 정치와 관련된 언어는 모두 프랑스였다. 그렇기에 언어는 지배층의 프랑스와 농민, 소작농들은 영어의 이중언어를 사용했다고 한다. 1326년에서야 탄원서가 영어로 작성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고 하니 그전까지 지도계층 외에는 법의 혜택을 받지 못했다고 하니 이런 억압적인 상황이 결국 민주주의를 탄생하게 한 거름이 된 셈이다.
정복자 윌리엄이 침략한 지 10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다아시 혹은 퍼시 같은 노르만 식 이름을 가져야만 출세할 수 있다.
공유지를 빼앗긴 농민들이 결국 도시로 향하고, 산업화의 기틀이 되다.
영국은 산업혁명이 가장 먼저 일어난 나라다. 그 근간에는 인클로저 운동이 있다.
영국에서는 15세기 후반부터 19세기까지 역사적으로 공유지와 경작지를 울타리로 구획해 개인소유로 전환하는 운동이 일어나 결국 지주들의 배를 채웠는데 이 결과 농민들은 모두 땅을 잃고 도시로 유입되면서 산업혁명의 노동력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산업혁명의 어두운 이면이다.
영국의 정치놀음을 보면 참.... 남일 같지 않다. 브렉시트를 통해 영국이 결국 고립의 길로 들어서는 걸 보고 너무 안타깝게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니 어쩔 수 없었겠다 싶기도 하다. 전체를 바라보지 않고 분열을 조장하는 정치인들과 그들을 추종하는 세력이 강화되는 영국에서 어떻게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었겠는가?
브렉시트는 영국 보수 주의의 마지막 의식을 집전했다.
세계의 최정상에 올라섰던 영국의 겉모습보다는 분열과 엘리트들의 권력투쟁에 대한 속 깊은 이해를 가능하게 해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영국사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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