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의 꿈
데니스 존슨 지음, 김승욱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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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의 꿈

데니스 존스 지음, 다산 북스

이 짧은 소설에는 삶이라는 거대한 파노라마가, 인간의 부조리와 상실과 치유와 극복의 모든 서사가 담겨 있다. 모든 것이 다 끝난 줄로만 알았던 순간부터 이미 시작되고 있었던 위대한 사랑과 희망의 목소리를. 우리가 끝이라고 생각했던 모든 상실의 순간에도 변함없이 시작되고 지속되고 항상 우리 마음속에서 끝내 살아남을 위대한 희망과 사랑의 이야기를.

정여울 작가

이 책에 붙은 수식어가 화려하다. 

'퓰리처상 최종 후보작', '지난 10년간 최고의 소설', '21세기 최고의 책', '헤밍웨이 이후 우리 시대 가장 시적인 단편 작가', '넷플릭스 영화화된 소설'... 이 모든 수식어의 주인공은 데니스 존스의 기차의 꿈이다. 


데니스 존슨은 시적이고 압축된 문장으로 극단적인 인간 경험을 이야기하는  미국 문학의 거장이라고 알려져 있다. 

퓰리처상 최종 후보였던 소설이라 궁금증이 일었는데 읽으면서 <스토너>와 북유럽 소설들이 생각났다. 


왜 그랬을까? 슬픔 이후의 삶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하루하루 성실히 사는 그의 모습에서 스토너가 떠올랐고, 죽음 후 담담한 슬픔이 꼭 북유럽 소설과 맞닿아 있었다. 



줄거리

주인공 로버트 그레이니어는 태생을 모른다.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기차를 타고 아이다호에 사는 고모 네에서 삶을 시작한다. 미국 산업 혁명 당시 철도는 미국의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었고 그 현장에 그레이니어가 있었다. 그는 철도 건설 일용직 노동자로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간다. 


우연히 평범한 글래디스를 만나 결혼을 하고 딸 케이티를 낳아 행복을 맛볼 즈음, 산불은 모든 것을 앗아갔다. 가족, 집... 세상의 모든 것이 사라졌다. 

하지만 그래이니어는 떠나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며 살아간다. 죽는 날까지... 

그에게 찾아온 환영과 놀라운 사건은 진실일까? 아니면 그의 애타는 그리움이 가져온 걸까? 


스토너처럼 너무나 평범한 사람의 일생이다. 오히려 스토너보다도 더 평범하다 못한 미국 건설 노동자의 평생의 이야기였다. 짧은 행복 뒤 긴 슬픔과 불행도, 그 후 인고의 세월을 견뎌내는 캐릭터도 비슷한 것 같다. 물론 상황은 다르지만 절제된 감정 아래 매일을 최선으로 살아가는 소시민의 삶을 그려내고 있기도 하다. 


그들이 이렇게 하루하루 견딜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어떻게 이들은 그렇게 담대했을까? 


기차의 꿈 문장

폐허가 된 지역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심장에 고인 슬픔이 검게 변해서 정화되는 것이 느껴졌다. 마침 그곳에 실제로 뭉쳐 있던 덩어리에서 정신 나간 희망이 만들어낸 모든 생각이 불에 타 사라지는 것 같았다. 

52p

그 뒤로 그레이니어는 황혼 녘에 늑대 소리가 들리면 자주 고개를 뒤로 젖히고 있는 힘껏 늑대처럼 울었다. 그러면 기분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가슴속에 쌓이곤 하는 묵직한 것이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브리시티 컬럼비아 늑대 합창단과 저녁에 이렇게 한바탕 공연을 하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기운이 낫다.

63p

땅이 창조되고 있는 것 같았다. 그토록 웅장한 풍경은 처음이었다. 그의 삶을 채운 숲은 너무나 울창하고 높아서 세상이 얼마나 멀리 있는지 볼 수 없게 그의 시야를 대체로 가려버렸다. 하지만 여기서는 누구나 산을 하나씩 가질 수 있는 만큼 세상에 산이 많은 것 같았다. 그에게서 저주가 사라지고, 욕망이라는 전염병도 스르르 날아가 저기 먼 계곡에 내려앉았다.

127p

  '한때는 그토록 아름답고 찬란한 것들이 어떻게 그리도 쉽게 사라져 버릴 수 있는지'를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담담한 슬픔을 묵묵히 헤쳐가는 그레이니어의 잔상이 오래 남을 것 같은 소설이다. 


잔잔한 북유럽계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께 추천드린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데니스존스 #기차의꿈 #퓰리처상최종후보 #다산북스 #정여울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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