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여전히 찍먹 인간 그래도 여전히
이강(집착서점) 지음 / 나무옆의자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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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여전히 찍먹 인간

집착서점 이강 지음, 나무벤치

집착서점 이강의 첫 에세이 그래도 여전히 찍먹 인간은 최근에 내가 읽은 책 중 가장 유쾌하고 재미있고 또 괜찮은 에세이였다. 

사실 에세이를 많이 읽지 않는 편이다. 대문자 T라서 그런지 과한 감상에 젖은 글들이 살짝 불편하기도 하고 개취에 맞지 않아서다. 웃음코드도 좀 특이한지 유머 프로그램은 어릴 적부터 질색이었고 (특히 몸 개그) 촌철살인형 개그에만 반응하는 편이다. 



그런 내가 거의 첫 페이지부터 터져서 깔깔대다가 이 책은 웃기기만 한 책인가... 싶어 더 열심히 읽었는데 전달하는 메시지도 너무 공감이 절로 가서 독서모임 멤버분들께 적극 권장 드렸다. 

심지어 너무 재미있어서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렸더니 집착서점님이 그걸 또 올려주셔서 급 개인 DM까지 하는 사태가 펼쳐졌다. 


나는 사실 유튜브도 잘 안보는 타입이다 보니 인플루언서들은 잘 모른다. 그래도 북스타그램을 한 지 2년 째이니 책여사님, 집착서점 이강님, 쩜님, 클로이님 정도만 알았지 사실 이 분도 거의 들여다보지도 않았던 나에게는 먼 인플루언서였다. 이제는 찐 팬이 될 것 같다. 무엇이 이렇게 나를 끌어당겼을까? 


나에게 맞는 유머코드


저자는 책을 쓰면서 느끼한 책은 쓰지 말자고 다짐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아주 솔직하고 담백하다 못해 털털하다.  개취이지만 느끼함을 잘 못 견디는 나 같은 사람에게 딱 맞는 책이기도 했다. 

취미를 찍먹 하고 있다며, 요즘은 드론을 배우고 있으니 불안한 국제정세에 안되면 드론 예비군이라도 나가겠다는 발언부터 빵 터졌던 것 같다. 뭐 진짜일 수 있지만 나는 왜 이렇게 웃겼던 건지....


어떤 사람들은 뼈다귀를 양손으로 잡아 쪼개가며 뼈와 뼈 사이 살점을 발라내 먹는다. 

이런 사람들은 남은 살점이 아깝기도 하겠지만, 살을 구석구석 발라 먹는 과정에서 왠지 모를 뿌듯함과 정복감을 느끼는 것 같다. 

22p

아...또 옮겨 쓰면서 울뻔.... 


저자는 본인은 뼈를 다 발라먹는 스타일이 아니며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 없다며 부담 없이 먹기 쉬운 부위를 찍먹하다 아니면 버리고 새로운 뼈다귀를 찾아 떠나는 "뼈해장국론"을 찬양한다. 


분명 나도 집착 서점님처럼 이것저것 다 도전하고 안되면 쿨하게 떠나는 타입이라 생각하며 공감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뼈해장국 뼈 발라먹는 타입에서 급 집착력과 끈기를 인정받게 되어 너무 황당하면서도 빵 터진 거다. 그러고 보니 마흔이 넘은 최근에야 내 특기 중 하나가 꾸준함이라는 걸 체감하고 있는데 이게 다 뼈 발라먹는 재능에서 도래한 것일지 참으로 궁금하다. 



독서인으로 인정!

내가 소설을 읽는 이유는 다양하다. 그중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뼈다귀 이론'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소설을 읽다 보면 삶을 다양한 상황과 다양한 각도에서 찍먹해 볼 수 있다. 

92p

소설을 읽는 일은 결국 타인과 나를 되돌아보는 일이다.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 질문 앞에서 우리는 잠시 가면을 벗고 자기 자신과 진솔하게 대화할 시간을 갖게 된다. 

97p

소설은 '찍먹 인간'의 코어이자 근간이다. 소설을 통해 편하게 소파에 기대어 평소에도 상상도 해보지 못한 삶들을 살아보며 다양한 인생을 찍먹해볼 수 있다. 다양한 안경으로 삶을 바라보다 타인과 나를 (어쩌면 인간의 심연까지도) 비추어 보고 이해한다. 찍먹 인간이 하루키를 만났듯 여러분을 움직일 만한 영향력을 주는 작가를 만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104p

도둑맞은 집중력에서는 소설이 공감력을 키워준다고 언급하고 있고, 빌 게이츠가 추천한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에서는 글, 특히 소설이 나오면서 인간사에서 얼마나 폭력이 드라마틱 하게 줄었는지 이야기한다. 

책에서는 안톤 체호프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나는 책을 읽으며 최근 읽었던 '죄와 벌'과 지금 듣고 있는 정유경 작가의 '종의 기원'을 떠올렸다. 


죄와 벌은 집착서점님이 이야기하는 '어쩌면 인간의 심연'을 들여다볼 수 있었던 대표적인 책이었고 정유경 작가의 종의 기원은 소설이 아니라면 상상하지 못할 인간의 악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해 주었다. 


모든 소설은 그렇다. 예를 들어 폭풍의 언덕의 히스클리프는 세간의 생각으로 보면 성격파탄자가 아닌가? 햄릿은 또 어떻고. 모든 소설의 인물들은 각자의 캐릭터를 갖고 있기에 짧은 인생을 좁은 세계에서 사는 우리에게 더 넓은 세상을,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해 준다. 


사실 나는 10대에 고전 소설에 빠졌던? 것 외에는 20-30대에는 자기 계발 서를 위주로 읽었던 것 같다. 다행히 그래도 그 시대의 고전이라는 소설책들을 조금이라도 읽었기 망정이지 그것마저 없었다면 더 세상과 사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지 않았을까 싶다. 


요즘 들어서는 꾸준히 벽돌책과 고전 독서모임을 운영하며 고전 소설들을 읽어 내려 노력한다. 아직 반도 살지 않은 세상, 좀 더 인간답게 더 나은 공감력을 가진 사람으로 살고 싶어서 말이다. 



본인 스스로 부정적인 신호를 보내며 스스로의 가능성을 한계 짓지 말자.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은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 나이에 늦은 건 아역 모델밖에 없다.

99p

작가님과 짧게 DM을 하면서 이 책은 '대학생들과 군에서 필독서가 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세상에 자기 계발서는 널려있다. 하지만 N 번째 실패를 하나하나 꼽아가며 그것이 N 번째 실패가 아닌 N 번째 배움이라고 이렇게 담백하게 알려주는 책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랜마 모지스를 좋아한다. 76세가 되어서야 화가가 되었던 그녀는 101세까지 왕성한 활동을 했고 미국의 국민 화가로 자리매김했다. 젊은 시절에는 고생도 사서 한다고 하지 않나. 

작가의 아르바이트, 취업, 창업, 군 경험의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아이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우리 큰애한테 전해 주었는데 꼭 읽으면 좋겠다. )


유쾌하고 그렇지만 묵직했던 집착서점 이강님의 첫 에세이, 그래도 여전히 찍먹 인간 많은 분들께 강력 추천드립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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