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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에 읽는 자본론 - 풍요의 이름으로 우리가 놓친 모든 것에 대하여
임승수 지음 / 다산초당 / 2025년 9월
평점 :
시간을 빼앗는 자는 거대한 부를 축척하고,
시간을 빼앗기는 자는 팍팍한 삶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올해 들어서 철학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습니다.
동양철학에서부터 서양철학까지 읽어보고 싶은 책들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자본론도 궁금했어요.
자본주의를 사랑하는 나이지만 경제, 철학의 고전으로 자본론을 만나보고 싶었는데 막상 시작하려니 두려움이 컸던 것 같아요. 그러던 중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등 평생을 마르크스주의의 대중화에 노력한 임승수 작가의 오십에 읽는 자본론이란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특히 소설 형식이라 나처럼 쉽게 읽을 수 있는 자본론을 찾는 사람이라면 도움이 될 만한 책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당신은 제대로 살고 있는가
사람의 본성에 어긋나는 일
일단 먹고살아야 할 것 아니냐
우리 밖을 내다보는 힘
진정 나를 위해 살아가는 법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사회주의 책이 아니라 자본주의에 대한 분석을 담은 책이라는 것조차 처음 알게 되었네요.
자본주의 시스템은 자본가의 심성이 선하냐 악하냐 와는 별개로 노동자에 대한 착취가 일상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입니다.
이윤은 노동자의 빼앗긴 시간에서 발생하니까요.
우리는 일반적으로 노동자가 받는 임금이 그 사람이 일한 노동의 대가라고 생각하는데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노동자는 자신이 행한 노동의 100%를 받을 수 없는 구조죠. 그 옛날 지주가 땅을 가지고 소작농을 부리던 것이나 자본가가 노동자를 부리는 것의 기본 이치는 같다는 것이죠.
이 말이 상당히 불편하게 들릴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요. 그런데 이를 시간으로 비유하니 확 와닿더라고요.
경제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면서 가장 깨달았던 것은 제가 시간을 담보 잡힌 노예였다는 거예요. 그렇기에 진정한 자유를 얻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깨닫고 노력 중이에요.
사회주의를 널리 알렸다고 비판받는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가볍게나마 접하면서 재미있었던 것은 오히려 지금까지 읽었던 재테크 책들이 떠올랐다는 것이에요. 자본주의의 단점을 어떻게 극복하고 체제를 넘어서는 위너가 될 것인가를 고민하는 지점에서 말이죠.
인간의 의식이 그들의 존재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사회적 존재가 그들의 의식을 규정한다.
이 말은 결국 나라고 하는 존재가 타인의 관계에서 존재한다는 말로 결국 사회 환경이 그들의 의식까지도 결정한다는 말이에요. 서울과 뉴욕, 아프리카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사고방식과 행동이 다른 것은 당연할 것이고, 같은 서울에서 자란다고 하더라도 어떤 형편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의식적 수준이 다르겠죠.
요즘 SKY나 서울 유수 대학에 들어가는 학생들의 가정 형편에 대한 기사들이 많이 언급되었는데 이 말과도 이어질 것 같습니다.
자본주의에서는 광고와 미디어가 그 역할을 하고 있죠.
크기도 형태도 똑같은 대량 생산된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대중들의 취향과 욕망을 일정한 방향으로 몰아가야 합니다. 자본가 계급은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자신의 상품을 구매하도록 끊임없이 대중을 설득하고 심지어 세뇌하죠. 그 상품을 구매해야만 무너가 제대로 된 인생을 사는 듯하고, 남들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은 것처럼 여기게 됩니다.
기초 재테크 책인 EBS 자본주의에서도 이러한 자본주의의 부정적 면을 다루고 있는데요.
결국 내가 가진 욕망이 진짜 내 욕망이 아닐 수 있다는 거죠. 최근에는 행복에 대한 연구들이 많이 나오면서 물질을 소비하는 욕구에서 경험을 소비하는 욕구로 이동하고 있지만 이 조차도 내가 진정 원하는 욕구가 맞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유행처럼 골프로 테니스로 러닝으로 왔다갔다하는 운동 트렌드나 굿즈에 열광하는 모습들에서도 이런 취향에 대한 욕망이 드러나는 예시인 것 같아요.
물건을 사는 것보다 시간(경험)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한 표를 던지지만 무작정 남들이 하는 것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취향과 욕망을 내면 깊이 잘 들여다보고 찾아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새로운 생산력과 낡은 생산관계 사이의 모순과 갈등이 사회 변화의 원인이 된다.
특히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이 AI 시대에 왜 자본론이 필요한가라는 부분이었어요.
자본론에서는 사회의 변혁이 발생해 새로운 생산력을 가진 새로운 지배계층이 등장하기 시작하고 이들이 기득권과 대립하면서 변화한다고 설명하고 있어요.
토지 소유주였던 영주, 귀족, 왕정에서 민주주의로 넘어오며 자본가가 새로운 지배계층이 되었던 걸 생각해 보시면 될 거예요. 그리고 이 새로운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법과 제도가 탄생했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이 부분에서는 상당히 공감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인간의 노동력이 생산의 주체에서 AI, 로봇으로 넘어가는 세상이 오고 있잖아요?
그럼 생산의 주체가 바뀌면 낡은 생산관계(자본가-노동자)의 충돌이 생기는 거죠.
단순하게 AI, 로봇이 인간을 대체함으로써 노동력을 상실한 사람들의 실업까지를 봤다고 하면 이건 아주 큰 그림인거죠.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고 소득이 없으면 자본가가 만드는 서비스와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불가능해지지 않겠어요? 그럼 결국 기업도 붕괴하는 거죠.
그래서 저자는 결국 이런 상태에서는 아주 먼 얘기겠지만, 공공재, 즉 사회적 소유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재미있는 건 그래서 이러한 과도기적 변화에서 여전히 상품과 서비스를 팔아먹기 위해, 지금의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기업가들이 '기본 소득'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거죠.
또는 일반 국민들이 내던 세금을 전적으로 대형 자본가에게 거둬들이는 인공지능세, 로봇세 같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해요.
저자는 이러한 기본소득은 결국 공공재로 넘어가는 시간을 늦추게 하고 극소수 자본가들의 특권과 권력을 지켜주는 역할만 하게 된다고 이야기 하고 있어요. 듣고 보니 이해가 갈만한 설명이었습니다.
타인의 욕망이 투사된 삶에는 나의 욕망이 들어설 곳이 없습니다.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며 사는 사람을 삶의 주인이라고 부르기는 어려울 겁니다.
설사 타인의 타인의 욕망이 바람직한 것이라고 할지라도요.
이 책을 읽고 나니, 자본론에 대한 비판이라기보다 분석이라고 한 저자의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다고 해서 저는 사회주의나 공공사회를 지지하는 건 아닙니다.
자본주의에서 성공하려면 자본주의의 단점을 정확히 알아야 하지 않겠어요?
이 책을 읽으며 좋았던 부분은 오히려 이러한 단점을 정확히 알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고민해 볼 수 있었다는 점이에요.
시간을 담보 잡힌 노예로 살지 않으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이며, 획일화된 욕망에 끌려다니지 않으려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었고, 변화하는 AI 시대의 과도기에 노동력을 잃고서도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은 존재가 되려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었어요.
아직도 세상에 알아야 할 것들이 너무 많고 배우고, 고민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는 걸 느끼는 하루였습니다.
자본주의와 삶에 대해 고민하시는 분들은 한 번쯤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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