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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때마다 명랑해진다 - 오늘을 단단하게 만드는 글쓰기 습관 20
이은경 지음 / 나무의마음 / 2025년 12월
평점 :
글쓰기는 인생과 닮았다. 처음에 어설프지만 시행착오 속에서 서서히 다듬어진다.
때로는 막히기도 하고, 때로는 놀라울 만큼 술술 풀리기도 한다.
원하는 문장이 떠오르지 않을 때는 괴롭지만 그럼에도 쓰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조금씩 명랑해진다.
처음에는 전문 에세이스트로 살아가는 작가의 글이 궁금해서 신청했다. 그런데 책을 받고 보니 출판사에서 보낸 소개 글에 '80번째 출간 도서를 낸 작가'라는 말을 보고 더 궁금해졌다.
'어떻게 80번이나 출간을 한다는 거지? 그게 가능한가?' 하는 의문과 함께 '와, 이 정도 출간 경력이 있는 작가면 필력이 장난 아니겠구나'하는 기대감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은경 작가의 글은 멋들어진 문장을 가져와서 쓰지 않았지만 참 다정하고 따뜻했다. 자신의 아픔을 글로 승화시켜 감정을 치유하는 과정을 곁에서 들여다보는 느낌이었다.
오늘도 생계를 위해 글을 쓴다는 작가님의 다음 책이 기다려진다.
가끔 나는 내 안의 열등감과 내가 바라는 소망을 나란히 적어보곤 한다. 남과 비교하던 순간들, 위축되었던 기억들, 들키기 싫었던 속마음까지. 그렇게 글로 하나씩 적어 내려가 보면 스스로도 못마땅해하던 내면의 목소리가 어느새 조금씩 잦아든다. 예전보다 나를 덜 몰아세우게 되었고, 비로소 내가 얼마나 애쓰며 살아왔는지를 떠올릴 수 있었다. 그러자 "수고했다.", "이만하면 괜찮다"라는 말이 조금씩 마음에 와닿기 시작했다.
작가의 글은 참 솔직하다. 대조를 이야기하며 장애를 가진 아이와 어린 시절 가지고 있었던 조용한 ADHD 병력을 꺼내든다. 성실한 교사 vs 산만한 학생, 좋은 엄마 vs 불안한 나를 대조하며 장면과 감정, 시간의 대조를 알려준다. 일반적으로 글쓰기 책들이 기술적인 방법을 가르친다면 이 책은 우리의 일상이 어떻게 글감이 될 수 있는지 하나씩 보여준다.
인용문을 쓰는 건 일상적인 글쓰기 방법인데 질투 많은 자신의 성격과 강남을 향한 멈추지 않았던 욕망을 잘 그려내는 글쓰기를 보여준다. 필사를 하며 멋진 문장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삶과 잘 연결해 내는 것이 핵심인 것 같다.
나만의 문장 아카이브가 필요한 것은 당연한 말이다.
이 질문을 오래 붙들고 있다 보니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무례함은 단지 누군가의 태도나 말버릇으로만 남지 않는다. 어떤 말에 마음이 무너졌는지, 어떤 순간에 눈물이 났는지를 되짚어보면 그 안에는 내가 끝까지 지키고 싶었던 가치가 숨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내가 겪은 무례함은 내 안의 기준과 선을 또렷하게 비추는 거울이 되어주었다.
글을 쓰면서 어디까지 솔직해질 수 있을까? 상처를 준 친구 이야기가 담담하게 나오는 장면에서 찔끔 눈물이 났다. 작가는 '각색'이라는 툴을 써서 등장인물을 변주했다고 한다. 돌이켜보면 타인의 말에 상처받는 경우가 있었다. 내가 왜 그 말에 상처를 받았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 결국 내가 지키고 싶었던 가치를 깨닫는 것이라는 말에 지극히 공감했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하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결국 너와 나의 가치가 다르고 그 부분을 건드리는 순간 화약고가 터지듯 감정이 폭발하기 때문이다.
치유의 글쓰기에서 쇼, 돈, 텔 즉 묘사하기는 상처를 그대로 노출하라는 뜻이 아니다. 다만 그 상처가 머물던 순간의 빛, 냄새, 소리, 온도를 정직하게 그려내는 일이다. '보여주는 문장'은 감정을 직접 말하지 않아도 독자와 자신 모두에게 감정의 현장을 경험하게 한다.
설명하지 않고 보여주기, 좋은 글은 감정을 다 보여주지 않아도 진심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 시간으로 돌아가 묘사하는 하려면 후각, 시각, 청각, 촉각을 자극해 그 순간을 느끼게 해 줘야 한다. 매 순간을 묘사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사진이나 동영상을 활용해 그 시간, 그 순간으로 돌아가는 방법이 상당히 유효했던 것 같다.
후회는 내게 '잘 살고 싶었던 진심'의 증거다. 후회란 단순히 내 잘못을 확인하는 감정이 아니라 여전히 내가 괜찮은 사람이면 좋겠다는 마음의 뿌리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후회를 짧게 마무리하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자주 후회하고 돌아오기를 반복하는 내 경험에 따르면 '왜 그랬을까'를 끝없이 반복하는 대신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문장으로 마음의 방향을 틀어보는 연습이다.
후회가 없는 사람이 있을까? 후회라는 걸 별로 하지 않고 살아온 직진형 나도 요즘에 부쩍 회고를 하게 된다. 투자에서, 커리어에서 이게 더 나았지 않았나 하고 말이 좋아 성찰이고 회고지 후회를 한다. 자꾸 과거의 순간으로 끌려가려는 나를 붙들어매는 핵심 단어를 찾았다. 이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로 사고를 바꿔보는 습관을 들여봐야겠다.
이은경 작가의 80번째 책인 쓸 때마다 명랑해진다는 우리 삶에서 어떻게 한 편의 글을 이끌어내는지 실전과 이론을 함께 보여주는 좋은 책이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나도 솔직하고 담백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들의 마음에 가닿을 수 있는 그런 글쟁이가 되고 싶다. 되도록이면 작가님처럼 계속 쓰고 강연하는 사람으로~!
부족한 한 사람의 삶이 책으로 탄생하는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었던 좋은 글쓰기 책이어서 책 쓰기를 하시고픈 사람들에게 추천드린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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