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나시는 혼돈의 도시다. 처음 바라나시에 도착했을 때가 기억난다.
귀가 찢어지게 울려대는 소음과 끝없이 쏟아지는 인파, 인육의 맛을 봤다던 들개들, 무법천지 릭샤들까지 정말 헬 게이트가 따로 없었다. 이미 오랜 여행으로 육신이 지친 나에게 그러한 혼돈의 모습은 긍정적이기보다는 이곳이 진정 힌두교에서 말하는 어머니의 도시가 맞나? 하는 의문을 던졌다.
이미 티베트에서 천장, 네팔에서 수많은 가트의 화장을 보았지만 인도 바라나시의 화장은 정말 '연극'같은 구석이 있었다.
한쪽에서는 성스러운 물이라고 세례를 하고, 목욕하고, 그 물을 떠서 팔고 있고 또 한 쪽에서는 빨래를 하고 양치를 한다. 또 수많은 가트에서는 끝없이 쌓인 시체들을 화장하고 다 태우지 않은 시신은 강가, 즉 어머니의 강으로 던진다. 아이는 화장하지 않고 그냥 포대기에 싸 버린다.
인생이라는 연극이 다양한 순간으로 캡처되어 상영되는 이곳의 모습은 20살 무렵의 나에게는 충격이었다. 소음으로 가득찬 가식적으로 보이는 이곳에서 떠나고 싶었다.
그런데 다음 날 그 마음이 바뀌었다. 새벽 눈을 떠 머물고 있던 게스트하우스의 옥상에 올라가 바라본 바라나시는 어느 곳보다 성스럽고 고요했다.
강가는 새벽빛을 받아 반짝이고, 도시는 갓 태어난 신생아처럼 순결한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이렇게 양면적인 도시가 있을 수 있을까? 새벽녘 강가에 배를 타고 올랐을 때 내가 바라보는 바라나시의 모습은 180도 달라졌다.
바라나시는 그대로 있었을 뿐인데, 내 시선이 바뀌었던 거다. 소란의 도시에서 성스러운 도시로...
새벽 배를 타고 가던 중 만난 포대기에 쌓인 아기 시체를 만났을 때도 슬픔뿐 아니라 강가에 깃든 그들의 삶과 영혼에 이해와 공감 그리고 축복의 마음이 싹텄다.
20년도 지난 일이니 이제는 흔적만 남아있는 추억이다. 하지만 그날 새벽 내가 만난 바라나시의 민낯은 오래오래 남아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